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호 칼럼] (4) 제주 공직사회에 '연고주의' 싹을 자르자 

  제주의 빈곤화와 저성장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한순간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구조화된 빈곤화와 저성장은 우리사회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며 심각한 사회문제를 노출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고운호 전 한국은행제주본부장이 ‘빈곤화 성정과 가난의 땅, 제주의 생존존략’이란 제목으로 장문의 칼럼을 보내오셨습니다. 빈곤화의 원인에서부터 한국과 제주의 문제점, 이를 탈출하기 위한 제주사회의 해법, 특히 리더십과 공직사회의 자세에 대한 조언은 많은 것을 시사해 줍니다. 5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열째, 제주 공무원 사회의 개혁을 통해, 공무원 조직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여야 한다. 공직사회의 경쟁력 강화가 경제, 사회, 문화 등 지역사회 발전의 성장동력이 됨으로써 타 지자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고 세계적 국제자유도시를 완성하는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공무원 사회는 아래와 같이 달라져야 한다.

1) 도정과 도민간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함으로써 민간이 함께 호흡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공무원들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인식하는 도민이 많다면, 어떠한 정책도 도민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없게 되고 정책적 의견수렴도 원활하지 못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효과적인 정책추진을 통한 도정의 발전도 기대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2) 눈앞의 성과 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현재 공무원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근시안적 단기성과 주의는 미래 경쟁력에 필요한 창조적 혁신과 지역발전 에너지를 이끌어 내지 못하며 장기적 시각의 업무추진이야말로 창조와 발전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3) 제주도정은 건전한 생태계의 구축을 통해 다양성을 확보하면서 위험에 대비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개척해야 한다. 세계 경제는 갈수록 빨리 변하고, 예측은 어려워지며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사회는 도서지역의 폐쇄적 특성에서 형성된 특유의 강한 배타적 자주문화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더욱 필요하다.

  정운찬 서울대 교수는 "창의적 조직이 되려면 생태계와의 건전한 소통 속에 다양성이 유지돼야 하며 대우와 삼성의 운명도 다양성이 갈랐다"고 말한다. 특히 동질적 집단인 관료사회에서는 문제를 특정한 사고의 틀 안에서만 바라보고, 이의(異議)를 제기하는 것을 억제하는 경향인 '집단사고(group think)'가 쉽게 작동하게 된다. 그래서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전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선진국에선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으며, 금융기관의 문제는 시장자율기능에 의해 해결될 수 있다는 집단사고의 틀에 갇혀 금융위기 예측에 철저히 무력했던 것이다.

  # 공직사회, 민간 생태계 다양성 받아들이고 휴먼 네트워크 구축해야

  이제 다양성은 제주 도정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핵심과제로 부각되었으며 관료사회는 민간부문과의 네트워킹을 통해 부족한 다양성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민관이 대등한 위치에서 문제를 논의? 협력할 수 있는 수평적? 집단적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경제정책의 수립에서부터 민간부문의 창의성.역동성.다양성.효율성을 관료조직에 접목시킴으로써 정책추진의 능률을 높이고 소통과 포용으로 지역내 갈등의 발생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도 당국자들이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종합적인 시각에서 정책대안을 모색하는 과정 속에서 갈등이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고 도정 수행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사회와의 관계성이 넓어져 대중의 지식이 공유되고 융합됨에 따라 혁신의 가능성이 매우 커지고 결과적으로 보다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4) 큰 비전을 세우는 것 못지않게 적절한 중간목표를 설정하여 종합적인 시각에서 이를 하나하나 실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더불어 최고의사결정자로부터 실무 담당자에 이르기까지 탁상공론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현장 확인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5) 수시로 조직진단을 실시하여 조직의 구조적인 불합리와 비효율, 공무원의 근무행태, 업무흐름을 개선해야 하며 수직적·수평적으로 업무정보를 공유하는 정보공유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아울러 외부의 지식과 인재를 활용하는 휴먼네트워크를 잘 구축하고, 개인적으로도 부단한 노력과 집중력을 발휘해서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적극적인 자기계발이 필요하다.
 
6) 제주 공직사회의 전반적인 개방을 통해 우수 전문인력의 외부수혈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혈연?지연?학연 등 전통사회의 특징적 가치였던 연고주의를 제주 공직사회에서 몰아내야 한다. 역대 도정이 출범하면서 선진화를 표방하고 백년대계를 외쳤지만, 결국 부패와 유착, 지도층의 모럴해저드, 정실 인사 등으로 백년하청의 울타리 안에 갇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바로 전문인력의 부족과 연고주의 문화 때문임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공직사회의 개방은 연고주의의 서식을 어렵게 하여 공직자로 하여금 열린 마음으로 외부와의 소통을 원활케 함으로써 경쟁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홍콩과 싱가포르의 공무원수준은 세계적이다. 국제투명성기구 등에서 해마다 조사하는 각국 관료사회의 경쟁력, 효율성, 청렴도 순위를 보면 이 두 나라는 항상 선두를 다툰다. 이 두 도시국가 공무원이 우수하게 평가되는 데는 개방을 통해 다양한 국적의 인재들을 채용?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리 잡고 있다.

  # ‘우리 삼촌’ 끼리끼리 폐쇄적 문화, 부정부패.비리 척결 어렵게 해 

7) 현재성과 착시현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심각한 위기 징조도 없었고 경영진도 성과에 만족하고 있던 글로벌 초일류 기업들이 갑자기 몰락하는 경우가 있다. 현재 성과 착시현상 때문이다. 미래 위기 가능성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현재 성과가 아니라 지금 가지고 있는 비전과 전략, 역량과 자원, 시스템 등이 미래 경쟁력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를 냉철하게 평가해야 한다. 아무리 초일류 기업이라도 현재 성과를 자축하며 축배를 들 시간은 1/1000초밖에 없다(NANO Second Celebration)는 델컴퓨터 창업자 마이클 델 회장의 경고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8) 제주 공직사회의 부패를 철저하게 혁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우리 삼춘’으로 상징되는 제주의 연고주의, 괸당문화와 관료주의는 공직사회에 부패친화적 환경을 쉽게 조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끼리끼리”의 폐쇄적 문화와 인간관계는 부정부패와 비리의 척결을 매우 어렵게 하기 때문에 이의 근본적인 치유를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친 지속적인 개혁이 필요할 것이다.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를 보면 한국은 OECD 30개국 평균을 크게 밑도는 부패후진국이며,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모든 부처, 모든 직급에 부패의 곰팡이가 무한 증식되고 있고 비리의 유형도 뇌물수수, 정책왜곡, 업체유착, 정책정보 유출, 예산 유용과 남용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울 정도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부패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정설이다. 그러면 부패의 예방과 척결방법은 무엇일까?

① 고질적인 비리나 부패 해결의 관건은 투명성이다. 특정인에게 재량권이 지나치게 집중되지 않도록 도정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협의체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또한 정책실명제를 도입해 공무원이 그 자리를 떠난 뒤에도 평가받도록 해야 한다.

총체적 행정 난맥상을 보였던 한라산 국립공원 관리권 논란과 판타스틱 아트시티 프로젝트의 무산도 공직자의 역량부족 뿐만 아니라 “끼리끼리”의 연고주의 문화의 창궐로 모든 권한이 특정인에게 집중되면서 행정의 견제와 균형 기능이 상실된 데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사회는 다양화하고 투명해지고 있지만 도정의 의사결정 절차나 과정에서의 편법과 불투명한 구석은 도민들에게 좌절과 분노를 야기함으로써 도정 개혁을 위한 역풍이 들이 닥칠 수도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 선심.과시성 개발사업, 왜곡된 장밋빛 보고서는 제주도민들에겐 ‘재앙’

② 도정은 도민의 알 권리를 위해 제대로 된 공시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 도민이 시장 원리 및 공동체적 관점에 따라 공개적으로 감시·감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③ 싱가포르 정부관료나 정치지도자들의 근본적인 부패척결과 일벌백계 의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구태의연한 수사적 선언이나 솜방망이 처벌로는 공직비리가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④ 제주도의 재정자립도는 국가의 지원이 없으면 독자생존이 안될 정도로 너무 취약하다. 그러나 도정은 소위 치적 쌓기와 한건주의식 전시행정 아니면 선심행정에만 여념이 없는 듯하다. 이전 도정을 흉보며 따라하는 모습은 기가 찰 노릇이다. 이대로 방치하다간 제주지자체 파산이라는 극단적인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도의 곳간을 튼실하게 지키는 관건은 투명성이다. 내부통제 시스템을 한층 강화하고 예산집행실명제의 도입이 필요하다.

   
▲ 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
그동안 중앙정부가 각종 특혜를 몰아주었던 강원도 태백과 인천광역시가 재정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두가 채산성을 따지지 않은 채 선심·과시성으로 방만한 개발사업을 벌였기 때문이다. 왜곡된 장밋빛 보고서와 내?외부 감시의 부족이 재앙을 키운 것이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죄 없는 국민의 혈세로 메워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1100억원의 세금을 쏟아 부은 태백의 은하 모노레일은 한 번도 달리지 못한 채 고철 덩어리가 됐다. 용인시는 공사를 완료하고도 흉물로 방치돼 있는 경전철 때문에 용인시 전체 예산의 40%에 육박하는 엄청난 돈을 세금으로 물어내게 되었다. 직무유기를 한 인사들을 가려내 끝까지 책임을 추궁하는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 타당성을 외면하며 트램에 집착하는 제주 도정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마지막회 이어집니다) /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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