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호 칼럼] (1) 빈곤화 성장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

     제주의 빈곤화와 저성장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한순간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구조화된 빈곤화와 저성장은 우리사회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며 심각한 사회문제를 노출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고운호 전 한국은행제주본부장이 ‘빈곤화 성장과 가난의 땅, 제주의 생존존략’이란 제목으로 장문의 칼럼을 보내오셨습니다. 빈곤화의 원인에서부터 한국과 제주의 문제점, 이를 탈출하기 위한 제주사회의 해법, 특히 리더십과 공직사회의 자세에 대한 조언은 많은 것을 시사해 줍니다. 5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Ⅰ.빈곤화 성장의 의의와 형성 원인

  빈곤화성장(immiserizing growth)이란 나라 경제는 성장하는데 부(富)가 일부 계층에 집중되어 양극화함으로써 다수 국민생활은 더 어려워지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화되면서 기존의 시장원리로만은 해결하지 못하는 단계에 진입하게 됨에따라 중산층의 붕괴와 더불어 국민의 분노가 분출하고 있다.

  미국 등 수많은 국가로 번지고 있는 청년층의 생계형 시위와 2040 세대의 좌절과 분노가 반동으로 폭발한 지난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도 빈곤화 성장의 탓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 원인은 세계화의 개방시대의 경쟁력 우위부문과 열위부문간의 양극화 현상과 고용없는 성장이라는 두 가지 요인에 있다. 빈곤화 성장의 현상은 세계경제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경제체질과 지정학적 요인 등 때문에 더욱 심각하여 국가적 최대 현안이 되어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면서 모두 가난한 상황에서 평등하게 출발하여 형평에 높은 가치를 두는 사회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빈부격차의 체감 정도와 부작용이 더 심하게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Ⅱ.빈곤화 성장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

  대한민국의 2040세대는 좌절, 절망과 분노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20대는 치솟는 등록금에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가 없어 청년실업은 늘어만 간다. 어렵사리 구한 직장도 절반이 소득이 낮고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이다. 30대는 생계비 증가와 치솟는 월세·전셋값으로 늘 불안하다. 게다가 자녀 보육비용은 이들에게 엄청난 부담이 되어 출산을 망설일 정도다. 40대의 중년 세대는 구조조정, 자녀교육 및 노후불안으로 잠을 설치기가 다반사다.

  또한 사상 최대 이익을 구가하는 대기업의 배당‧성과급 잔치판과 생존에 허덕이는 중소 자영업자의 일그러진 얼굴이 우리 사회의 일상을 빛과 그늘로 구획하고 있다.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에서 무방비로 노년을 향해 미끄러져 가는 사람들, 최저생계비도 안되는 돈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사람들, 구조조정 칼바람 속에서 일자리를 잃고 거리에 내몰린 사람들, 노숙자 등 한참 이어지는 절박한 모습들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이처럼 우리는 빈곤화 성장으로 인해 계층간 부침이 뚜렷이 엇갈리면서 상위계층으로의 이동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복합적 단층.단절사회로 치닫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는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은 사라지고 질시와 증오와 갈등의 증폭으로 국가 발전에너지가 상실되면서 더 이상의 국가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젊은층의 분노는 젊은층과 기성세대간의 세대전쟁을 초래할 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를 갈라놓는 단층을 메워 소통과 믿음의 사다리를 구축하고 상승 루트를 열어 나가는 일이 매우 시급하다.

  앞으로도 우리나라에서는 빈곤화 성장의 역풍이 거세게 불어 계속 사회 전방위에 걸친 핵심 현안이 될 것이다. 따라서 빈곤화 성장 문제는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며 이대로 방치한다면 경제문제 차원을 넘어 시장경제체제 및 사회안보의 위기로 발전하게 될 수도 있다.

  마이클 샌델 하바드대 교수는 ‘불평등의 심화가 사회에 주는 진짜 위험은 민주시민에게 요구되는 연대의식의 약화를 초래함으로써 부자와 가난한 자의 생활영역의 단절을 통해 증오와 투쟁의식만을 확산시키게 된다’고 지적한다. 이는 빈곤화 성장문제 대책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 대책이 추구해야 할 진정한 가치와 방향성이 무엇인지를 암시한다.

   
▲ 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
  빈곤화 성장의 문제 해결에는 많은 사회적 저항이 따를 것이다. 그래서 이 문제는 국민통합 노력과 특단의 정치적 결단 없이는 그 어떤 처방전도 효과를 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가 60년대 이후 90년대를 지나오면서 겪은 수많은 위기는 기회가 되어 오히려 한국경제 발전의 추진력이 되고 있다.

  ‘금 모으기’ 운동을 통해 IMF외환위기 극복의 원동력을 찾아냈던 것처럼, 이제 ‘마음 모우기’ 운동과 함께 잠재되어 있는 ‘위기극복 유전자’를 깨워 우리 모두의 중지와 역량을 결집시켜야 한다.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서 강자가 먼저 손을 내미는 포옹과 포용이 지금이야말로 필요한 때다. (내일 2회 계속 이어집니다)  /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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