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제주 세계7대자연경관 관련 N7W재단 긴급 기자회견

▲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작업을 진행하는 스위스의 뉴세븐원더스재단 설립자 버나드 웨버 이사장(왼쪽)과 장폴 이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에서 제주도 선정과 관련한 의혹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최지용·권우성 기자] “노! 라이!”(아니다, 거짓말이다.)

제주도 세계7대경관 선정과 관련한 의혹들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26일 오전 이를 해소하겠다며 기자회견을 자청한 뉴세븐원더스재단(N7W)의 장폴 기획이사가 소리쳤다. 나란히 앉은 버나드 웨버 재단 이사장도 손가락 하나를 치켜들며 역시 “거짓말”이라고 외쳤다. 몰디브가 이번 행사 과정에서 재단 측과 마찰을 일으키며 참여를 거부했던 이유를 묻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다.

세계7대자연경관의 28개 최종 후보지 가운데 하나였던 몰디브는 전화투표가 한창이던 지난해 5월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를 통해 후보지 철회를 선언했다. 뉴세븐원더스재단 측에서 스폰서십 비용으로 35만 달러 등 금전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용은 지난 25일 KBS <추적60분> ‘세계7대 자연경관, 그 논란을 추적하다’ 편을 통해 다시 조명됐다. 이에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뉴세븐원더스 재단의 두 관계자는 몰디브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재단은 상업적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날 방송된 <추적60분>을 맹비난하기도 했다. 장폴 이사는 <추적60분>이 “드라마였다면 흥미롭지만, 전문적이지도 않았고, 비도덕적이고 불법적이었으며, 편파적이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취리히 사무실 취재를 약속하지 않고 온 것, 사전고지 없이 전화통화를 녹음 한 것, 부정적인 부분만 취재한 것”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추적60분>은 엔터테인먼트이지 뉴스가 아니”라고 비난했다.

이에 기자회견에 와 있던 강윤기 <추적60분> PD는 “한 달 전부터 재단과 접촉을 했고, 취리히를 방문하는 시기를 고지했다”며 “지난달 30일에는 몇 시간 뒤에 인터뷰 약속을 잡아서 알려주겠다고 해놓고 그 뒤로 전혀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비영리재단과 영리법인이 공존하는 이상한 구조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해 5월 뉴세븐원더스재단이 제주도를 공식 방문했을 때 가졌던 기자회견과 다를 바 없었다. <추적60분>을 통해 확인된 의혹들도 전면 부인했고 비영리재단이라 하면서 상업적인 사업을 벌인다는 지적에도 비슷한 해명을 내놨다.

뉴세븐원더스재단은 그동안 “비영리재단으로 상업적 이윤 추구가 아닌 인류의 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한다”고 자신들을 소개해 왔다. 그러면서 사업진행을 위해 소요되는 비용을 자회사이자 영리법인인 ‘뉴오픈월드코퍼레이션’(NOWC)을 통해 후보지 국가나 기업과 스폰서십을 맺는 방법으로 마련해 왔다고 밝혔다.

재단 측은 이런 방식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국제축구연맹(FIFA)이 올림픽과 월드컵 같은 이벤트를 하면서 스폰서를 받는 것과 같은 개념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은 뉴세븐원더스재단과 같이 스스로를 비영리재단이라고 하지 않는다. 올림픽과 월드컵 모두 상업성을 인정하고 이를 통한 이익으로 스포츠를 보급하는 걸 목적으로 하는 단체다.

이러한 지적에 버나드 웨버 이사장은 “비영리재단으로 어떠한 경제활동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업을 위한 자금 부분을 고민했다”며 “NOWC를 세워 상업적 활동이 필요했다. 우리는 지난 12년 동안 캠페인을 하면서 이익을 얻어 사라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장폴 이사는 IOC나 FIFA와 비교가 어려워지자 “내셔널지오그래픽 재단과 내셔널지오그래픽 회사(출판)의 관계가 우리와 가장 유사하다”며 “내셔널지오그래픽은 회사의 자금으로 재단을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것 또한 정기간행물을 발행해 판매수입을 얻는 것이어서 스폰서십이나 통신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NOWC의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대개 비영리재단은 회원들의 후원이나 기부, 사회적 기금으로 운영되는 게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뉴세븐원더스재단의 이러한 운영형태에는 의구심이 남을 수밖에 없다.

▲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작업을 진행하는 스위스의 뉴세븐원더스재단 설립자 버나드 웨버 이사장(가운데), 장폴 이사와 양영근 제주관광공사 사장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에서 제주도 선정과 관련한 의혹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권우성
◇ “제주도 득표만 먼저 검증 완료돼 확정 발표”

이날 재단 측은 몰디브와 인도네시아, 스위스, 아일랜드 등이 후보지를 철회한 것과 관련해 “어떠한 금전적인 부분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몰디브가 공개한 재단과 맺은 계약서상에 나온 부분과 상이하다.

몰디브 정부 측이 공개한 계약서에 따르면 재단은 후보 등록에 필요한 199달러 외에도 상업적 영리활동을 위해 설립한 회사인 NOWC을 통해 최초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추가 요금과 비용을 요구했다.

재단 측이 스폰서십 비용으로 35만 달러짜리 ‘플래티넘 패키지’와 21만 달러짜리 ‘투골드 패키지’ 중에서 선택하라고 요구했고, 이를 체결하지 않으면 선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는 게 몰디브 정부의 주장이다.

또 계약서상에는 5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재단의 월드투어 비용을 감당할 것과 선정 이후에도 각종 행사, 다큐멘터리 제작 등에 필요한 비용을 후보지가 부담하게 설정됐다. 이상의 계약요인은 모두 재단의 자회사인 NOWC에 의해 진행됐다.

<추적60분>의 취재결과 이러한 계약서는 후보지역 대부분이 동일하게 작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제주도 또한 제주관광공사가 재단과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 측은 또 최근 잠정적으로 최종 선정된 7개 관광지 가운데 제주도만 확정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제주도만 전화통화 집계를 검증하는 작업이 빨리 끝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각 후보지의 전화 득표는 실제보다 높게 제출되는 경우가 많아 검증이 필요한데, 제주도가 가장 먼저 검증이 끝났다는 것이다.

이는 검증이 끝난 제주도의 득표가 8번째로 표를 받은 지역보다 많이 표를 얻어 7번째 안에 드는 게 변함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단 측은 “한국이 경제적으로 뛰어나고 모든 작업을 빨리 처리하는 게 있어 가장 먼저 확정이 됐다”며 “몇 주 내로 다른 지역의 검증 작업도 완료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사업에서 전화투표와 스폰서십 등으로 발생한 수익의 사용처를 묻는 질문에 “아직 모든 작업이 끝나지 않았고 완료되면 그 액수와 사용방법을 밝힐 것”이라며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양영근 제주관광공사 사장은 계약서상의 금전 요구가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재단 쪽에서 우리에게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없다”며 “여러 단체와 기관이 있어 다른 얘기가 나올 수 있지만 계약 당사자인 우리는 확실히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 사장은 “제주도가 자유국제도시라는 명칭에 걸맞은 획기적인 타이틀이 필요했다”며 “지난해 10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찾아 왔는데 이는 전적으로 이번 세계7대자연경관에 따른 홍보 효과”라고 강조했다.<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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