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로 다가온 제주의 꽃들(20)

봄의 전령으로 알려진 제주의 꽃들은 어떤 것이 있을가요?
입춘이 지나고 3월에 접어들기 전 지난 겨울부터 꽃을 피우던 동백과 수선화말고 아예 새로운 싹을 내며 피어나는 꽃들을 만났습니다.

봄꽃들의 이름은 참으로 정겨운 이름들이 많더군요.
일던 집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꽃은 큰개불알풀꽃, 개자리, 방가지똥, 광대나물 등등입니다. 조금 이름들이 못생겼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집 주변에서 자란다는 것은 우리네 밭에서도 잘 자란다는 이야기고, 그러다 보니 검질로 인해 수없이 뽑혀나갈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질긴 생명을 이어가라는 의미에서 불경스러운(?) 이름을 붙여준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3월 이전에 만난 꽃들 중에는 이름도 간들간들 간들어지는 야생의 꽃들도 있습니다. 세복수초, 새끼노루귀, 변산바람꽃같은 것이죠.

그 중에서 '변산바람꽃'이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맨 처음에는 좀 의아했습니다.
제주에 살면서도 변산이라는 이름이 붙었기 때문이죠.

이 꽃은 아주 연약해 보입니다만 고난의 겨울을 뚫고 올라온 모양새로 보아 외유내강의 꽃일 것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그 안에 품고 있는 것까지 보아야 전부를 보는 것이죠.

'바람꽃'은 연약한 줄기 덕분에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하늘거립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늘거리면서도 결코 바람이 꺽이는 법도 없고, 지천으로 피어나 밟히면 밟힐수록 더 실하게 자라난다고 하니 그 생명력이 놀랍습니다.
야생의 들꽃들의 심성을 보면 우리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가 보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이런 들꽃들이 주는 아름다움도 보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는 일을 서슴치 않습니다.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이 땅에서 사라져가는 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국제관광도시를 표방하며 여기저기 관광상품이라고 개발하며 참 제주의 것을 싸그리 밀어버리고, 도시의 것을 그대로 옮겨놓는 개발정책은 제주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는 정책입니다.
꽃들이 자라던 자리에 꽃이 피게 하는 것, 그것이 가장 아름다운 제주의 모습이요, 제주의 관광자원이라는 것을 지금이라도 빨리 깨닫고 무차별적인 파괴적인 개발행정이 바로 잡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변산바람꽃.
작년에도 그 곳에 있었습니다.
내년에도 그리고 먼 훗날 우리의 후손들도 그 곳에서 변산바람꽃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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