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현 칼럼>  남들 다 할 때 하는 건 누군들 못하나                                        

  한국 사회에서 북은 그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변수로 존재한다. 북은 그것이 핵무기 개발이든, 김정일 사망이든, 혹은 중국의 투자 확대든, 아니면 휴전선 근처에서의 이상 징후든 그 어느 것도 널리 주목을 받으면서 여기저기서 우리의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북 관련 기사나 논평이 우후죽순처럼 나오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북이 한반도와 한민족의 반쪽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국경을 맞대고서 60여년이 넘게 남과 북이 사이좋게 지내오지 않아 온 지난날의 기억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또한 여기에는 부자인 남이 혹시나 발생할 지도 모를 북으로부터의 훼방에 몸조심하려는 원려도 한 몫 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북을 잘 알지 못하는 정보의 제약일 것이다. 대표적으로 김정일이 언제 사망했는지도 모르는 정보의 부재로 인해 답답해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렇게 북의 실상에 대해 그리고 북의 사건 흐름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보다 순발력 있게 대처하는 우리의 능력이 제약을 받는 건 당연해 보인다. 현재 진행형인 사실의 흐름보다는 과거의 기억에 얽매인 선입관이 앞설 수밖에 없는 것도, 북을 대하는 우리의 문제점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어떻게 남과 북이 새로운 관계개선을 해 나갈 것인가는 북에 대한 정보의 확대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북에 대한 정보의 확대를 위해서는 당연히 국정원의 기능 확대도 필요하지만, 오히려 남북 교류협력의 확대가 더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문제가 많다. 왜냐하면 핵개발을 포함하여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운위하면서 계속 대북화해에 나서지 않는 한, 북은 계속 우리의 미래에서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김정일 사후 북의 움직임에 대한 우려가 널리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이는 북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안보에 대한 걱정을 더 하게 되는 우리의 불안을 반영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설마 이러한 안보 불안이 이명박 정부에 도움이 되는 것을 반기는 것일까 하는 허튼 생각마저 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안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정부가 북한과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의 정책적 움직임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1월 8일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KBS 일요진단에서 북한의 도발가능성과 관련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애도기간을 끝내고 내부의 안정을 수습하는 단계여서 당장 도발할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김정일 사후 국민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려는 류장관의 언명은 적정해 보인다. 여기에 더 나아가 북한 내부의 사정과 관련 없이 안보와 평화를 동시에 달성해 나가려는 통일부의 2012년도 새해 메시지가 있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류우익 통일부장관이 ‘통미봉북(通美封北)은 가능할지 몰라도 (북한에 의한) 통미봉남(通美封南)은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을 보면서, 여전히 대북정책이 한미관계에 종속되어 있음을 재확인하게 된다. 물론 한미관계 중요하다. 그러나 통일부장관이라면 ’봉북‘은 가능하다든가 ’봉남‘은 불가능하다는 과거의 용어와 시각으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통일부장관은 ’통북(通北)‘을 주제로 한 정책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서 필자는 <국민일보>(1월 9일)의 보도에 눈길이 간다. 왜냐하면 필자가 생각하는 ‘통북’의 하나가 바로 남북 간 각종 교류협력사업을 지원하는 남북협력기금의 집행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더욱이 통북은 북에 대한 정보의 확대에 기여함으로써 보다 적합성 있는 대북정책 설정과 미래의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일보>의 보도는 이러한 기대와 미래 가능성을 깡그리 무시해 버리고 말았다. 2011년 남북협력기금 집행률이 4.2%로 총사업비 1조 153억 500만원 가운데 426억 7,800만원에 그쳐 200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남북협력기금의 집행을 보면 2007년 82.2%에서 이명박 정부의 출범 이후 2008년 18.1%, 2009년 7.6%, 2010년 7.7% 등으로 하락세를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발맞춰 세계평화의 섬 제주의 남북교류협력 사업도 난항을 겪어 왔다. 올 해도 제주도는 대표적 남북교류협력사업인 감귤 북한 보내기 사업을 지난 해에 이어 중단하기로 결정을 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의 대북정책을 거슬리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아쉬움은 남는다. 왜냐하면 2010년 초에는 감귤 2만t을 북한에 보내기로 하고 필요한 예산 60억원 가운데 감귤 구입비를 제외한 물류비 30억원을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원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지방비와 도민 성금 등으로 애초 계획보다 훨씬 적은 200t을 북한에 보낸 적이 있기 때문이다.

  2011년과 2012년 2년 모두 북한에 감굴 보내기를 중단하는 이유가 단지 정부로부터 물류 비용을 지원받지 못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정부가 일체의 대북지원을 불허하기 때문인가. 제주도는 이 과정에서 ‘세계평화의 섬 제주’의 지위를 들어 대북지원의 길을 열어달라고 얼마나 간곡하게 설득하고 섭외를 하였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 양길현 제주대 교수
  남들이 다 할 수 있을 때 하는 것은 그다지 생색낼 일이 아니다. 제주 감귤 북한 보내기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감귤 보내기가 비타민 C 외교로 널리 칭송을 받은 이유가, 바로 남들이 하지 않을 때인 1999년에 우리가 먼저 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감귤보내기와 관련하여 북한의 초청을 받아 북한을 방문 한 적이 있는 760여 도민 방북단의 한 일원이기도 하다. 아마도 나처럼 평양을 방문한 적이 있는 도민들은 올 해도 감귤 북한 보내기가 무산 된 데 대해 애석해 하리라 본다. 그래서 필자가 이 글을 쓰게 될 것도, 어떻게든 대북정책의 변화를 바라는 생각들을 공유하고 싶어서 이고, 그런 흐름가운데 ‘세계평화의 섬 제주’의 역할을 다시금 생각해 보기 위한 데 있다. /양길현 제주대 교수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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