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이전 현실적 불가능" vs "10년간 1%도 노력 안해"
김병립 시장, "인근과 형평에 맞는 규제완화 방안 찾겠다"

▲ 제주시는 7일 오전 김병립 시장 집무실에서 도남 시민복지타운 토지주들과의 간담회를 마련하고 청사이전 문제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일부 토지주들은 행정이 청사이전 계획을 백지화한다면 환매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제주의소리

때는 다가오고 제주시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김병립 제주시장이 올 연말 전 결정짓겠다고 한 제주시청사 이전 여부와 관련, 청사부지인 제주시 도남동 시민복지타운 내 토지주들과의 간담회가 결론 없이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평행선을 달리다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일부 토지주들은 법정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성난 토지주들은 제주시가 청사를 이전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놓고 그동안 시민토론회나 간담회를 면피용 요식행위로 진행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제주시는 아직 이전여부에 대해 결론내린 바 없고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 취지라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7일 오전 제주시장 집무실에서 열린 도남 시민복지타운 토지주들과의 간담회에는 토지주 대표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김병립 시장과 국장단 간부들이 배석해 열렸다.

당초 이날 간담회는 김 시장이 토지주들을 초청해 청사이전 논란에 대한 토지주들의 입장과 건의사항 등을 청취하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앞서 두 차례의 시민토론회와 이날 토지주 간담회 결과를 토대로 이달 중순께 청사 이전여부 논란을 종지부 찍겠다는 제주시의 계획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제주시의 입장과 토지주들간의 입장차가 커 평행선을 달렸고, 토지주들 사이에서도 계획대로 이전해야 한다는 ‘원칙론’과 ‘현실적으로 불가하니 대안을 찾자’는 ‘현실론’으로 나뉘어 해법을 찾기 쉽지 않았다.

# 청사이전 믿은 토지주 불이익 최소방안이란게 뭐?

이날 김 시장은 “현재 시청이 이전하느냐와 이전하지 않느냐에 대한 결론을 내린 것은 없다”면서도 “다만, 이전하는 경우엔 현시점 기준으로 약 1300억원의 재정확보가 가장 큰 걸림돌이어서 앞으로도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고충을 밝혔다.

이어 김 시장은 “만일 이전하지 않는다고 결정할 때, 그럼 청사이전을 믿고 토지를 매입한 토지주들의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청사 이전에 버금가는 투자유치와 건축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 시장은 “이전 찬반과 관련해 어떠한 여론몰이도 하지 않을 것이지만 더 이상의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올해 안으로 결정짓겠다”고 거듭 결정 시기가 임박했음을 강조했다.

▲ 간담회 모습 ⓒ제주의소리
▲ 이날 간담회에선 토지주들의 의견도 이전이 어려운 만큼 대안을 찾자는 '현실론'과 청사이전 계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원칙론'으로 갈려 이견이 분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제주의소리

# 피해자가 가해자에 사정하는 꼴과 뭐가 달라?

반면 시청사 이전을 원하는 토지주들은 “시청이 청사 이전한다고 땅 팔아 놓고 지난 10여년간 단 1%도 청사이전을 위한 준비나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지금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사정하는 꼴이다. 토지주들의 의견은 (이전결정에)아무 영향이 없지 않나”고 항의했다.

또한 “행정을 믿고 땅을 샀는데 이제 와서 다시 갈거냐 말거냐를 논쟁하면 문제”라면서 “규제완화니, 투자유치니 하지만 토지주들 중에는 환매소송을 벌일 사람들이 대다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청사 이전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대안을 요구하자는 토지주들은 “청사 이전 여부는 현재 행정시인 제주시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면서 “큰 틀에선 도지사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로, 현 단계에서 1300억원이라는 이전 재원마련이 불가능한 만큼 현실적인 대안을 요구하자”며 건축규제완화와 투자유치를 선택했다.

또한 “가장 비현실적인 것은 머리 아프니까 그냥 내버리자는 주장인데, 그렇다면 시청사 이전도 안 이뤄지고, 규제완화나 투자유치도 안 이뤄지면 그게 정말 큰일이다. 이 시점에서 어떻게 할지를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현실론을 주장했다.

# 김 시장, "청사이전 논란은 행정 잘못…소송 제기하면 감수할 수 밖에"

이에 김 시장은 "규제완화 부분은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고,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도 거쳐야하는 문제여서, 만일 토지주들이 규제완화를 요구해오면 인근지역과 형평을 고려해 토지의 효용가치를 높일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답변했다.

또한 투자유치와 관련해서도 “청사 이전이 안 될 경우 청사 이전에 못지않게 많은 유동인구가 오갈 수 있는 기관이나 시설유치를 고심하고 있다"며 "상황에 따라선 아파트 단지나, 쇼핑센터, 문화공연장 등 전국적으로 투자계획 공모를 받아 투자유치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김 시장은 "청사이전 논란은 근본적으로 행정의 잘못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법적 소송까지 가더라도 행정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그렇더라도 토지주들께서도 제주의 발전을 위해 어려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행정의 입장을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달 말 사퇴가 예고된 김병립 제주시장은 임기 동안 가장 어려운 핵심현안이기도 했던 청사이전 문제에 대해 이달 중순께 확실한 정책결정을 내리고 기자회견 형식을 빌려 시민들에게 발표할 예정이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