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법무법인 '맞짱', 공사-농심 간부도 출동, 빔프로젝트까지 등장

'삼다수 전쟁'으로 불리는 제주도개발공사와 주식회사 농심과의 다툼이 법적분쟁으로 번지면서 한편의 '로펌 대결 드라마'를 연상케하는 논리싸움이 제주지방법원 법정에서 펼쳐졌다.

제주지방법원 제3민사부(재판장 오현규)는 27일 오후 2시 501호 법정에서 주식회사 농심이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먹는샘물 공급중단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첫 심문을 열었다.

채권자인 농심은 국내 10대 로펌에 속하는 법무법인 충정을 앞세워 법정싸움에 나섰다. 개발공사는 인천지법 부장판사 출신의 KNC 법무법인 대표를 내세워 법적 공방에 대비했다.

이번 소송의 파장을 보여주듯 농심 상무이사와 개발공사 소속 이사진들도 법정을 찾아 첫 심리를 지켜봤다. 통상 자료제출과 답변서 요구 등의 기일을 정하는 관례와 달리 이날 심문은 1시간 가까이 설전을 주고 받는 상황이 연출됐다.

개발공사 변호인단은 재판관에 빔프로젝트 사용 허가를 요청하며 미리 준비한 자료를 프리젠테이션(발표)하는 등 초반부터 치열한 기싸움이 전개됐다.

삼다수 유통 계약해지 처분에 대해 농심측은 시종일관 신의를 저버리는 행위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개발공사는 이에 공수개념의 지하수를 특정업체가 좌지우지 할 수 없다며 조례로 정한 일반경쟁입찰을 통해 당당하게 응찰하라고 맞섰다.

▲ 제주삼다수의 화물선 선적 모습. <제주의소리 DB>
# 삼다수 유통 계약해지 '신의성실 위반' 여부 쟁점...개발공사 설치조례 개정 두고 설전

가장 큰 쟁점이자 법적 분쟁의 시작은 제주도개발공사가 농심에게 보낸 제주삼다수 유통계약해지 통보다. 제주도의회가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설치조례'를 개정한게 발단이다.

개정 조례는 삼다수 판매와 유통을 민간에 위탁할 경우 일반입찰을 거치도록 의무화했다. 이 조항에 따라 농심은 2012년 3월14일까지만 삼다수 유통 권한을 행사 할 수 있다.

삼다수 재유통을 하고 싶다면 입찰에 참여해 다른 업체들과 경쟁을 펼치라는 뜻이다. 이에 농심은 신의성실원칙을 내세우며 개발공사가 일방적인 계약해지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농심측은 "개발공사와 체결한 협약서상에 적용할 해지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해지통보시 내세운 개발공사 설치 조례 20조3항 역시 공사측 내부 의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개발공사는 이에 1997년 체결한 협악서를 꺼내 들며 농심에서 먼저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판매협약서 제13조 8항에는 '갑은 을이 운영하는 제주삼다수 사업과 관련한 영업자료를 요청할 경우 을은 이에 협조한다"고 돼 있다.

공사측은 "농심은 공사가 요청한 삼다수 판매 자료제출을 모두 거부했다. 이는 12조 해약사항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또 "조례가 개정되면서 계약해지가 불가피해졌다. 이는 협약서 제18조 2항 '법률의 금지 규정의 경우 상대방을 면책한다'는 조항에도 명시돼 있다"며 "협약 해지는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의견이 충돌하자 농심 이사의 발언까지 나왔다. 이 인사는 "2011년 오재윤 개발공사 사장을 첫 만나는 자리에서 이미 공개경쟁입찰 얘기를 했다"며 "이는 농심과의 해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냐. 그 이후 느닷없이 영업 관련자료를 요청한 것은 의심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업자료가 경쟁업체에 들어갈 경우 농심의 기밀이 누출된다. (개발공사가)농심과의 관계유지를 위해 영업자료를 사용할 것으로 생각되지 않았다"며 불신을 그대로 드러냈다.

공사측은 이에 "삼다수 판매물량에 대한 정보없이는 구매물량합의에 대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다"며 "어떤 업체든 판매 영업자료를 요구하고 이는 필수적이다. 농심이 이를 거부한 것"이라고 맞섰다.

▲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의 삼다수 시설 설비. <제주의소리 DB>
# 결별시 농심 경영에 타격 불가피...삼다수는 공수개념 "지금껏 막대한 이익 얻었으면서"

유통계약 해지는 단순히 업체 변경이 아니라 대규모 손해배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농심은 개발공사와 결별시 삼다수 브랜드의 이미지 추락과 농심의 막대한 타격을 주장했다.

농심측은 "삼다수 공급이 중단되면 농심의 거래가 줄고 금전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다"며 "삼다수 이미지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채권자의 발언에 재판부는 "지금까지 유통을 하면서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하지 못했냐"고 되물었다.

농심측은 이에 "유통업은 하부구조가 있다. 삼다수 판매를 위해 전국에 대리점을 갖추고 창고를 임대한다"며 "자동차 등 장비도 구매하는 등 시설투자비가 꾸준히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이번엔 개발공사가 반격에 나섰다. 공사측은 "삼다수는 그냥 퍼내는 것이 아니다. 제주도민의 세금으로 개발공사를 설립하고 그 기관이 시설투자를 해서 삼다수를 만들어 낸다. 농심은 시설투자시 단 한푼도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사는 "물병과 포장 모두 세금으로 만들어 지고, 농심은 만든 제품을 판매하며 차익만 올리고 있다"며 "농심 라면과 새우깡을 만약 이런식으로 다른 회사가 유통한다며 계약서를 작성하겠냐"고 꼬집었다.

또 "일반경쟁입찰을 명시한 조례는 제주도의회에서 개정했으며 공기업인 개발공사는 이를 위반할 수는 없다"며 "삼다수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손해배상에 대해서는 "삼다수가 농심 매출액의 20%에도 못미칠 것이다. 피해를 주장하면서 구체적 자료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소송을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농심도 가만 있지 않았다. 변호인단은 "삼다수 개발 당시만 해도 인지도가 낮았다. 전국에 팔기도 힘들었을 것"이라며 "농심이 전국 1위의 생수로 올려 놓으니 이제와서 공사가 유통과 판매를 모두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 제주삼다수 홍보자료
# 상표권 싸움도 치열 '농심 삼다수 vs 제주 삼다수'...농심측,  상표 대다수 특허 등록

삼다수 유통과 홍보에 이용되는 제주 삼다수의 상표권을 두고도 치열한 법적다툼이 벌어졌다. 삼다수 판매협약서 제15조(상표권)에는 '제주삼다수와 관련한 제조.유통상의 모든 상표에 대한 권리는 갑(개발공사)이 소유한다'고 명시돼 있다.

개발공사는 이 조항을 들어 농심의 삼다수 관련 상표권 보유에 대해 명백한 협약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농심측은 현재 판매 중인 삼다수 페트병의 한라산 모양 그림과 영자 로고 등 상당수의 상표권을 확보한 상태다.

공사는 "농심이 협약을 어기고 상당수의 상표를 보유하면서 개발공사의 상표 등록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농심은 공사가 요구한 상표권 회수요청도 모두 거부했다"고 꼬집었다.

농심측은 이에 "애초 삼다수 제조에 대한 상표권을 공사가 맡고 유통은 농심이 맡기로 돼 있었다"며 "1997년 삼다수 디자인과 로고도 모두 농심 직원들이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금 와서 상표권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이냐. 농심 때문에 공사가 피해본 것이 없지 않느냐"며 "공사가 판매와 유통을 모두 하려고 상표권을 회수하려는 것 아니냐"고 맞섰다.

공사도 물러서지 않았다. 변호인단은 "협약상 제조와 유통상의 상표권이 공사에 있다. 상식적으로 유통에는 홍보도 포함된다"며 "농심이 상표권에 대한 이전을 거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 "농심은 지난 12년간 삼다수 유통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이익을 위해 유통을 계속 하려는 것 아니냐"며 "삼다수 유통판매에 대한 상표권은 우리에게 있다"고 거듭 밝혔다.

장외 싸움도 볼만했다. 농심이 공사에 요청한 추가자료가 접수되자 검토할 시간을 더 달라는 대목에서 시작됐다.

농심측 변호인단이 2월3일까지 기한을 요청하자, 공사는 "우리는 반박하는 입장이다. 처음부터 (농심이)자료요청을 해야지..."라며 "농심측이 서면자료를 내면 우리도 반박할 기회를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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