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계 7대경관 선정' 이끈 양원찬 범국민추진위 사무총장

▲ 범국민추진위는 31일 제주관광공사에게 업무인계를 함으로써 1년여의 활동에 마침표를 찍었다.제일 왼쪽이 양원찬 사무총장. ⓒ 범국민추진위 제공

국내에서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캠페인을 주도했던 '제주-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범국민추진위)가 31일 제주관광공사에 업무를 인계했다. 출범 1년여 만에 사실상 '해산'에 들어간 셈이다. 
 
정운찬 위원장은 "세계 7대자연경관은 제주도 미래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글로벌관광 마케팅도구로서 추진했던 것"이라며 "이제 그 목표 달성으로 제주도는 도약의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됐다"고 자평했다.
 
이날 업무인계 행사에는 또다른 주역인 양원찬 사무총장도 참석했다. 양 사무총장은 우근민 제주지사의 요청을 받고 정운찬 전 총리를 위원장으로 모셔오는 등 범국민추진위 출범의 산파역을 자임했다.

하지만 지난 1월 제주도의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이 확정되었음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더욱 확대되고 있다. 베트남에 세워지는 '제주 김만덕 학교' 개교 일정을 협의하러 이날 저녁 출국하는 양 사무총장의 마음이 편치 않은 이유다. 

"뉴세븐원더스재단은 IOC보다 더 깨끗하다"

지난 1월 27일 버나드 웨버(뉴세븐원더스재단의 설립자)의 인터뷰가 나간 뒤 양 사무총장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내가 제주도의 역적이 돼 버렸다"고 괴로운 심경을 토로했다.

양 사무총장이 직접 인터뷰(1월 26일)를 주선했는데 <오마이뉴스>가 "버나드 웨버가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캠페인을 주관하고 주최한 곳은 비영리재단인 뉴세븐원더스재단이 아니라 영리회사인 NOWC(뉴오픈월드코퍼레이션)'고 인정했다"고 보도해 제주도를 발칵 뒤집어놓았기 때문이다.  

업무인계식이 끝난 31일 낮 12시 10분께 범국민추진위 사무실에서 만난 양 사무총장은 애연가답게 줄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는 버나드 웨버 인터뷰 기사로 인해 제주도민 등이 재단과 NOWC의 관계를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재단은 영리사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영리사업을 할 수 있는 회사(NOWC)를 설립한 것이다. 법적으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나 FIFA(국제축구협회)도 영리회사를 두고 있다. 오히려 IOC나 FIFA보다 재단이 더 깨끗하다. NOWC가 얻은 수익의 50%를 재단에 돌려준다고 공개하지 않았나? IOC는 그런 것도 밝히지 않는다."
 
양 사무총장은 "스위스 주등기소에는 IOC, 국제적십자연맹 등도 (비영리)재단으로 등록돼 있는데 재단도 그 단체들과 같은 등록서류를 내고 재단으로 등록돼 있다"며 "스위스 연방정부로부터 엄격한 감사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단이 영리사업을 하기 위해 영리회사인 NOWC를 만든 것은 맞다. 하지만 영리사업은 재단이 한 게 아니라 (재단으로부터) 독립된 NOWC에서 했다. 모든 수익사업은 NOWC가 관장했다는 얘기다. ISL에서 IOC의 수익사업을 하는 것과 같다. IOC도 (비영리)위원회를 운영하기 위해서 (영리회사인) ISL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양 사무총장은 제주관광공사와 계약을 체결한 주체인 NOWC와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는 NOWC와 이메일 한통도 주고받은 게 없다"며 "우리는 NOWC와 거래한 게 아니라 재단만 상대했다"고 말했다.

"재단은 분명히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캠페인은 자신들의 두 번째 프로젝트라고 했다. 우리는 재단만 상대했다. 거기에서는 어떤 상업적 행위도 없었다. 재단과 상업적 계약을 맺은 적도 전혀 없다. NOWC와 계약을 체결할 때 제주관광공사에서 199달러의 참가비를 준 게 전부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날 양 사무총장이 기자에게 공개한 '계약서'에서 발견됐다. 계약의 당사자는 '재단'과 '제주관광공사'임에도 불구하고 거기에는 제주도지사(2008년 당시엔 김태환 지사) 관인이 선명했다. 박영수 당시 제주관광공사 사장이 사인을 했지만 그 위에 제주도지사의 관인이 찍혀 있었던 것이다.

이와 관련, 양 사무총장은 "2008년 박영수 사장이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한 채 제대로 된 해명은 내놓지 못했다.

▲ 88올림픽(위)와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아래) 계약서의 서명 부분. 양원찬 사무총장은 "재단도 IOC처럼 영리회사를 내세워 계약을 맺는다"고 말했다. ⓒ구영식

"전화비 200~300억? 마케팅 비용으로 이해해 달라"
 
특히 범국민추진위는 <오마이뉴스>의 버나드 웨버 인터뷰에서 "통역의 실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양 사무총장도 "인터뷰 통역자가 전날 KBS <추적60분>을 웨버 등에게 통역하느라 잠을 못잤다"며 "그래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던) 그날 비몽사몽간에 통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에서 제공한 인터뷰 녹음파일을 검증한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팀은 "그런 실수는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의 문제점을 최초로 제기했던 '누리꾼 3명'의 일원인 넷틀로러(netroller, 미국 유학생)도 "나도 인터뷰 음성파일을 들어봤는데 통역상 실수라고 할 만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 사무총장은 "인터뷰 다음날(27일) 조찬 회동에서 정운찬 위원장이 웨버에게 직접 물어봤는데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은 재단이 주최, 주관한 두 번째 프로젝트이다, 다만 법적으로 재단운영에 필요한 수익사업을 할 수 없으므로 NOWC가 그 사업을 대행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반박했다. 

"그러한 웨버의 답변을 (인터뷰 때는) 통역이 잘못 전달했다. (그게 아니라면) 재단의 돈벌이를 위해 우리가 전화투표를 했다는 얘기 아닌가? IOC도 마찬가지인데 우리가 올림픽 할 때 'IOC에게 돈벌어 주기 위해서 한다'고 하지는 않는다."
 
현재 여전히 의혹이 일고 있는 대목은 제주도가 전화투표를 위해 얼마나 많이 '국제전화'(행정전화)를 사용했는가 하는 점이다. 제주도가 지난해 9월까지 1억 통 이상의 국제전화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를 전화요금으로 환산하면 200억 원 이상이다.

▲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작업을 진행하는 스위스의 뉴세븐원더스재단 설립자 버나드 웨버 이사장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에서 제주도 선정과 관련한 의혹에 대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양 사무총장은 "우리는 '투표 해달라'고 캠페인을 했을 뿐이지 얼마나 투표했는지는 절대 모른다"며 "다만 범국민추진위에서는 제주도쪽에 '공무원들을 전화투표에 동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관에서 주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는데 범도민추진위에서 실적을 올리려고 공무원들을 압박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제주관광공사 사장은 이런 논리를 펴더라. '지난해 제주도 관광수입이 5조 원이다. 마케팅 비용은 통상 5% 정도 쓰는데 그걸 경우 2500억 원 써야 한다. 제주도는 관광으로 먹고 사는데 (전화투표 비용으로) 200억~300억 원 써서 성공했다면 뭔가 문제가 되느냐? 그런 정도(200억~300억 원 사용)는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 나는 이런 논리를 어느 정도 동의한다."
 
양 사무총장은 "나는 마케팅하러 간 것"이라고 강조한 뒤, "전화투표에 들어간 돈은 그 마케팅 비용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그런데도 그것을 상업행위라 하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7대자연경관'이라는 타이틀에 비하면 200억~300억 원은 싸다"며 "(지방정부에서) 마케팅 비용이라고 쓰는 것이 다 혈세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누구는 '관치의 성공'이라고 하고, 누구는 '제주도의 열정'이 반영된 거라 한다. 공무원들이 열다 열정을 가지고 전화투표를 벌였는데 거기에는 도민의 바람과 염원이 들어가 있다. 또 전화투표하는 것도 마케팅이다.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효과에 비하면 마케팅 비용으로서 200억~300억 원의 전화비는 엄청 싸다."   

인터뷰 앞 부분에서 "(업무를 인계해서) 이제 7대경관의 '7'자도 안꺼낼 것"이라던 양 사무총장은 이런 최후 항변을 내놓았다.

"우리가 큰 잔치, 큰 일을 치렀다. 그런 과정에서 다소 부작용이 있었다. 큰 잔치를 할 때는 접시가 많이 깨진다. 그렇게 생각해 달라. (공무원들이) 전화를 많이 한 것은 옥의 티다. 그 외는 다 깨끗하다. 나는 고향을 위해 보람있는 일을 했다. 그래서 행복하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 협약에 의해 게재합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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