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피곤증(Crisis fati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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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주 칼럼] 3년 이상 지속된 높은 공포지수

위기피곤증은 나쁜 소식에 노출되는 기간이 너무 길게 되면 위기를 극복하려는 의욕은 사라지고 오히려 위기에 무감각해지는 현상을 말하는 의학용어다. 심리적인 면뿐 아니라 몸의 반응에서도 나타난다고 한다. 예를 들면 살에 상처가 생기면 통증을 느껴야 약을 바르거나 꿰매거나 할 텐데 만일 통증이 없다면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된다.

2008년 하반기를 글로벌 위기의 시작으로 본다면 이 위기는 이제 만 3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위기를 느끼는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들 가운데 시카고옵션거래소의 시장변동성지수(VIX), 일명 공포지수가 있는데 이는 향후 30일간의 주가변동폭 예측을 기반으로 거래되는 지수로서 이것이 20이 넘으면 주식시장이 매우 불안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런데 2008년 7월 이후 현재까지 총 40개월 가운데 20 이하로 내려간 적은 단 8개월 동안뿐이었다.

그리스 정부가 발행한 채권에 대해 원금의 절반을 잃어야 하는 많은 은행들이 "이것은 우리의 자발적 결정"이라고 말해야 하는 심한 언어왜곡에 대해서도 큰 저항이 없어 보인다. 국채 시장에서 할인율 7%는 한번 건너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루비콘 강으로 비유될 만큼 감당이 불가능한 높은 금리다. 수상 교체 이후 잠시 안정되는 듯했던 이태리 국채의 시장금리가 다시 7%를 넘어서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의회의 재정적자감축 슈퍼위원회의 합의안 제출 시한이 내일(11월23일)로 다가 왔다. 지난 8월, 정부의 부채 상한 증액을 놓고 벼랑 끝에서 싸우던 민주 공화 양당은 슈퍼 위원회라는 묘수에 합의했었다. 여야 동수의 12인 위원회로 하여금 향후 10년에 걸쳐 1조2000억달러 이상을 감축하는 방안을 제시하도록 한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증세를 반대하는 공화당과 지출을 반대하는 민주당의 입장이 변하지 않는데 슈퍼위원회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었겠는가? 합의안 도출은 처음부터 기대할 수 없는 것이었다. 여야 정치권이 조금도 양보하지 못하는 것은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3년 이상 지속된 높은 공포지수

경제에 진전이 없고 정치도 해결 능력이 없는데 지난 10월 중의 미국 다우 지수는 12%나 상승했고 이달 들어서도 1만2000 기준선에서 크게 후퇴하지 않았다. 슈퍼위원회의 실패가 분명해지면 다소간의 충격이 없지 않겠지만 11월과 12월은 추수감사절과 성탄절이 있는 달이다. 필요하고도 절박한 처방은 미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경제의 위기피곤증과는 대조적으로 군사적 긴장은 새롭게 조성되고 있다. 특히 중국과 미국의 이해관계가 경제적인 차원을 떠나 군사적 대치로 발전되는 기미가 없지 않다.

지난 주말 인도네시아 발리에서의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서는 회원국 18개중 16개 국가의 정상들이 중국의 남중국해 통제에 대해 한마디씩 던져서 중국을 수세에 몰았다고 한다. 미국 대통령이 처음으로 참석한 행사였다.

그밖에 미 해병대 2천500명이 호주에 주둔하기로 했고 필리핀에는 인도의 해군기지가 설치된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과 파네타 국방장관이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하는 대신 아시아에서의 군사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발언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내용의 국제원자력기구(AIEA)의 보고서가 나온 11월 8일 이후 이스라엘은 이란 선제공격 필요성을 거론하는가 하면 프랑스 등 서방 외교가는 중국과 러시아의 미온적 자세가 이란 문제를 꼬이게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란 원유의 최대 소비국은 중국이기 때문에 이란에 대한 공격은 중국에 대한 간접적 공격이 될 수도 있다.

아마노 유키야 사무총장이 이끄는 국제원자력기구가 전임 엘바라데이 때에 비해 독립적이지 못하다는 인식이 없지 않은 가운데 본문의 길이가 15쪽에 불과하고 근거자료의 출처도 분명하지 않은 이 보고서는 전쟁도구로 화할 위험성도 있다.

중-미 간의 군사적 긴장관계 우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제주의소리
미국 헤리티지 재단은 경제회생을 위한 정부지출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음을 주장하는 한 연구자료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밝히고 있다.

1929년 5%에 불과했던 미국의 실업률은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 기간 중 단 한번도 20% 미만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1937년 뉴딜 제2단계 조치 이후는 오히려 더 상승했다. 1939년에 세계2차 대전이 발발했고 미국은 1941년에 참전을 결정했는데 미국의 실업률이 다시 5%대로 돌아온 것은 1942년이었다.

경제의 위기피곤증이 군사적 대결의 위험에 대한 무감각증으로 이어지면 정말 곤란하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이 기사는 '내일신문' 제휴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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