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밥상 다른 세상] 생명사랑 채식실천협회 대표 고용석

기상이변이 일상화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온난화가 되돌릴 수 없는 지점을 건너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선진국과 유엔은 기후변화로 인한 파국을 막기 위해 식단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저탄소 밥상=건강 밥상’ 이란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식생활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캠페인이 ‘주1일 채식’과 ‘로컬 푸드’다. 곧 바로 행동을 취할 필요성과 단기간에 온실가스를 줄여 나가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미 환경과 식품 그리고 농업분야를 통합하는 한편 기후변화와 식품안전성 맥락에서 식생활교육을 전개하고, 깨어있는 시민을 양성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 미국과 유럽의 LCA 온실가스 연구서 배우라

우리나라도 청와대를 비롯하여 녹색식생활 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아쉽게도 식품으로부터 배출되는 온실가스에 대한 포괄적인 연구가 거의 없었다. 대체로 온실가스 분석에서는 패턴이나 시스템 보다는 개별가스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전체적 윤곽을 놓쳐 매우 중대한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반면 이를 보완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은 오래전부터 식품의 생산 및 이동, 폐기 등 모든 단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전 과정 평가(LCA = life-cycle assessment)에 관한 연구들을 계속 발표해 왔다. 이 연구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에 대한 문제는 얼마나 멀리 이동하는지가 아니라 음식이 어떻게 생산되는지와 깊은 관련이 있다. 

로컬 푸드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지역 식품을 섭취하는 여러 가지 사회, 환경적 이유 중 하나가 지구 온난화 억제다. 많은 사람들은 농장에서 식탁까지 이동하는 거리인 푸드 마일리지가 기후 변화에 초래하는 음식의 영향을 산출하는 손쉬운 방법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현지에서 생산된 식품을 구입한다 해도 식품과 관련 있는 온실가스 배출 중 80% 이상은 생산단계에서 발생한다.

우리가 강조하는 푸드 마일리지에 해당하는 운송 부분은 식품관련 온실가스 배출 중 11%만 차지했고 그중 불과 4%만이 생산자로부터 소비자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실제로 육류와 유제품을 더 적게 먹는 것이 지역 식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평균 미국 가정의 식품과 관련된 온실가스 배출을 더 효율적으로 낮추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카네기 멜론대학의 크리스토퍼 웨버 교수와 스콧 매슈스 교수가 수행한 LCA 결과다.

# 로커보어 될까, 채식주의자 될까?

푸드 마일리지를 줄이기 위해 1년 동안 지역식품을 구입(자동차로 1000마일 운행하는 온실가스 절약)하는 것보다 ‘주 1일 채식’을 하는 것(연간 1160마일 절약)이 더 온실가스에 감축에 효과적이다. 만약 채식주의자(주7일 채식)가 되면 ‘로커보어’(locavore,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나는 음식을 먹는 사람이나 그런 행위)의 7배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셈이다.

이 연구결과의 핵심은 더 이상 대중이 로커보어를 지향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로커보어가 많아질수록 기후 변화를 억제하는 힘은 커질 것이다. 다만 육류와 유제품 소비를 줄이고 채식하는 방안이 내 고장에서 재배한 식품을 섭취하는 것보다 더 적극적으로 기후 변화를 억제하는 방안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올해 이와 비슷한 ‘음식물의 에너지 소모량 및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이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원래 환경부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취지에서 연구를 의뢰했는데 예상외로 농림수산식품분야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다. 

우리나라는 식재료 생산과정에서 77%, 운송과정은 단지 2%, 조리 과정에서 21%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걸로 나왔다. 이 연구에서도 우리가 지역식품을 이용하고 제철 음식을 골라 먹고, 가족이 함께 모여서 식사하고 음식을 남기지 않더라도 이러한 행위가 더욱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채식위주로의 전환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은  제 아무리 자동차 효율을 높이더라도 밥상이 변하지 않고서는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 하이브리드카 타고 쇠고기? 아니면, 휘발유차 타고 칼국수?

평소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하이브리드카를 타고 다니는 A씨가 점심으로 쇠고기를, 반면 같은 배기량의 휘발유 차량을 쓰는 B씨는 칼국수를 먹은 경우의 예를 들어 보자. 35km를 달린 뒤 두 사람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비교해 보면 하이브리드카를 타는 A씨는 차량에서 3465g, 쇠고기 150g(온실가스 7.72kg배출) 을 먹고 온실가스 11kg 이상을 배출한다.

반면 B씨는 휘발유 차량에서 4900g, 밀가루 칼국수 200g(온실가스 100g배출) 을 먹고 온실가스 5kg을 배출한다. A씨가 하이브리드카를 운행하고도 온실가스를 2배나 배출한 것은 점심으로 먹은 쇠고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환경단체인 EWG에서 LCA를 적용하여 육류 소비와 연관된 온실가스 배출량만을 다룬 보고서가 발표됐다. 결과를 보면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채식위주로 전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일주일에 한 번만 햄버거 섭취를 줄이면, 자가용으로 512km(서울과 부산 거리)를 달렸을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 만큼을 줄일 수 있다. 또한 4인 가족이 일주일에 하루만 고기와 치즈를 먹지 않으면 5주 동안 자가용을 타지 않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리고 4인 가족이 일주일에 한 번만 쇠고기 스테이크를 먹지 않는다면 거의 3개월 동안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는 효과와 맞먹는다.

# 축산업 온실가스 배출이 전 세계 교통수단보다 더 많다고?

2006년 유엔은 축산업이 전 세계 교통수단(13.5%)을 모두 합한 온실가스 보다 훨씬 많은 온실가스(18%)를 배출한다는 충격적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국제적 과학자들과 세계은행은 유엔의 연구에서 발견된 오류와 간과했던 여러 요인을 보완하여 새로운 보고서를 2009년 12월 세계적 권위의 월드워치 매거진에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개별 종이나 특정 현장에만 중점을 두는 기존의 축산업에 관한 환경영향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축산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 전 과정 평가를 실시했다. 평가 결과 축산업이 인간 활동을 통해 발생하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최소 51%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저탄소 밥상'이란 무엇인가? 무엇보다 고기 섭취를 줄이고 채식위주로 식단을 바꾸는 것이다. 가능하면 에너지 사용과 푸드 마일리지 적은 제철에 나는 지역식품을 활용한 밥상이다. 직접 텃밭을 일궈 신선한 채소를 유기농으로 먹으면 온실가스 감축에 크게 도움이 된다. 텃밭은 정서발달과 자녀들 교육에도 유익하다. 이러한 밥상이라면 어찌 건강에 안 좋을 수 있겠는가?

▲ 고용석 생명사랑 채식실천협회 대표 ⓒ제주의소리 DB
여기에 근거하여 농림수산식품분야 녹색성장과 기후변화 대응의 일환으로 농림수산식품부는 ‘스마트 그린푸드(www.smartgreenfood.org)’ 운동을 펼쳐 나기기로 했다. 내년 초 교육 컨설팅에 들어가게 되며 내년 하반기쯤 실행될 예정이란다.

오늘날 환경과학의 성과는 기후변화와 밥상의 선택이 얼마나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는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개인적이고 사소해 보이는 밥상의 선택이 글로벌한 위기와 연결되어 있다니 이 얼마나 놀랍고 두려운 일인가? 또한 이 얼마나 결정적 기회인가? 우리 개개인이 기후변화 해결에 가장 효과적인 도구를 발견한 것이다.  가장 큰 문제에 대해 묻기 위해서 가장 개인적 문제, 즉 우리가 무엇을 먹는가에서 출발할 수 있다. 이제는 똑똑한 밥상을 차리자. 지구에 좋은 것이 건강에도 좋다!  / 고용석 생명사랑 채식실천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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