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범 칼럼] (10) 대화는 비전을 그리는 최상의 방법이다.

간단한 원본 그림을 부모에게만 보여주고 짧은 시간 동안 사본 그림을 그리게 한다. 자녀들에게 부모가 그리는 그림을 이어서 그리게 한다. 조건은 서로 대화를 못하게 하면서 그림을 완성토록 해보는 게임이다.  부모의 첫 스케치를 이해하지 못한 자녀는 나름대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이후 부모는 자녀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리려 최초의 그림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그림은 더욱 이해하기가 어려워진다. 더 어렵게 그려진 그림에
자녀들은 마침내  마음대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지켜보던 부모들은 “처음 스케치한 그림이 어떤 그림인지 이해가 안 갔니?”라며 쓴 웃음 짓는다.

원본 그림을 본 사람은 나름 그림을 그려 나갈 수 있다. 하지만 그림을 보지 못한 사람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의도를 알기에는 어렵다. 가정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자주 일어난다. 부모의 생각과 의도를 명확하게 말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자녀들에게 행동하기를 요구하거나, 자녀가 그려놓은 그림을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부모들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도록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럴 경우 대화의 단절 형상이 온다. 단적인 예로 청소년들에게 “부모님들과 하루에 어느 정도 시간을 가지고 대화를 하는가?”라는 질문에 30분 넘게 대화를 한다는 청소년들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대화의 단절 상태에서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좋은 그림은 그릴 수 없다.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전체적으로 스케치가 된 상태에서 색을 입히는 과정에 자녀를 참여시키거나, 최상의 방법으로는 대화라는 수단을 통해 어떤 그림을 그릴 것인지? 어떤 색깔로 그릴 것인지? 구도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상세하게 소통해서  처음단계에서부터 함께 그려나간다면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렇다면 함께 그릴 그림을 위해 많은 대화를 하고 있는가?
청소년들이 받는 스트레스 중 가장 큰 것은 학업성적이다. 스스로의 기대치가 큰 만큼 부모의 기대치가 크기 때문이고 어느 순간 비교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만족할 만한 성적을 올리지 못하면 자존감을 잃어버리고, 자아 형성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받는 가장 큰  스트레스 해소에 노력을 함께 해야 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청소년들에게 “스트레스 어떻게 해소하고 있는지 적어보자”라고 했었다. ‘멍 때리기’ ‘노래방 가기’ ‘잠자기’ ‘간식 먹기’ 등 다양한 해소방법을 말한다. 물론 이런 방법은 스스로에게 적합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스트레스 극복을 위한 노력으로 부모와의 대화를 생각하지 않으며,  걱정 고민 애로사항 등에 대한 대화를 요청하는 경우가 극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역으로 말하면 자녀의 말에 경청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방과 후 학습, 선행학습 등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향후 자녀의 미래를 선명하게 그려나가는 기회가 될 수 있다’라는 판단 하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고, 미흡한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고,  발품과 귀 동냥을 통해 좀 더 좋은 것을 찾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다.  부모의 노력과 헌신이 자녀를 원하는 만큼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일정 부분 부모들이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추가적으로 함께 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도 좋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대화를 통해 찾아보는 것이다. 적절한 질문과 순수한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말을 경청하게 되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이해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그들도 부모들의 그림을 이해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 박호범 제주카네기연구소 소장. ⓒ제주의소리

리더는 자신이 그려나가는 그림을 타인에게 이해시키고 협력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열정과 노력으로 성과를 만들어 내기 어렵다. 함께 할 때 실패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가정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비전이 무엇인지 자녀들이 알고 있어야 자녀들의 협력을 얻을 수 있고, 또한 자녀의 비전이 무엇인지 알아야 그들이 원하는 것을 도와 줄 수 있는 것이다. ‘말을 물가까지는 끌고 갈수는 있어도 물을 마시게 할 수 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다른 방법으로 해석하면 ‘갈증을 느낄 때 물가로 끌고 가면 물을 마신다‘라는 말이 된다. 갈증을 느낄 때를 알고자 한다면 오랜 시간 관심을 가지고 습관을 파악해야 하는 것처럼 관심과 소통이 필요하다.   세일즈맨 세계에서 “내가 원하는 상품을 팔지 말고,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팔아라, 그러면 성공할 수 있다”라는 말을 한다.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해 주어야 하는 것처럼 좋은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스케치하면서 이해와 협력을 구하고 도와주어야 한다. 그러면 비전을 함께 그려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박호범 제주카네기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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