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현석. <뉴시스>
【뉴시스】"YG의 음악 색깔을 부러 일본에 맞추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 음악의 소신을 지킬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에이벡스와 함께 할 수 있었어요."

일본 대형 매니지먼트사 에이벡스(AVEX)와 손잡고 새 레이블 와이지엑스(YGEX)를 설립한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42) 대표는 21일 "YG를 일본화시키지 않겠다"며 "우리의 소신을 가지고 일본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그룹 '빅뱅'과 '투애니원(2NE1)', 거미(30) 세븐(27) 싸이(34)를 매니지먼트하는 YG는 고다 구미(29), 고다 마키(26) 등을 매니지먼트하는 에이벡스와 기자회견을 열고 YGEX를 공식화했다.

특히, 현장에는 평소 언론 노출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진 에이벡스 그룹 홀딩스의 마츠우라 마사토(46) 회장이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양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마츠우라 회장을 만났는데 내성적인 성격과 낚시가 취미인 등 비슷한 점이 많았다"며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호감을 느꼈고 결국 믿음이 생겨 함께 레이블을 만들게 됐다"고 알렸다.

지금까지 세븐과 빅뱅이 일본에서 활동할 때는 현지 기획사 요구에 맞췄다. 그러나 YGEX를 설립한 이후부터는 "YG색깔을 오롯하게 담아내겠다"는 생각이다. "에이벡스와 첫번째로 이야기를 나눈 부분도 우리의 색깔을 지켜달라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신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지금이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참 행복하다"는 마음이다. "불과 5년 전 만해도 불법음원이 난무하고 음반 시장이 급속도로 축소돼 너무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사업이 잘 되고 돈을 버는 것을 떠나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가 인정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기쁘다"며 "개척하지 못한 지역의 시장이 유튜브를 통해 자연스럽게 열리는 것도 대단하다. (활활 타오르기 전에) 성냥불을 그은 것"이라고 봤다.

눈과 피부색, 문화적 환경이 다른 사람들이 우리 콘텐츠를 좋아하고 응원해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한류가 처음 불기 시작했을 때 배용준의 대단한 인기도 믿기 어려웠다"며 "서태지와 아이들 멤버로 활약할 때 만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신한류'라는 용어가 마뜩치 않은 부분도 있다. "한국 콘텐츠의 질이 이미 높아졌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외모도 뛰어나고 성대 구조도 노래를 잘하게 돼 있다"며 "원자재가 좋다고 표현할 수 있다. 원자재를 재가공해 뛰어난 보석을 만드는 것이 기획사의 책무"라고 여겼다. "5~10년이 지나면 한국 콘텐츠는 더 우수해질 것이다. 책임감을 갖고 더 열심히 해나가겠다."

SM엔터테인먼트의 파리 공연, YG 유럽 공연을 요구하는 영국에서의 플래시몹 등 유럽의 K팝에 대한 관심을 지켜보면서 최종 목표는 미국 진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출하기 제일 어려운 시장이 미국과 중국"이라며 "물론 JYP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이 미국에서 노력하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본다. 그러나 유럽 등에서 인기를 끌면 미국 시장이 자연스럽게 우리를 흡수할 것"이라고 여겼다. "미국에는 다양한 민족이 살기 때문에 이들이 K팝에 대한 관심을 보이면 미국 음악 시장이 움직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사실 유럽이나 미국에서 일고 있는 한류는 인터넷의 영향이 크지만 한국 친구들이 전파한 것도 크다"며 "레이디 가가의 가장 친한 친구도 한국인이라고 들었다. 그렇게 K팝과 한국이 자연스럽게 알려질 것이라 믿는다"고 부연했다.

YG 음악이 앞선다는 평에 대해서는 "건방지게 그런 생각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YG의 기반은 초기의 '지누션'과 '원타임'에서 볼 수 있듯 힙합"이라며 "YG의 음악에 일렉트로닉, 하우스 등이 덧대져도 힙합이 절대 빠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힙합을 기반으로 크로스오버가 덧대지는 것이 세계적으로 트렌드다. YG도 그렇다고 생각한다"며 "윌아이엠의 음악이 인기를 끄는 것 역시 같은 이유"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YG의 음악이 해외에서 통하는 이유는 "해외팬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미국 유명 힙합그룹 '블랙 아이드 피스'의 윌아이엠(36)이 2NE1과 작업 중인 것 역시 YG의 자연스러움 때문이다.

"윌아이엠 같은 거물은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해도 함께 작업하기 어려워요. 그와 돈 거래는 절대 없었습니다. 자신이 2NE1을 좋아해서 이렇게 된 것이에요. 실제 돈이 얽힌 계약이 있었다면 윌아이엠이 작업한 2NE1 앨범 발매가 이렇게 늦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미국 유명 프로듀서 겸 DJ 디플로(36)가 빅뱅의 지드래곤(23)·탑(24)이 결성한 유닛 '지디&탑(GD&TOP)'의 1집 '뻑이가요'에 참여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최근 디플로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지디&탑과 죽이 맞아 몇십곡을 주고 갔다"며 "자신의 새앨범 수록곡 피처링도 부탁했다. 이 앨범이 나오면 지디&탑의 이름이 자연스레 미국에 알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YG의 장점은 이렇게 억지로 무엇을 하기 보다 자연스럽게 일이 진행되는 것입니다. 이런 부분이 대표로서 참 행복해요."

YG 소속 가수들이 해외 활동에 주력하다가 한국 활동을 등한시 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불거진다. "이른바 한국의 3대 기획사 중 우리가 해외 진출에 가장 소극적인 것 같다"며 "그 만큼 우리는 한국활동이 우선이 됐다"는 설명이다. "우리는 한국 가수다. 일본 활동에 치우치다가 한국에서 인기가 흔들리는 건 싫다. 한국에서 활동 모습 그대로 일본 유럽에서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이다.

"따라서 에이벡스와의 작업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예정이에요. 연말에 한국과 일본에서 펼칠 예정인 YG패밀리 콘서트도 한국 공연 그대로 일본에서 선보일 것입니다. 한국 모습 그대로 일본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어요. 그렇게 될 거라 믿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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