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 신청 과정서 제주미협-도립미술관 갈등 ‘골’

▲ 24일 제주도립미술관 대관 관련 마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제주미협 김성환 회장(가운데)과 송재경 부회장(오른쪽), 문창배 사무국장(왼쪽).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제주지역 미술인들의 축제장 ‘제20회 제주미술제’가 주최측과 제주도립미술관 사이의 마찰로 갈 곳을 잃었다.

제주미술제를 주최하는 (사)한국미술협회 제주도지회(제주미협)는 23일 이사회를 열고 ‘제20회 제주미술제’를 도립미술관에서 개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전시 장소와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제주미술제는 제주미협이 주최하고 탐라미술인협회와 한라미술인협회 등 3개 단체와 도내 아마추어 작가가 함께 하는 명실상부 제주지역 미술인들의 축제장이다. 150~170명이 참여한다.

특히 이번 제주미술제는 20주년을 맞아 우수작가 선정과 청소년 미술제, 교육 프로그램 등 풍성한 행사들로 마련됐다.

축제의 장이 돼야 할 ‘제20회 제주미술제’가 미술인들과 미술관 측 사이의 잡음으로 시작 전부터 멍들고 있다.

표면적인 문제는 대관 신청 과정에서 생긴 불협화음이다.

제주미협에 따르면 지난 2월 이전부터 부현일 제주도립미술 관장은 주최측에 별도 신청 과정 없이 대관 일정을 잡아주겠다는 구두 약속을 했다. 하지만 또 다른 미술관 관계자가 “조례상 대관을 해주지 않는다”는 다른 답변을 하면서 혼선을 빚었다.

부 관장이 이를 정정했지만, 미술관 측이 전시 일정을 주최측이 요청한 12월이 아닌 10월 말로 제시하면서 또 다른 마찰이 발생했다. 20년 동안 12월에 개최해 왔던 연례 사업의 일정을 함부로 바꿀 수 없다는 제주미협의 주장에 도립미술관 측은 다른 기획전시 일정이 잡혀 있어 요구대로 할 수 없다고 맞섰다.

제주미술제 대관 신청 과정에서 미술관 측이 ‘출품 작품 목록’을 요구하면서 다시 잡음이 일었다. 단체전의 경우 대관 일정 등이 정해진 후 작가들에게 공문을 접수 받는 관례를 이해하지 못한 행정의 태도에 제주미협은 반발했다. 부 관장이 다시 이를 정정했지만 제주미협 측은 “제주도립미술관 측이 주먹구구식 대응을 하는 등 제주미술제에 대한 대관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주장,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주최측은 “올해 20주년을 맞은 제주미술제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주 미술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차원에서 제주도립미술관 대관을 희망했다”면서 “제주도립미술관이 제주미술인들을 배제하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도립미술관 측은 “일부 공무원들의 시행 착오가 있긴 했지만 이를 곧바로 정정했고, 대관 일정을 번복했다는 주장은 오해”라며 “일방적으로 원하는 일정을 마음대로 정할 수도 없고 전시 일정이 비어있는 기간을 찾다보니 부득이 10월 대관 일정 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선 허술한 도립미술관 운영 조례가 이 같은 혼선을 낳았다는 지적이다. ‘제주도립미술관 설치 및 운영 조례 시행규칙’에는 대관허가신청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뿐 별도의 신청 기간 제한이나 조건, 대상 등 명확한 규정이 정해져 있지 않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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