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학연구센터 세미나서 전문가 사이 우선순위 의견 엇갈려

▲ 제주학연구센터 개소 기념 '제주학의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세미나'.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제주학연구센터의 연구 우선순위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 엇갈린 의견을 보였다.

제주발전연구원(원장 양영오)은 2일 제주상공회의소에서 제주학연구센터(센터장 문순덕) 개소 기념 ‘제주학의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제주학연구센터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관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내년부터 본격 운영될 제주학연구센터의 운영계획에 반영하기 위해 열린 자리다.

이 자리에는 주강현 제주대학교 석좌교수의 ‘제주 인문환경 연구의 새로운 접근’, 조동오 한국해양대학교 교수의 ‘제주 해양환경 연구의 새로운 접근’ 주제 발표가 이뤄졌다.

이어진 토론에는 고재원 제주문화유산연구원 부원장, 김준택 제주도의회 정책자문위원, 정광중 제주대 교육대학 교수, 정상배 제주자연학교장, 조규익 숭실대 교수, 최낙진 제주대 교수, 현승환 제주대 교수 등 모두 7명의 전문가가 나섰다.

▲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주 교수는 “‘융복합 연구’가 제주학연구센터의 주 연구기능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교수는 “현재 설정돼 있는 연구분야는 문제가 있다”며 “오늘의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융합연구”라고 주장했다.

제주학연구센터 기본계획상의 핵심 연구분야는 인문학분야, 사회과학분야, 자연과학분야, 중점특화사업 연구지원사업 등으로 분류돼 있다.

주 교수는 “제주학에 걸맞은 통합적 주제를 능동적 연구하는 센터로 기능해야 한다”며 “기금 지원에 있어서도 융복합 연구에 우선권을 주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제주학 아카이브 구축’과 관련해서는 “전문 연구자나 연구소는 물론이고 일반 시민사회 역량까지 참여할 수 있는 접근 방식과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1980년대 이래 진행된 주민 생애사 아카이브운동과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의 구술사연구센터가 소장한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8천개의 녹음 테이프를 예로 들었다.

고재원 제주문화유산연구원 부원장은 ‘융복합 연구 필요성’에 동의하면서 “해외에 산재돼 있는 제주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해외 지역학의 연구 결과를 도내에 소개하는 동시에 도내 연구 성과를 해외에 소개하는 역할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조규익 숭실대 교수는 연구 범위와 연구자 구성을 도외로 확대시킬 것을 강조했다.

조 교수는 “외부와 활발하게 교류할 때 정체성이 분명히 드러난다”며 “외지인 제주학 연구자들도 비상근, 명예 연구자 형식으로 끌어들여서 제주에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새로 시작하는 제주학연구센터는 전통적 제주학 방식을 벗어나 연구 영역과 연구자 구성 등에서 외연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주장들이다.

반면 제주학연구센터가 갖고 있는 열악한 재정 등의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해 기초 연구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 2일 제주발전연구원에서 열린 제주학연구센터 개소 기념 '제주학의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세미나'에는 기존 제주학 연구자와 민간 연구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최낙진 제주대 교수는 “한정된 자원을 고려하면 ‘세계로 향하는 제주학 정립’ 같은 구호에 가까운 비전 보다는 소박하지만 내실 있는 본연의 기능을 찾아야 한다”며 “기초자료를 모아주는 역할, 아카이브 구축에 우선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융복합 연구’에 대해선 “일부 관련 연구 과정에서 유행을 따르거나 열매만 취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하고 “제주학연구센터는 1차 자료를 모아야 하고, 2.3차 연구는 개인 연구자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현승환 제주대 교수는 “사라져가는 제주학 기초자료 수집이 1차적으로 필요하고 이를 모아 2차적으로 융복합 연구로 나아가야 한다”고 단계적인 발전 방안을 이야기 했다.

이날 세미나에선 ‘뻔한 연구비’와 ‘별도 공간 부재’에 대한 쓴 소리도 나왔다.

현 도정의 순수 연구분야 지원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일부 토론자들의 ‘뻔한 연구비’ 발언으로 이어졌다.

‘별도 공간 부재’는 제주학연구센터가 다른 연구자들을 맞을 공간도 없이 제주발전연구원 사무실 한편에 자리한 것에 대한 주 교수의 지적이었다. 양영오 제주발전연구원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제주학연구센터의 별도 공간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날 세미나에 이어 제주학회와 제주학연구센터가 공동 주최하는 두 번째 세미나가 11월 중 열릴 예정이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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