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이 필자의 고향이 제주라는 사실을 알고 현금 100억원을 보유한 일본투자그룹이 제주에 투자하고 싶으니 좀 도와달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현재의 상황으로는 관광과 연계된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나 좀 더 두고 보자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지금 제주는 격동기이며 전환기를 맞고 있다.

국내에서는 인천, 부산, 광양 등 경제자유특구는 물론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경쟁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는 개방화의 물결 속에서 반드시 세계 굴지의 도시들과 나란히 생존해 나가야만 하는 중차대한 국면에 처해 있는 것이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행정구조 개편과 관련해 주민투표의 과정에서 '혁신안'과 '점진안'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 심하게 격돌하였고 그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다시 제주특별자치도의 내용과 관련, 도내에 있는 20여개 정당·시민단체가 공동대책위를 구성해 저지하는 등 교육·의료·노동시장 개방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필자가 대학에 입학했던 시절.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에는 제주를 대표하는 단어가 '감귤', '말(馬)', 그리고 한번 꼭 가고 싶은 아름다운 섬 '삼다도(三多島)'였다.

당시 남제주에 있는 과수원의 감귤나무가 '대학나무'라 불리며 도민소득을 일시에 최상위 그룹으로 올려놓았다. 그런데 오늘날 제대로 모습을 갖춘 감귤문제연구소는 어디에 있는가?

"사람이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馬)이 나면 제주로 보내라"는 이야기는 제주를 비하하는 대표적인 말이 아니던가? 고향이 제주인 필자는 가장 듣기 싫었던 말로 기억하고 있다. 한번 꼭 가고 싶은 아름다운 섬 '삼다도'는 비싸고 바가지나 씌우는 관광지로 전락되고 말았다.

2005년 오늘.
제주를 대표하는 단어는 '제주특별자치도', '국제자유도시', 그리고 '세계평화의 섬'이다.

시쳇말로 스케일(scale)이 달라졌다. 우리 도민은 누구나 제주의 대표적인 어종인 '옥돔'하면 예나 지금이나 미역과 함께 미역국을 끓여 먹거나 배를 갈라 소금을 치고 말려서 구워 먹는다. 이제 한번 튀김요리를 해 먹어보자. "비쌍 어떵 경허영 먹어(비싸서 어떻게 그렇게 먹어)" 매일 이렇게 우리가 먹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옥돔 튀김도 요리로서 제주의 고급요리, 세계의 요리로 발전시켜 보자는 것이다.

작년 11월로 기억된다.
관광객유치 목표달성을 위해서 제주도지사가 참석하고 어깨에 띠를 둘러 메고 팔을 하늘로 치켜 올리며 '목표달성 궐기대회'를 하는 중에 참석자 한쪽에서는 웃고 있는 모습이 찍힌 사진을 인터넷을 통해 보면서 필자는 이렇게 생각해 보았다.

정녕 그곳에 모여 있는 분들이 '1인 1년에 1회 정도는 제주를 찾아오는 관광객을 자기 집에 민박시켜보겠다'는 이야기는 '왜 안 나오는가?'하고 말이다.

제주공항에서 관광객을 무작위로 선정하기 위해 피켓을 들고 나와 "나는 제주관광과 관련된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아무개입니다. 우리 집에서 '주무시는 것'은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일이 진행되면 이후 관광객 가족과 제주 아무개 가족과의 관계가 발전되고 관광객이 돌아간 다음 이 아름다운 제주이야기는 계속해 자연스럽게 전국적으로 확산되게 될 것이다.

"지나 해보주기, 놈신디 시키지 마랑(자기나 해보지, 다른 사람에게 시키지 말고)"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가 있다. 관광 관련분야에 종사하는 분들부터 솔선수범한다면 도민운동으로도 전개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아시아나 항공사의 파업 때문에 관광객 내도수가 줄어들어서 목표달성이 어렵다고 치부하지 말고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 내어 제주의 관광이미지를 새롭게 바꾸어 보자는 것이다.

제주를 동북아의 허브(Hub)로서 '제주특별자치도', '국제자유도시', 그리고 '세계평화의 섬'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는 책임은 도민에게 있다. "비쌍 어떵 경허영 먹어" 우리가 먹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자는 이야기이다.

비록 먹는 것 하나에서라도 시대 상황에 따라 옛 것에 집착하지 말고 새로운 것을 열심히 추구하는 진취적인 생각과 의식으로 바꿔 나가자는 것이다.

"지나 해보주기, 놈신디 시키지 마랑" 우리 제주도민이 주인정신을 가지고 솔선수범하고 최상의 서비스로 무장하자는 말이다.

관광단체만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제주도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임을 공감하고 이는 곧 '나의 일이다'는 생각과 의식으로 바꿔 보자는 것이다.

   
우리 도민 모두가 신상품을 개발하고 최상의 서비스로 봉사하는 자세로 우리 후손을 위해 우리의 현안을 냉철하게 보아야 할 때이다.

정책당국은 도민과 함게 숨쉬고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정책을 발굴해내야 한다.

항상 새롭게 생각하고 변화하는 상황에 도전하는 것만이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55만 인구의 작은 섬이지만 생각과 행동은 크게 해야 한다. 행정구조개편과 교육·의료·노동시장 개방을 놓고 사분오열된 제주를 대화와 타협으로 최선의 대안선택을 위해 우리의 생각과 의식을 활짝 열어 보자.

[좌성욱·㈜유오스/㈜씨스코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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