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석 칼럼] 농심, 만약 이를 알고도 모른척 했다면...

 
  제주특별자치도 내에 부존하는 지하수는 공공의 자원이므로(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 제301조 참조) 그 지하수를 먹는 샘물로 제조, 판매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동법 제312조에서 도지사의 허가를 받도록 하여 일반적 금지를 하되, 지방공기업법에 의하여 설치된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이를 허용하고 있다.

  삼다수는 국내 생수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고 있는데다가 제주의 최고 브랜드 가치를 지닌 제주도민의 공유재산이다. 그런 이유로, 전국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 다른 한편으로는 물류단가를 낮춤으로써 소비자주권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판매협약절차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무성했다.

  그래서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지난 해 12월 의원발의로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설치조례를 일부 개정하여(조례 제20조 제3항 신설) 삼다수 판매에 대한 민간위탁사업자 선정은 일반입찰에 의하도록 고쳤다.
 
  이와 같은 자치조례개정은 시의적절한 것으로 지방공기업법 시행규칙 제23조의 3 규정에도 부합한다. 그 조례 부칙에 경과규정을 두고 지난 14년 간 삼다수의 국내 위탁판매자인 ㈜농심의 기득권(독점판매권)은 올해 3월 14일까지만 유효하고 그 이후에는 일반입찰에 의하도록 배려하는 신중함을 보였다.
 
  그런데 ㈜농심이 뿔났다. 위 조례의 경과규정이 2007년 12월 제주개발공사 간에 체결한 판매협약 제3조를 침해하는 소급입법이라고 주장하면 제주특별자치도를 상대로 법원에 ‘조례무효확인’의 본안소송과 ‘조례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했다.

  필자는 위 소송의 어느 쪽 소송대리인으로 관여하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 ‘삼다수 유통혁신자문위원회’에서 참석하여 그간 언론에 보도되지 아니한 새로운 사실을 한 가지 알게 되었고, 이는 공기업 경영에 관한 매우 중대한 사항이므로 도민의 알권리에 부응한다는 생각에서 전문가칼럼을 쓰기로 했다.

  필자가 수집한 자료에 의하면, 2007년 12월 삼다수 판매협약 조정을 앞두고, 제주개발공사 내부에서 영업관리팀장, 경영관리본부장, 사장 등이 2차례 미팅을 하였다.
 
  2007년 11월 20일 1차 미팅에서는 영업관리팀에서 기안한 바대로, 제3조(협약기간) 제1항은 “협약기간은 이전 협약 제3조의 자동연장 조건에 따라 본 협약체결일로부터 3년간으로 한다. 다만 개발공사와 ㈜농심이 합의한 협약기간 3개년간의 구매물량이 이행될 경우 3년간 자동연장 되며, 이후 협약기간 관련사항은 양자 간에 우선하여 협의, 결정하기로 한다.”로 결정했다.

  그러나 그때부터 일주일 후에 열린 2차 미팅에서 제3조 제1항 단서조항을 “다만 제6조(구매물량)의 구매계획 물량이 이행될 경우 매년 연장된다.”라고 고치기로 결정하고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한 채 개발공사 사장은 ㈜농심과 사이에 2007년 12월 2차 미팅에서 결정한 바대로 판매협약을 체결하였고, 위 조항에 따라 매년 ㈜농심으로서는 구매물량만 채우고 자동갱신을 하여 왔다.

  ㈜농심 으로서는 ‘꿩 먹고 알 먹는’ 판매협약이다. 농심은 구매물량만 채우면 개발공사가 거래상대방을 변경하지 못하므로 영구적인 독점판매사업자로서 매출 1,770억(2011년 기준)원 대비 수십억 원의 고정 이익을 확보할 수 있고, 만일 먹는 샘물 시장이 불황일 경우에는 구매물량을 판매하지 아니함으로써 아무런 추가 비용부담 없이 자유롭게 판매협약에서 도망칠 수 있으니 얼마나 군침이 도는 협약이 아니겠는가.

  법률전문가의 다수의견은 판매협약(2007. 12. 체결된 것) 제3조의 자동연장조항에 불공정한 측면이 있다고 보면서도 이는 공법상 계약이 아닌 사법상 계약이므로 이를 무효화 할 묘책이 없다는 의견이다.

  과연 그러한가. 필자는 수긍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2007년 12월 협약 체결에 앞서 개발공사 사장은 판매협약 제3조의 자동연장조항은 개발공사에 매우 불리한 위탁판매에 관한 사항이기 때문에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야 할 정관 및 법령상의 의무가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설치조례 제35조(준용) 공사에 대하여는 이 조례에 규정된 것을 제외하고는 지방공기업법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지방공기업법 제75조에는 공사에 관하여는 이 법에서 규정한 사항을 제외하고는 그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상법」 중 주식회사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개발공사 정관 제43조(이사회 의결사항) 제1항에는 ‘공사의 사업계획’과 ‘중요한 대행사업의 수탁, 위탁 등에 관한 사항’은 반드시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개발공사사장은 정관과 관계법령의 절차를 무시하고 ㈜농심과 불공정한 판매협약을 체결해버렸다.

  이는 상법 제393조의 취지에 비추어 개발공사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 다만 대법원 판례(대판 2005.7.28.선고 2005다3649판결)에 따르면 개발공사의 사장이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야 할 대외적 거래행위에 관하여 이를 거치지 아니한 경우라도, 이와 같은 이사회 결의사항은 회사의 내부적 의사결정에 불과하다 할 것이므로, 그 거래상대방(농심)이 그와 같은 이사회결의가 없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라면 그 거래행위는 무효라는 것인바, 소송절차에서 개발공사로서는 ㈜농심의 고의 또는 과실을 주장, 입증하여 판매협약 제3조의 자동연장조항의 무효를 관철시켜야 할 것이다.
 

▲ 김승석 변호사 ⓒ제주의소리
  끝으로, 2007년 12월 당시 개발공사의 사장, 경영관리본부장 등은 ㈜농심과 사이에 종전의 협약 관행을 깨고 불공정한 판매기간 자동연장 협약을 했는지, 그 동기 또는 배경을 거짓 없이 밝혀야 할 것이다. 공기업의 잘못된 낡은 업무관행은 타파돼야 하고, 정관과 법령에 근거를 둔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공기업 경영이 이루어질 때 공유재산이 잘 보전되고 도민의 행복을 가져오게 된다. / 김승석 변호사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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