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범 칼럼] (6) 리더는 투자로 성과를 만든다

HP의 데이비드 팩커드가 수행원을 데리고 공장을 방문했을 때, 한 작업자가 플라스틱 금형을 만들고 있었다. 팩커드가 무심결에 그 금형에 손을 대려고 하자 그 작업자는 “손대지 마시오.”라며 큰소리로 제지했다. 팩커드의 수행원이 “이 분이 누구인 줄 아느냐?“라고 물으니, 작업자는 ”누구든 상관없어요. 왜 내 작업을 방해하는 거요?” 라고 말했다. 그러자 팩커드는 “미안합니다. 사전에 양해를 구했어야 했는데. 우리 회사에 당신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 자랑입니다”라며 그 직원에게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이 일을 계기로 팩커드는 조직 경영에 많은 변화를 주었다. 특히 인센티브 제도를 적용하여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하는 한편,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았다. 이런 HP의 제도 개선은 경영의 탄력성을 가져와서 더욱 성장하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

리더는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난 후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예측하고 대처해야 한다. 유리한 상황 조성은 인적 물적 투자가 적절하게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리더는 투자에 대한 정확한 해석을 해야 한다. 小貪大失 (소탐대실) 작은 것을 탐하다 보면 큰 것을 잃을 수 있다. 상대에게 작은 이익을 제공하는 것은 결코 손해가 아니다. 손자병법 허실 편에도 투자에 대한 말이 나온다.  能使敵人自至者 利之也(능사적인자지자 이지야) ‘적을 오게 하려면 이익을 주라’는 말이다. 투자 없이 수익 창출을 기대할 수는 없다. 물론 상황을 무시한 투자도 위기를 맞게 되겠지만, 과감한 투자로 새로운 수익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다면 비중을 계산해서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러면 어디에 투자를 해야 하나?
 
첫째, 인적 재산에 투자하라
유비가 제갈공명을 스승으로 받드는 모습이 관우와 장비에게는 보기 좋지 않았다. 어느 날 이들이 유비를 찾아가 불만을 나타내자 유비는 “오늘날 내게 공명이 있음은 물고기가 물을 얻는 것과 같다.”라고 말하며 두 아우를 타일렀다. 水魚之交(수어지교)의 말이다. 채용했으면 믿고, 믿지 못하면 채용하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그들을 채용했으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둘째, 경험에 투자하라
‘잘못된 길이 지도를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잘못된 경험은 같은 잘못을 부르지 않는다.
1914년 12월 9일 한 공장에 불이 났다. 손해액은 200만 달러에 달했고, 그가 평생 동안 연구해 온 것들이 하루 아침에 재로 변해 버렸다. 모든 것이 불에 의해 사라져 버렸지만 그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실수까지 다 타버렸다.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3주 후 그는 세계 최초로 축음기를 발명한다. 그가 바로 토마스 에디슨이다. 경험은 버려지는 것이 아니고 축적되어 가는 것이다. 경험을 통해 반복된 실수를 줄여 성과의 돌탑을 하나하나 쌓아야 결국에 원하는 모습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다.
 
셋째, 가치와 비전에 투자하라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 건립된 디즈니랜드 개관식에서 한 축하객이 5년 전 죽은 월트디즈니를 생각하며 “오늘 그가 이 화려하고 웅장한 모습을 보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며 아쉬워하는 말을 했다. 그러자 그에게 월트디즈니 부인은 “그 분은 이미 이 모습을 보았습니다. 디즈니랜드를 세우겠다는 비전과 꿈을 가진 그날부터 그분은 언제나 오늘 이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스스로가 그린 완성된 그림을 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을 그릴까를 생각하고, 스케치와 물감 칠하기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런 과정이 누락되거나 과정이 바뀌면 원하는 그림을 볼 수 없을 것이다. 과정관리와 열정적인 노력에 아낌없이 투자해야만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
 

▲ ▲ 박호범 제주카네기연구소 소장. ⓒ제주의소리

애플의 CEO였던 스티브 잡스가 최근 췌장암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가 창조하고 바꾸어 놓은 새로운 세상이 놀랍고 가치로운 만큼, 앞으로 그를 통해 만날 수 있었을 새로운 문화를 기대할 수 없는 아쉬움이 그를 잃은 상실감을 더 크게 한다. 그는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사람에게 투자했고, 자신의 경험과 직원의 경험에 투자해서 사회 트렌드를 변화시켰다. 앞으로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이 다시 나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그처럼 비전과 꿈에 투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어떤 새로운 제품이 만들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스티브 잡스)와 같이 한다”고 말한 애플 직원의 말처럼 트렌드를 앞서가는 생각을 가진 리더에게는 분명 스티브 잡스를 추월하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가 바로 우리 제주도민이라면 더 좋을 것이다. / 박호범 데일카네기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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