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레인보우] 다양성 영화 공동체 상영 위한 ‘제주 계모임’ 눈길

제주지역엔 영화관이 총 5개다. 전국 유통망을 가진 영화관들의 모든 상영관을 합치면 37개 관에 달한다.

하지만 비슷비슷한 상업영화들로 도배된 극장들에서 소수의 목소리, 다양한 목소리를 만나고 싶은 욕구를 해소하기는 어렵다.

이런 가운데 자신들의 영화 선택권을 상업 자본주의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이들이 만든 ‘계모임’이 있어 눈길을 끈다.

‘공동체 상영’ 방식으로 독립영화 등 다양성 영화를 지역 사회에 소개하려는 ‘독립영화 공동체 상영 계모임’(독립영화 계모임)이 주인공이다.

▲ 지난 7월 열린 '독립영화 공동체상영 계모임' 첫 번째 상영회 모습. ⓒ제주의소리

공동체 상영은 배급망을 갖지 못한 독립영화 배급사와 이들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영화팬들의 욕구가 맞아 떨어진 데서 시작됐다.

부담 없는 비용으로 단체 등에 영화를 DVD 등의 형식으로 대여해 주는 방식이다. 편당 관객수에 따라 30만원에서 100만원 사이다.

제주에서도 미국의 상업화된 의료 시스템을 고발한 영화 ‘식코’와 ‘경계도시2’ 등이 공동체 상영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

단체가 주도한 경우가 많았고 ‘다양성 영화’를 안정적으로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독립영화 계모임’은 매달 1만원 회비를 내는 계원을 20명 이상 모집하는 방식으로 정기적으로 상영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계원들은 이메일 등을 통해 보고 싶은 영화를 선정하고 날을 정해 교육문화센터 ‘자람’에서 상영회를 갖는다.

지난 7월 게이들의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다룬 독립 다큐멘터리 ‘종로의 기적’(감독 이혁상.2011)이 첫 상영된 데 이어 오는 23일 오후 7시30분에는 ‘그을린 사랑’(감독 드니 빌뇌브)이 상영된다. 베니스영화제와 선댄스영화제 등에서 호평 받았던 작품이다.

▲'독립영화 공동체상영 계모임' 아이디어를 낸 정다움 씨. ⓒ제주의소리

독립영화 계모임의 아이디어를 냈던 정다움 씨는 “제주에는 다양성 영화를 원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지만 이를 실제로 경험하는 것은 제한적이었다”면서 “개인적으로도 다양한 영화를 보고 싶어서 고민하던 차에 ‘공동체 상영’ 방식을 활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 씨는 “어딘가에서 보여주길 기다리기 보단 수요가 있으니 이들을 모아 시작했다”면서 “앞으로 층이 두터워 지고 넓어지면 영화관이나 도정에서도 뭔가를 시도하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고 싶은 영화를 보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런 취지로 모임이 시작돼서 좋다, 더 자주 영화들을 봤으면 좋겠다는 반응”이라며 “또 다른 발전된 형태로 나아갔으면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상영 당일 현장에서 계원으로 모집하거나 독립영화 공동체 상영 계모임 웹페이지(http://jejungo.net/main/indimovie)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거대 배급 시스템을 거부한 작은 움직임이 일으킬 파동이 주목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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