디지털 방송 전환 이후 20여일 만 민원 1800여건시청자지원센터 8월 말 문 닫을 예정...혼란 예상

‘6월 29일 오후 2시’. 제주지역 일부 가정에서 작은 혼란이 있었다.

아날로그TV에서 방송이 나오지 않는 최악의 사례가 발생했다. TV 의존율이 높은데다 기계 조작이 어려운 홀로 사는 어르신들은 애만 태웠다고 한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제주에서 디지털 방송 전환이 이뤄진 이후 풍경이다.

앞으로가 더욱 문제다. 아날로그 방송에서 디지털 방송 전환 안내와 기술지원을 하는 ‘시청자지원센터’가 8월 말 모든 활동을 종료할 예정이기 때문. 이후 별 다른 대책이 없어 더 큰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문 연 디지털 방송 전환 지원센터, 하지만  ‘64일 시한부’

지난달 15일, 디지털 방송 전환과 함께 시청자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사실상 ‘디지털 방송 전환 지원센터’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2곳에 자리를 잡고 디지털 방송 전환 민원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디지털 TV가 없어도 아날로그 TV에서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는 디지털 컨버터와 안테나를 지원하는 곳이다.

디지털 방송 바뀐 후 혼란은 끊이지 않아 시청자지원센터는 언제나 북새통이다. 지난달 29일 아날로그 방송이 끝난 후부터 15일까지 시청자지원센터에 접수된 디지털 방송 관련 항의성 민원 건수는 제주시가 731건, 서귀포시가 1097건 등 모두 1800여건이다. 이 외에 단순 문의, 요청 등까지 합치면 7300여건에 달한다.

디지털 방송 전환이 시작된지 20여일이 지났지만 혼란은 계속되는 셈이다. 디지털 컨버터를 설치해도 일부 난시청 지역에서 TV가 나오지 않거나, 디지털 방송 전환 상황을 몰라 TV가 나오지 않는다는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는 것. 이제서야 부랴부랴 컨버터를 신청하고 있는 가구들도 하루 50여건에 달하고 있다.

15일 기준 제주시내에서 디지털 컨버터 설치 서비스를 받으려면 최대 열흘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시청자지원센터 관계자는 안내했다.

이마저도 7월 말이면 지원이 끊길 수 있다. 디지털 컨버터와 안테나 신청 접수 기간이 끝나기 때문이다. 7월 말까지 접수된 내용을 모두 처리하는 8월 말이면 시청자지원센터도 문을 닫는다.

이후 민원 처리에 대해선 “대책을 논의 중”이란 관계자의 궁색한 답변이다.

대책도 ‘방송사별 민원 접수’ 방향으로 논의돼 논란이 예상된다. 민원 접수 창구가 여러 곳으로 분산돼 신속한 민원처리 한계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민원 사례 대부분이 홀로 사는 어르신 등 정보 취약계층인 점도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시청자지원센터까지 문을 닫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정보 소외계층이 떠안게 된다는 것. 시청자지원센터의 운영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폭주하는 디지털 방송 민원 관련 업무를 마감해야 한다. 디지털 방송 전환으로 불편을 겪는 시청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문을 닫아선 안 된다”면서 “시기를 대폭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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