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의 녹색성장은 생태계 복원 아닌 '파괴'

세상 돌아가는 형편이 갈수록 어수선하고 불길하다. 대폭우가 중부지방을 강타해 큰 인명피해가 나고 수도 서울이 온통 난리다. 서울 심장부의 도로가 강으로 변하고, 부자촌으로 둘러싸인 우면산이 무너져 내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비가 너무 많이 왔다. 이런 데에 맞춘 도시는 거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당국은 기상 관측이래 최대의 폭우라며 천재 탓으로 돌리기에 바쁘다. 피해지역의 일부 주민들은 자연재해 때문에 집값이 떨어질까봐 걱정하는 반면, “부자지역도 피해 보았네”하는 묘한 시선도 있다고 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를 겪으면서 우리나라도 예측할 수 없는 이변이 나타날 수 있는 ‘위험사회’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우리 사회 속의 잠재적 위험은 언제 불쑥 나타날지 모른다. 위험이 극한의 경계를 넘어 일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한국은 과도한 노동과 이혼, 자살, 입시, 폭음 등으로 신경쇠약에 걸리기 직전인 듯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번 재난도 가뜩이나 스트레스가 많은 우리 삶을 더욱 피곤하고 어렵게 만들고 있다.

사실 이러한 사태는 오래전부터 예견되어 왔다. 기후 변화 및 생태계의 지각변동에 대한 지적과 경고는 반복적으로 이뤄져 왔던 것이다. 이미 자연은 인간의 지나친 욕심에 보복을 시작했고, 우리는 그 자연의 복수를 이제 맛보고 있는 셈이다. 현대 사회는 자연을 조화와 협력의 대상이 아니라 정복 대상이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에, 이런 사회에서 모든 자연재해는 사실상 인재나 다름없다.

하늘에서 본 우면산은 사방팔방으로 빈틈없이 삽질이 되어 있었다. 도시의 허파 노릇을 하는 산에 생태공원을 만든다고 거미줄 같은 산책로와 연못, 쉼터 등 수 많은 인공시설물을 설치했다. 산 아래쪽의 낮은 곳과 계곡은 주택과 도로 건설을 위해 잘려나갔다. 마치 어린이가 장난감을 갖고 놀듯이 산을 제 맘대로 희롱한 모양새다. 결국 이런 막개발이 이번 사태를 불러온 것이다. 

토지이용의 극대화란 명목으로 자연을 농단한 사례는 얼마든지 목격할 수 있다. 산기슭을 깎아 만든 고층아파트, 주택, 펜션 등은 전국에 수 없이 널려 있다. 정교한 토목기술을 동원해 안전공법으로 시공되었다고 하지만, 하늘이 내리는 물폭탄을 피할 도리는 없는 것이다. 이번에 폭우로 무너진 춘천의 펜션은 이런 대표적 사례다.

현재 전국 곳곳에서 산을 깍아 만들어지고 있는 수많은 도로들이 이상기후의 소용돌이에 견딜 수 있는지 의문이다. 물론 그중에는 주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의미 있는 사업도 있다. 하지만 지자체의 예산확보와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선심용으로 마구잡이로 챙겨 벌어지고 있는 ‘전시성 유령 도로’가 훨씬 더 많은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들은 많은 경우, 자연 파괴와 지역 공동화(空洞化)를 유발하는 등 지역민에게 도움이 안되고 토건회사와 부동산업자만 이익 보는 사업이다. ‘재난 위험지역’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녹색성장’을 주창해왔다. 그런 정부하에서 산림규제를 대폭 완화해 택지ㆍ공장 등 다른 용도로 전용된 산지 면적(2009년 6850ha, 2007년 1753ha)이 급증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4대강 사업은 강을 직선화하고 깊게 준설하여 물을 가두는 방식이다. 경인 운하, 주로 강ㆍ하천둑에 시멘트를 발라 전국을 연결하는 2천km가 넘는 자전거 도로 건설은 또 어떻게 이해해야하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생태계 복원이 아니라 파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옛날부터 우리의 조상들은 대홍수가 인간의 죄에 대한 신의 노여움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했다. 수메르 신화 <길가메시 서사시>나 구약성서 <창세기>의 노아의 방주같은 에피소드가 대표적인 홍수설화일 것이다. 여러 민족의 신화에 남아있는 자연재해에 대한 ‘인간의 원죄론’을 현대인들이 외면하고 잊어 버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러한 불감증의 대가가 얼마나 비싼 것인지 알게 될날이 곧 올지 모른다.

▲ 권영후 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장
급격한 도시화와 기상이변으로 인한 새로운 형태의 ‘대홍수’가 국가적 긴급 과제로 대두되었다. 이번 재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기위해서는 국가 전반의 재난 예방체계와 기준을 높이는 것 못지않게 위험관리에 대한 의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일상화된 위험사회’를 성찰하는 공론의 장도 지속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앞날에 재앙을 불러올지도 모를 대규모 토건 사업이나 표를 얻기 위한 ‘전시성 사업’은 과감히 중단시키고 재자연화(복원)해야 한다. 이제부터 제대로 된 ‘녹색성장’을 해보자. / 권영후 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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