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C대학생 아카데미] (10) 이주여성 배우, 한국의 ‘다문화’를 말하다

“왜 한국사람들은 이주노동자나 이주여성들이 스크린 가득 잡히면 부담스러워 하는 거죠? 외계인이나 괴물, 귀신은 대체 어떻게 참고 보나요?”

최근 영화 ‘완득이’에서 새내기 영화인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린 이주여성 이자스민(34) 씨가 15일 ‘JDC대학생 아카데미’ 강단서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개봉 3주 만에 관객 350만을 달성한 ‘완득이’에서 주인공 완득이 엄마역으로 나온 이 씨는 미스 필리핀 출신 의대생이란 화려한 경력이 더해지며 눈길을 모으고 있다.

사실 이 씨는 영화 출연 경력자다. 지난해 영화배우 송강호와 강동원이 주연한 영화 ‘의형제’에 이주여성 뚜이안 역으로 출연했었다.

▲ 영화 '완득이'에서 주인공 완득이의 엄마 역으로 눈길을 끈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 이자스민 씨.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영화 ‘의형제’는 첫 영화라는 것 말고도 이 씨에게 특별하면서도 충격적인 일화를 남겼다.

“나는 첫 영화 출연에서 대사와 이름까지 얻어 기뻤다. 송강호·강동원 씨와 한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 개봉 후 감독님의 인터뷰 기사는 충격적이었다. 그는 ‘사람들은 외국인을 큰 화면으로 보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한다. 외국인 여성을 타이트하게 잡은 장면이 있었지만 최종 편집 단계에서 원경 숏으로 대체했다’고 했다. 내가 더 큰 화면에 나올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웃음)”

이어서 그는 “영화에는 괴물에 외계인, 귀신까지 나오는데, 스크린에서 외국인이 나오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외국인들만 나오는 할리우드 영화는 대체 어떻게 보느냐”고 반문했다.

영화 ‘완득이’ 속 완득이 엄마에 대해선 “너무 답답한 여자”라고 평했다. 그는 “아들을 떠난 마당에 왜 그렇게 밖에 살지 못한 건지 아쉬웠다”고 평했다.

이 씨는 “‘완득이’에는 몸이 불편한데다 옥탑방에 살 만큼 가난한 이들이 등장한다”며 “하지만 그 속에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가슴 따뜻한 영화”라며 작품에 대한 애정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 이자스민 씨.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최근 이 씨가 주목받은 것은 영화 보다 더 영화 같은 그의 인생기가 알려지면서였다.

이 씨는 17년 전인 10대 때 한국인 남편을 만나 1년 반의 열애 끝에 결혼해 한국에 왔다. 미스 필리핀 출신 의대생이던 그는 결혼을 위해 학업도 포기했다.

이후 두 아이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다 이주여성들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방송일을 시작했고, 다문화 가정 네트워크인 ‘물방울 나눔회’를 결성하기에 이른다.

필리핀 출장 온 한국인 남편의 사각턱이 슈퍼맨을 닮은 것에 반해 “저 남자와 결혼해야겠다”고 다짐했다는 이 씨. 그는 “한국에 시집 왔더니 시아버지와 시동생은 물론이고 슈퍼마켓 아저씨도 모두 사각턱, 슈퍼맨이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 씨 가족은 행복한 삶을 꾸려가고 있지만 이들에 쏟아지는 시선은 불편하다고 고백했다.

그는 특히 ‘왜곡된 미디어의 시선’을 꼬집었다.

▲ 이자스민  씨.ⓒ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국내 방송활동 7년 경력의 이 씨는 “방송은 웃기거나 울리거나 둘 중 하나”라며 “‘다문화 가정’에 대해선 감동을 전해야 하다 보니 이주여성에게 가난한 나라에서 왔고, 문화·사회·언어 부적응자이고, 사회적 배려 대상자라는 이미지를 심어 놓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왕따’이기 일쑤고, 이들의 아빠는 농촌 출신의 노총각이고, 학력이 낮은 데다 경제적 능력도 부족하게 비춘다”고 했다.

이 씨는 또 다문화 가정 관련 공익광고를 보여주며 “왜 여기 등장하는 여자는 동남아 출신이어야 하고, 허름한 한옥집에 살며, 영상은 또 왜 세피아 색으로 담느냐”며 “짠한 느낌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문화’라는 꼬리표가 아쉽다. 그는 “처음엔 ‘다문화’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우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구나’란 생각에 반가웠다. 그런데 지금은 기존의 ‘혼혈아’와 같이 정상적인 그룹과 구분 짓는 단어가 됐다”고 꼬집었다.

이 씨는 “사람들의 편견에 ‘밸런스(균형)’를 맞추고 싶다”고 말했다.

“다문화 가정을 언제나 적응하지 못하고, 항상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본다면 주저 앉고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짠하고 불쌍하다는 마음이 든다는 이유로 무심코 던지는 ‘잘못된 배려’도 많다. 다문화 가정 아이를 둔 부모에게 ‘정말, 잘 키웠다’는 말조차 편견에 기초한 문제 의식을 갖고 바라본 것이다. 상처가 될 수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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