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악산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  뒤에 산방산과 한라산이 보인다.  화산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제주섬의 경이로운 풍광은 관광객들을 섬으로 불러들인다.
용머리 응회안에서 바라본 산방산의 모습이다. 이 일대는 제주섬이 탄생될 초창가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③ 다시 써야할 제주도 형성사

▲ 송악산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 뒤에 산방산과 한라산이 보인다. 화산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제주섬의 경이로운 풍광은 많은 관광객들을 섬으로 불러들인다.

제주도는 목포에서 남쪽으로 약 140km 지점에 위치한 국내최대의 섬이다. 섬은 동서방향으로 장축의 길이가 약 74km, 남북방향으로 단축의 길이가 32km에 달하는 탄원 형이며, 부속 섬을 제외한 본섬의 면적이 1,850㎢에 달한다.

제주도는 신생대 화산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화산섬으로 한라산 정상부를 제외하면 3~5°의 완만한 경사를 이룬다. 섬의 모양이 마치 방패(혹은 솥뚜껑)를 뒤집어놓은 듯한데, 이런 화산을 순상화산이라 부른다.

제주도, 세계 화산학의 박물관 
 
제주도는 국내에서 가장 젊은 땅이다. 그래서 초기 화산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원형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백록담과 산굼부리 분화구를 비롯하여 산방산 용암돔(마그마가 굳어져서 산의 모양을 이룬 구조), 성산일출봉과 송악산의 응회환, 만장굴  당처물동굴을 비롯한 수많은 동굴들이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보여준다. 제주도가 마치 화산학의 박물관과 같기 때문에 유네스코는 2007년에 이 섬을 세계자연유산으로, 2010년에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했다.

대자연이 만든 제주섬의 경이로운 풍광은 섬의 온난한 기후와 맞물려 많은 관광객들을 섬으로 불러들인다. 하지만 섬의 생성과 관련된 연구는 1970년대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섬의 생성과정 및 생성연대에 관한 수많은 쟁점은 여전히 풀리지 해결되지 않은 논란거리로 남아있다.

제주도 전역에는 360여개의 오름이 분포하는데 이들은 한라산을 중심으로 동측과 서측에 밀집되어 있다. 화산활동으로 오름이 생성될 당시 주변에는 다량의 용암류와 화산분출물이 쌓이는데,  화산분출과 그에 따른 오름의 생성이 시간을 달리하며 여러 차례 반복되었기 때문에 제주의 지층은 매우 복잡한 구조를 띠고 있다.

섬을 구성하는 암석의 화학적 성분이 하와이의 것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하여 지질학자들은 제주도를 열점화산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제주도의 외형은 하와이와 매우 유사하면서도 내부 지질구조는 매우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 이는 하와이가 태평양의 태평양 중앙부의 수심 5000미터 해양지각을 화산기둥이 솟아올라 형성되었다면, 제주섬을 만든 화산활동은 서해안과 같은 얕은 바닷물에 잠긴 대륙붕을 뚫고 시작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 용머리 응회안에서 바라본 산방산의 모습이다. 이 일대는 제주섬이 탄생될 초창기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제주도의 형성 과정은 일본인 하라구찌(1931)에 의해 처음으로 제안된 이후 수정을 거듭하였다. 그 과정을 거쳐 제주도가 4(혹은 5)단계 화산활동에 의해 형성되었으며 나이가 180만년에서 250만년에 이를 것이라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4~5단계 화산분출기, 수정해야할 상황
 
1단계(기저현무암 분출기) : 약 250만 년 전(혹은 180만 년 전)에 일어난 화산활동에 의해 다량의 현무암질 용암이 분출되어 제주 기반암이 형성되고, 다시 약 100만 년 전후에 분출된 용암이 지하 50m 깊은 곳에서 제주 기반암을 덮었다.

2단계(용암대지 형성기) : 약 60만 년 전부터 계속된 수십 회의 분출로 서귀포층이라는 응회암 퇴적층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점성이 낮은 용암이 분출하면서 넓게 퍼지면서 드넓은 현무암대지를 형성하였고, 한라산 순상화산체 구조를 대략적으로 만들었다.

3단계(한라산체 형성기) : 한라산 화산체를 중심으로 화산활동이 진행되었다. 마그마의 상승과정에서 한라산의 모양이 완성되었고, 이때 점성이 큰 용암이 순상화산체를 덮으면서 경사가 급한 지형을 만들었다.

4단계(기생화산 형성기) : 한라산의 산사면에서 소규모의 용암분출이 반복되어 분석구(오름)들이 만들어지고, 해안에서는 신양리층이라고 불리는 응회암 퇴적층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한라산 정상부에서 조면암류 용암이 분출하여 백록담 구조가 형성되었다.         

그런데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받아들여지던 이 이론은 더 이상 지지 받지 못할 운명에 놓였다. 최근 시추기술이 발달하면서 제주도 구석구석에 구멍을 뚫고 수백 미터 지하에 있는 암석을 채취했는데도 제주 기반암이라고 불릴만한 암석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주도 환경자원연구원 고기원과 미육군극동공병단 지반환경공학부 박준범 등이 2010년에 발표한 논문은 기존의 이론을 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주도는 생각보다 젊은 섬이었다
 
이들은 2001년부터 암석들의 절대연령을 조사하기 위하여 제주도 전역에서 69개의 시추공과 66곳의 노두로부터 암석을 채취하였다. 암석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자료로부터 제주도 형성 초기의 용암분출은 약 100만 년 전에 시작하였고, 제주도의 가장 아래쪽을 떠받치고 있을 것으로 여겼던 기저현무암을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제주도 형성이 시작될 당시 분출된 초기 용암 대부분은 땅속에서 서귀포층을 덮고 있거나 서귀포층 사이에 끼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이 사실로부터 서귀포층을 만들어낸 수성화산활동과 화산재를 퇴적하는 활동이 초기용암의 분출과 같은 시기에 진행되었다고 주장했다. 기반암이 형성된 이후 그 위에 서귀포층이 퇴적된 것이 아니라, 초기 용암이 분출될 당시의 수성화산활동이 서귀포층이라는 응회암층을 만들어냈다는 말이다.

또 다른 과학자들은 기생화산 형성기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오름의 형성이 어느 한 시기에 집중되어 일어난 게 아니라, 제주도 화산체의 형성이 시작되고부터 지속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주장이다.

** 용어풀이

수성화산활동 : 마그마가 지표 밖으로 분출될 때 지하수나 해수와 접하면서 강력한 폭발작용을 일으키는 것. 이때 일어난 폭발에 의해 하늘로 솟아오른 화산재 등이 주변에 쌓이면 응회환이나 응회구가 만들어진다. 성산일출봉 응회구는 수성화산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대표적인 화산체다.

신양리층 : 일출봉 남서쪽에서 신양리 부근까지 남북방향으로 길게 노출된 퇴적지층으로, 지질학자들은 일출봉으로부터 깎여나간 화산쇄설물들이 해안주위에 다시 퇴적되어 이 지층을 형성한 걸로 판단하고 있다.

서귀포층 : 제주도 형성 초기인 약 100만 년 전에 얕은 물가에서 화산이 폭발할 때, 현무암질 조각들이 화산재등과 함께 뒤섞여 퇴적된 지층으로 서귀포 천지연폭포 서쪽 해안가를 노출 표식지로 한다.  서귀포층 아래에는 U층이 분포한다.  / 장태욱 

 
   
장태욱 시민기자는 1969년 남원읍 위미리에서 출생했다. 서귀고등학교를 거쳐 한국해양대학교 항해학과에 입학해  ‘사상의 은사’ 리영희 선생의 42년 후배가 됐다.    1992년 졸업 후 항해사 생활을 참 재미나게 했다. 인도네시아 낙후된 섬에서 의사 흉내를 내며 원주민들 치료해준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러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제주대학교 의예과 입학해 수료했다. 의지가 박약한 탓에 의사되기는 포기했다.    그 후 입시학원에서 아이들과 열심히 씨름하다 2005년에 <오마이뉴스>와 <제주의소리>에 시민기자로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2010년에 바람이 부는 망장포로 귀촌해 귤을 재배하며 지내다 갑자기 제주도 지질에 꽂혀 지질기행을 기획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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