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도불 50주년 제주서 장식하는 방혜자 화백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빛’을 통한 치유의 그림 그리기에 몰두해온 방혜자(75) 화백이 제주에서 반세기 미술 인생을 정리하는 전시를 가져 화제다.

방 화백의 도불 50주년 기념 전시 ‘빛에서 빛으로’가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에서 29일 오후 3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내년 4월 1일까지 진행된다.

한국 서양화단을 대표하는 방 화백의 첫 제주 전시인데다, 언제 다시 찾아올 지 기약할 수 없는 전시여서 관심을 끌고 있다. 게다가 2000년대 이후 방 화백의 주요 작품들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기도 하다.

▲ 제주에서 도불 50주년 기념 전시를 갖는 방혜자(75) 화백.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개막 전날인 28일 찾은 갤러리 내부는 온유한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부직포에 자연채색을 한 그림들은 깊은 어둠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반드시 따뜻한 빛을 배고 있었다.

작가 역시 그림을 닮아 있었다. 작은 몸집의 방 화백은 느리고 여리지만 인상 깊은 이야기를 펼쳤다.

1961년 프랑스 유학을 떠나며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벌여온 방 화백은 당시 한국을 “어둡고 암울했다”고 회상했다. 군부 독재가 시작되던 때였다. 당시 그의 나이 24살이었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 생활을 하다 얻은 폐질환으로 몸이 극심하게 약해진 그에게 희망은 그림이었다.

어린 시절 방 화백의 소질을 알아본 선생님이 해준 “그림은 손재주가 아닌 마음으로 그리는 것”이란 응원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던 터였다.

경성사범을 졸업한 아버지와 이화학당을 나온 어머니 밑에서 자란 방 화백은 자연과 예술적 감성을 품고 자랐다.

약한 몸을 한 채 ‘문화의 도시’ 파리 행을 강행한 것도 새로운 세계에서 자유롭게 예술 활동을 하고 싶다는 열망 대문이었다. 파리 생활도 쉽지는 않았다. “뿌리 뽑힌 나무가 황무지에 뿌리를 내린 것처럼 살았다”고 말했다.

도불 이후 50년이 흘렀다. 프랑스인 한국학 교수와 결혼하고 프랑스인을 대상으로 서예를 지도하며 아름다운 한국 문화를 전달하는 일을 했다.

꿈의 도시 파리에서 수많은 미술적 성과도 이뤄냈다. 방 화백은 수십 년간 연구한 결과인 독특한 자연색채 표현법을 찾아낸다. 광물성 안료와 식물성 염료, 흙 등 천연 재료로 만든 색채다.

방 화백은 “환경적으로 열악한 시대에 천연 재료를 통해 내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자연의 숨결을 받아들이길 바란다. 빛 한 점이 평화와 사랑을 심는 씨앗이라는 심정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말했다.

▲ 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 로비에 설치된 방혜자 화백의 작품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방 화백의 이번 전시는 백운철 돌문화공원 총괄기획단장과의 오래전 인연을 계기로 성사됐다.

방 화백의 도불 50주년 기념 전시는 프랑스 파리 노르망디시와 서울 현대갤러리에서 먼저 진행됐다. 상징적인 두 나라의 수도 전시에 이어 지방 전시는 제주가 유일하다.

5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이자 첫 번째인 제주 전시에 대한 느낌이 궁금했다.

방 화백은 “자연 화산이 터지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흙, 돌, 공기, 오름들이 조화롭고 아름다운 곳이다”며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 여러 나라의 지인들이 이번 전시를 찾는데 그들에게 내 그림이 아닌 가슴 벅찬 제주의 아름다움을 보러 오라고 말했을 정도”라고 했다.

그는 “제주 선전 많이 해드릴게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29일 개막식에는 프랑스 시인이자 평론가인 샤를르 쥘리에(Charles Juliet)의 시낭독과 프랑스 다큐멘터리 작가인 필립 몽쉘(Philippe Monse)의 ‘방혜자-빛의 노래’ 상영이 진행된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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