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C대학생아카데미] (8) 박찬호·이승엽 선수 ‘성공론’

“박찬호 선수의 자기 관리, 이승엽 선수의 최고 위한 집념. 이 두 가지를 가지고 사회에 나설 준비를 해야 합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야구스타에서 ‘편파중계’ 야구 해설위원으로 변신한 마해영(41) 씨.

그가 1일 오후 제주대학교 아라뮤즈홀에서 제주지역 청년들의 리더십과 글로벌 마인드를 키우는 ‘JDC대학생 아카데미’ 여덟 번째 강사로 나섰다.

▲ 마해영 해설위원.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마 해설위원은 치열한 프로야구 세계 경험담을 들려주며 청중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고등학교 팀을 졸업해서 프로야구선수 지명을 기다리는 선수가 1년에 700여명, 대학 출신자가 300여명이다. 총 1000여 명 중 100명이 프로에 입단한다. 여러분은 100명 중 기억하는 이름이 얼마나 되나. 이름만 대면 아는 선수는 이중 10명도 안 된다. 결국 100대 1의 경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1995년 롯데 자이언츠에 함께 입단한 선수들이 은퇴할 때 아무도 없었다”

그야말로 ‘야생’의 세계다. 마 해설위원은 “여기 있는 분들은 여러 선택을 할 수 있지만, 프로 야구선수에겐 두 가지 선택밖에 없다. ‘성공’ 아니면 ‘실패’다”라고 했다.

성공에도 ‘비결’이 있었다. 마 해설위원은 그와 함께 야구 생활을 지낸 박찬호와 이승엽 선수를 들었다.

마 해설위원은 아마추어팀 상무 시절에 박 선수와 함께 국가대표 생활을 했었다. 당시 마 해설위원이 대학 4학년, 박 선수가 대학 1학년이었다.

▲ 마해영 해설위원.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왕고참인 나와 소위 ‘심부름꾼’ 막내인 박 선수가 한 방을 썼었다. 그때도 박 선수는 몸이 굉장히 좋아 같이 있을 때 나는 옷을 벗지 못할 정도였다. 내가 먼저 샤워를 하고 박 선수 차례가 되자, 찬물과 뜨거운 물을 차례로 받아 냉온탕을 몇 차례 오갔다. 급격한 온도 차이에 적응하기 위해 몸이 강해진다. 냉수와 온수가 차길 기다리는 동안 팔굽혀 펴기를 했다. 그리곤 개인적으로 사 온 타박상 약 등을 컨디션이 좋지 않은 부위에 붙이고, 다시 팔굽혀펴기를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인사하고는 다시 팔굽혀 펴기를 한다”

이쯤 되니 청중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마 해설위원이 짐짓 진지하게 다시 이야기를 이었다.

“박 선수의 근력이 타고난 게 아니었다. 철저히 준비된 선수였다. 대표팀 생활할 때 해외 경기 때마다 박 선수 때문에 메이저리거 스카우터가 경기장을 찾고는 했었다”
친정팀 롯데 자이언츠에서 2000년 트레이드 되는 일이 벌어진다. 당시 마 해설위원은 삼성에서 3년 동안 이승엽 선수와 함께 활동한다. 마 해설위원은 “3년 동안 (이승엽 선수를) 한 번도 못 이겼다. 내가 홈런 하나를 치면 이 선수는 두 개를 치는 식”이라며 웃었다.

이 선수는 ‘1등 성적’에 만족하는 법이 없었다고 했다. 마 선수는 이 선수의 이런 점을 두고 ‘욕심쟁이’라고 말했다.

“2001년 내가 홈런 30개를 쳤다. 이 선수는 39개를 쳤다. 그러고도 나보고 타격 폼을 봐달라고 했다. 나는 ‘바꿀 이유가 없다’고 했지만 이 선수는 바꾸고야 만다. 그리고 성공한다. 더 많은 홈런을 친다. 타자들이 타격 훈련 도중 감이 좋지 않으면 더 많은 훈련을 위해 30분 정도 더 빨리 오곤 하는데, 이 선수는 1시간 일찍 도착하곤 했다.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음에도 끊임없이 발전적으로 잘 하려는 친구로 기억한다”

그는 “여러분이 사회에 나가기 전 박찬호의 자기 관리와 이승엽의 최고 위한 집념을 갖고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강연이 끝난 뒤 마해영 해설위원에게 사인을 해달라는 청중들이 줄을 이었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마 해설위원이 무엇보다 강조한 것은 ‘정신 건강’이었다.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야구선수들도 ‘부상’ 앞에서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고 했다. 부상의 대부분은 정신 건강 ‘이상신호’라는 것.

“언제나 중요한 경기에 앞서 100%까지 자기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진정한 프로다. 하지만 선수 일부는 시합 전날까지 담배 피고 술을 마신다. 당일 아침까지 마시는 경우도 봤다. 집중력이 떨어져 다칠 수 있다. 언제나 준비가 완벽히 되지 않았을 때 급하게 힘을 쓰게 된다. 100m를 달려야 하는데 준비가 안 돼 있으면 지기 싫어서 급하게 달린다. 모든 부상의 70% 이상은 준비, 자기 관리 부족이다”

이제 막 입단한 선수들에 대한 애정 어린 우려도 쏟아냈다.

“어려운 생활에서 운동하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 이들은 입단 초기 3~4억 정도를 받는데, 이를 어디에 썼냐고 물어보면 다수가 빚을 갚는데 썼다고 한다. 집에 쌓였던 빚을 갚고, 집을 사는데 돈을 쓴 이들은 졸지에 집안의 가장이 된다. 프로 정신이 생기기도 전에 마음 가짐이 달라지는 어린 선수들을 많이 봐 왔다”

한 해만도 100경기를 해설하는 그는 타석에 들어선 타자의 표정만 봐도 승패를 가늠할 수 있다고 했다. ‘불안감’이 비치면 이미 절반은 졌다고 했다.

“페널티킥 키커(kicker)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가 ‘나는 오른쪽 구석에 찔러 넣고 안정환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생각하는 것과 ‘이 골을 못 넣으면 어쩌지’라고 생각하고 차는 것은 다르다. A급 선수는 주자가 없으면 긴장감이 없다며 재미를 못 느끼고, B급 선수는 나에게 기회가 오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한다”

마 해설위원은 “프로선수든 사회인이든 몸 건강과 함께 정신이 건강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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