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밥상 다른 세상] 제주관광대학교 김란영 교수

사람의 성장과정에서 일 년간 자신의 몸무게가 3배로 성장하게 되는 시기는 언제일까? 바로 생후 1년 시기이다. 이때가 일생 중 성장이 가장 빠른 시기이고 다음이 사춘기다.

성장한다는 것은 세포수의 증가를 의미하며, 세포를 구성하는 성분이 많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성분이 단백질이다. 이렇게 되니 아이 성장을 걱정하는 부모들이 단백질 섭취에 노심초사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일반적으로 영양학계에서 단백질에 대한 권장량은 몸무게 1kg당 0.8g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단백질 섭취량인 경우 통계학적 수치로만 이미 권장량의 두 배를 넘어섰고,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훨씬 많은 양의 단백질을 섭취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과잉 섭취된 단백질은 인체 내에 저장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간과 신장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작업을 해야 하고, 요소로 미처 변화하지 못한 암모니아가 인체 내의 각종 장기에 여러 부작용을 만들게 된다. 그러므로 단백질 섭취는 부족해도 안 되지만, 지나쳐서도 안 되는 것이다.

우리는 단백질의 우수한 공급원으로 단연 동물성 단백질을 꼽는다. 식물성 식품에는 단백질 성분이 있는지 의문이고, 만약에 있더라도 뭔가 불안전하여 반드시 동물성 단백질을 보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엄청난 ‘착각’이다.

3배로 성장하는 시기에 모유에는 단백질이 칼로리 비율로 7%가 들어 있다. 현미를 비롯한 대부분 곡식에는 적게는 7% 많게는 18.8%의 단백질이 들어 있어 결론부터 말하자면 곡식만 먹어도 단백질 부족은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33개국에서 다이어트와 골반 뼈의 골절 상관관계를 연구한 학자들은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면 할수록 그 만큼 더 칼슘이 빠져나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예상 밖 결과에 다른 요인을 조절하여 보았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단백질을 많이 섭취할수록 단백질과 관련된 산을 중화하기 위해 혈액 내 칼슘보다 더 많은 칼슘이 필요하여 우리 몸의 칼슘 창고인 뼈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그럼 쉽게 생각해서 유제품을 섭취하여 칼슘의 양을 늘리면 되지 않을까?

세계적으로 유제품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는 핀란드, 스웨덴, 미국, 영국 순이다. 그리고 골다공증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나라도 핀란드, 스웨덴, 미국, 영국 순이다. 과단백 과지방인 유제품이 골다공증을 일으킨다는 것은 믿지 않더라도 적어도 유제품 섭취가 뼈를 강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의사들의 의사’라 불리는 미국의 조엘 펄먼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채소에는 고기와 우유보다 칼로리당 단백질과 칼슘을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몸에서 합성할 수 없어 반드시 음식으로 섭취해야 하는 8가지 필수 아미노산 역시 모든 채소와 곡물에 많거나 적게 들어있어, 일상의 식단에서 잡곡밥에 반찬을 곁들어 먹으면 아미노산의 흡수율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그리고 완두콩, 채소 등은 고기보다 칼로리당 단백질을 더 많이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영양소에, 저칼로리이며, 질병을 예방하는 미량영양소와 피토케미컬이 가장 풍부한 식품이기도 하다.

하버드 대학교 영양학과 학과장이자 의과대학 교수인 월터 윌렛 교수는 건강한 식품피라미드와 식사지침을 제시하며 유제품과 동물성 식품은 우수한 단백질원이기는 하나 우수한 포화지방 공급원으로 심장병과 암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안전한 식물성 식품으로 단백질을 섭취할 것을 권한다. 특히 우유에서 발견되는 특정 단백질은 어린이 당뇨와 연관이 있어 신생아에게 우유를 권하지 말라 한다.

윌렛 교수는 먹을 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식습관과 영양에 대한 권장사항은 부적절하거나 불완전한 정보에 근거하고 있으며, ‘곡류의 절반은 전곡으로’라는 마치 나머지 절반은 정제된 것이어야 한다는 뜻을 넌지시 비치는 애매모호한 기존의 식품피라미드와 식사지침은 건강 테스트에 불합격이라 한다. 그렇다고 지침은 지침일 뿐 그렇게 큰 문제가 될까? 그렇지 않다. 구내식당, 학교급식, 군대, 교도소 등 정부의 모든 영양 프로그램은 이러한 식사지침에 따른다. 상황이 이러하니 식품업체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우리나라도 국민의 전반적인 건강과 영양 상태 및 그 추이를 조사하기 위해 1969년을 시작으로 국민영양조사가 이루어지다 1998년에 새롭게 개선하여 시행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한국인을 위한 식생활 지침이 만들어지고 있긴 하지만 어째 상황은 더욱 나빠 보인다. 최근 한국의 식생활 지침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중국 프로젝트에서 제기한 음식과 질병의 연관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실상 내용을 보면 이전의 식생활 지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유제품을 많이 마시지 않으면 큰일 날 기세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칼슘이지 유제품이 아니지 않는가!

▲ 제주관광대학교 김란영 교수 ⓒ제주의소리
그리고 식물성 단백질의 부족함을 극대화하며 근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꼭 집어서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덩치가 큰 코끼리, 가장 빨리 달리는 말 모두 식물성만을 섭취한다. 그럼 누군가 ‘그건 동물이지 사람이 아니지 않느냐’고 묻는다. 탄탄한 근력을 자랑하는 유명한 운동선수 중 식물성에서만 단백질을 취하는 사람은 수도 없이 많다. 결국 동물성 단백질 섭취에 따르는 위험은 고스란히 우리의 몫이 된다.  

부모들은 아이 밥상에 단백질 덩어리로(?) 불리는 동물성 단백질이 빠질라 치면 죄책감마저 든다고 한다. 그러한 심정으로 준비한 음식을 아이가 먹기 싫어하면 쫓고 쫓기는 일대 과정을 거쳐 억지로 마지막 고기 한 덩어리를 입에 넣고 나면 하루 일을 모두 마친 기분이다. 그러나 부모 자신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건네는 음식을 통해 조금씩 자녀를 망치는 행동을 하고 있지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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