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지붕교체가 바로 예산낭비" vs 사업소 "최소화"

 

제주돌문화공원에 조성된 제주전통 초가마을. <제주의 소리 DB>

제주 고유의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관광명소 중 하나인 제주돌문화공원이 재료 확보, 인력운용의 어려움 등을 들어 초가(草家) 지붕을 반영구적인 시설로 개량하는 사업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있다.

관리 기관에선 예산문제 등을 이유로 들고있으나, 장기적인 로드맵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한쪽에선 초가를 짓고, 다른 쪽에선 지붕을 허무는게 오히려 예산낭비가 아니냐는 눈총을 받고있다. 평소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과 함께, 무엇보다 돌문화공원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돌문화공원 관리사업소(소장 김영일)가 22일 제주도의회에 보고한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오는 6월말까지 1억원을 들여 공원과 인접한 교래자연휴양림 내 야영장 초가 10동의 지붕을 화산회토 시멘트로 대체할 계획이다.

일대가 눈.비가 많은 다습한 지역이어서 보수비용이 만만치 않고, 주 재료인 띠(제주어로 '새')를 조달하기가 어려운데다, 고령화로 인해 전문보수인력을 확보하기도 만만치 않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공원과 교래휴양림은 사실상 하나의 사업장이다.     
 
몇년에 걸쳐 이 곳에 하나둘 들어선 초가는 공원구역 내 102동, 휴양림 내 29동 등 총 131동. 매년 띠를 교체하는데 2억6000만원이 소요된다.

이날 업무보고에서 추가로 확인된 내용은 공원측이 우선 올해 휴양림 내 10동을 시작으로 2015년까지 총 31동(휴양림 15동, 공원 16동)의 지붕 재질을 화산회토 시멘트로 바꾼다는 점이다.

사업소측은 "전수조사를 거쳐 초가가 돌문화공원에 어울리는지 여부를 따져 지붕 개량 대상을 최소화했다"며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 곳은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한쪽에선 초가를 짓고, 다른 편에선 초가 지붕을 없앤다는 것이다. 초가는 공원에 먼저 조성됐고, 휴양림에는 나중에 들어섰다. 휴양림은 지난해 준공됐다. 이와 동시에 휴양림 내 초가 지붕 개량 계획이 잡혔다.

의회 문화관광위원회 김희현 의원(민주통합당, 제주시 일도2동 을)은 "한쪽에선 지붕을 고치고, 또 한쪽에선 초가마을을 짓고 이건 아닌 것 같다"면서 "계획이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초가 지붕 개량 논란은 지난해 11월 의회 행정사무감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부 의원들은 예산 낭비와 돌박물관의 정체성 등을 거론했다. 호된 질책을 받은 사업소 측이 초가 31동에 대한 개량 계획을 세우자 이번에는 내부에서 거센 논란이 일었다.  

평소 관리를 게을리 해놓고 의회 지적이 나오기 무섭게 예산낭비 등을 들먹이면서 손쉬운 수단을 택하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비판하는 쪽의 주장은 관리가 다소 불편하고 어려움이 있더라도 세계적인 명품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한마디로 어처구니 없는 발상이라는 얘기였다.

이 문제는 한때 감사위원회 감사 청구까지 가는 논란을 빚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인사로 인해 지금은 사업소 직원의 상당수가 바뀐 상태.

돌문화공원은 2006년 문화관광부가 실시한 문화.생태 관광자원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제주의 신화와 역사, 도민의 삶, 지역 특색 등을 뛰어나게 표현했다는 호평이 나왔다. 

나중에 논란에 휩싸인 단체이지만,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이벤트를 주관한 스위스 뉴세븐원더스 재단이 지난해 로고를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인증서를 보내오기도 했다.

공원이 주변 환경과 절묘한 조화를 이룰 뿐더러 제주 특색을 가장 잘 표현했다는 찬사를 들었다.  

김희현 의원은 "조화를 얘기하는데 그럼 처음부터 공원과 초가 지붕이 어울리지 않았다는 얘기가 아니냐. 차라리 이 기회에 띠잇기 등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만드는게 어떠냐"며 초가 지붕을 허물기 보다 활용방안을 먼저 세우라고 촉구했다.

김영일 소장은 "올해 10동을 개량하면서 의원들이 지적한 내용을 심도있게 검토해 장기계획을 수립하겠다"며 "하반기에 전통프로그램화 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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