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 제주의소리 창간 8주년 인터뷰에 응한 오 대표는 "미디어의 생명력은 그 시대의 어젠다에 정면승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제주의소리
<창간8년, 이재홍이 만난사람>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사회 어젠다는 보수언론, 그 중에서도 ‘조중동’ 몫이었다. 87년 6월 항쟁 이후 진보언론인 한겨레가 탄생하면서 조중동 프레임에 맞선 민주와 인권, 통일의 어젠다로 우리사회의 보수화를 막아왔지만 권력과 자본을 전면에 내세운 보수언론의 파워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겨레 홀로 고전분투 할 때 탄생한 게 오마이뉴스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언론은 곧 자본과 조직, 즉 돈과 사람이 지배했다. 그러나 자본금 1억원 기자 4명으로 달랑 출범한 오마이뉴스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시민기자’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 시민기자는 기껏해야 한 달에 한번 신문에 기고하는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시민기자는 자기 분야의 전문성, 삶의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생생한 소식들, 지금까지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 자본과 권력의 부당함을 가감없이 인터넷을 통해 오마이뉴스에 퍼 날랐고, 그 소식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달됐다. 뉴스는 언론과 기자들의 전유물로 알았던 국민들에게 이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보다 더 충격을 받는 쪽은 기존 거대언론과 자본, 그리고 권력이었다.

  그리고 12년이 지났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란 모토를 내건 오마이뉴스는 미디어의 새 영역을 개척한 언론사로 평가받는다. 시민기자 8만여명 중 지금까지 단행본을 낸 시민기자가 350명에 이른다. 국내 그 어떤 언론사도 하지 못한 일이다. 오마이뉴스에서 시민기자는 상근기자의 액세서리가 아니다. 오마이뉴스를 이끄는 핵심인력이다. 오마이뉴스의 더 큰 힘은 12년 전, 지금의 트위터 페이스북을 상상하지는 못했지만 시민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참여 저널리즘’을 일찌감치 만들었다는 데 있다.

  제주의소리 창간 8주년 특집으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를 만났다. 분단위로 시간을 쪼개야 하는 바쁜 일정 속에도 오 대표는 제주의소리를 반갑게 맞아줬다. 오 대표 인터뷰는 2일 오전10시부터 1시간 20분가량 서울 상암DMC에 있는 그의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오 대표는 “창간당시 당시 보수매체의 힘이 8이라면 진보매체 힘은 2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언론의 지형을 바꿔보고 싶었다. 지금은 5대 5가 됐고, 특정사안에 대해선 오히려 역전이 됐다”면서 “오마이뉴스와 같은 진보매체가 잘해서라기보다는 시민들의 의식이 많이 향상됐고, 시민스스로가 ‘미디어’라는 인식하에 SNS가 등장하면서 진보와 보수, 시민과 보수언론의 역학관계가 바뀌어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10.16 서울시장 선거에서 그 위력을 보여준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와 나꼼수와 같은 팟캐스트방송에 대해 “무엇보다도 3~4명을 가지고도 세상을 쥐락펴락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게 가장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둬 보수쪽에선 조중동 종편이란 무기를 가겼고, 진보쪽은 SNS와 시민참여란 전에 없었던 새로운 무기를 하나씩 가졌는데 결국 누가 유권자의 가슴을 움직이게 하는가에 달려있다”면서 “지금까지 흐름을 볼 때 보수가 졌다. 2012년 미디어 싸움에서 조중동 종편은 졌다”고 말했다.

  12주년 창간사에서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자”고 밝힌 오 대표는 “우리가 최선을 다해서 과거 100년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100년을 내다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그렇다면 앞으로 5년 10년 20년 후의 미래 어젠다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아젠다와 정면승부해야 한다. 미디어의 생명력은 그 시대의 주요 어젠더와 정면 승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가 지난달 22일 창간 12주년을 맞았다. 제주의소리도 24일 8주년을 맞았는데, 한국사회에서 오마이뉴스 창간 12년은 어떤 의미가 있나. 
 
  "오마이뉴스는 한국 미디어분야에서 인터넷신문이란 새로운 영역을 열었다. 오마이뉴스는 그냥 인터넷신문이 아니라 시민참여형 인터넷신문, 시민참여형 모델을 선보였다. 우리가 자부심을 갖는 건 그 이후 전개된 뉴미디어 현상의 핵심적 흐름을 잡아준 것이다. 최근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 시대에서도 마찬가지로 시민참여가 가장 큰 핵심이다. 오마이뉴스의 기본 정신이 확산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 오 대표는  우리사회를 이끄는 건 시민기자라면서 시민사회의 의식변화와 적극적인 참여로 과거 8대2였던 보수와 진보언론의 지형이 지금은 5대 5 수준으로까지 바뀌었다고 말했다. ⓒ 제주의소리
   우리사회 변화를 이끈 건 '시민기자'...보수일색 언론지형 ‘5대5’로 바꿔 

- 오마이뉴스 모토는 ‘모든 시민이 기자다’에서 출발했다. 당시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시도였다. 시민기자가 가져온 변화는 무엇인가.

  “처음 시민기자 제도를 주창했을 때 과연 이만큼 폭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까 이것에 대해 확신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진행된 흐름을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12년간 오마이뉴스에 콘텐츠를 제공한 시민기자 (8만여명)중 350명이 단행본을 냈다. 그만큼 콘텐츠가 있는 시민기자들이 많이 등장했다는 소리다.  예를 들면 4대강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든 최병선 목사는 직업이 목사지만 그 누구보다 환경문제와 4대강에 대해 심층적으로 파고들었다. 그분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4대강을 건설하기 전부터 또 건설 후에 이르기까지 심층 취재해 왔다. 청계천의 복원문제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들어와서 다시 한 번 제대로 복원하는 것이 이슈가 되고 있는데 최병선 목사가 거기도 핵심인사로 참여하고 있다. 시민기자가 자기가 주도한 어젠다가 사이트에 글쓰기로 머물지 않고 우리 사회의 실질적 변화를 이끄는 힘이 되고 있다. 결국 최 목사의 글이 우리 사회의 핵심 변화의 동력 되고 있다. 시민기자는 상근기자의 액세서리가 아니라 실질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핵심 인력이 되고 있다. 총선과 대선이 다가오고 있는데 이번 총대선에 우리는 전국 시민기자를 충분히 활용할 것이다.”

- 오마이뉴스가 던지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나. 12년 후 그 메시지가 어떤 메아리로 돌아왔나.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시민이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건 앞에서 설명했고, 또 하나는 대한민국의 언론지형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조중동을 중심으로 한 보수언론 매체의 힘이 매우 크지 않았나, 보수매체의 힘이 8이라면 진보매체의 힘이 2에 불과했다. 8대2의 불균형 구도였다. 이것을 5대5정도로 만들어보자는 것이 목표였는데 지난 12년간 상당한 지형변화가 있었다. 그건 오마이뉴스와 같은 진보매체가 잘해서라기보다는 시민들의 의식이 많이 향상되었고 시민 스스로가 ‘미디어다’라는 인식하에 SNS 같은 것이 등장하면서 진보와 보수, 시민과 보수언론의 역학관계가 상당히 많이 변화했다. 지금은 5대5가 되었다고 볼 수 있고, 특정사안에 대해선 오히려 역전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번엔 조중동이 종편을 시작했지만 이런 것은 지난 12년간 도도히 이어져온 변화의 흐름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 오마이뉴스 성공도 있지만 실패도 있었을 것 같다.

  “2월20일이 저희 창간기념일이다. 창간기념일에 우리는 무엇을 실패했는지를 독자들과 공유했다. 그 하나가 오마이뉴스 재팬이었다. 일본에서 오마이뉴스가 무엇을 하나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약 2년여의 실험에서 실패했다. 그 당시 소프트뱅크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진출하려 했다. 지금 돌아보면 새로운 미디어를 여는데 돈이 준비됐다고 해서 다 준비된 것은 아니었다. 우선 독자의 마음을 사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새로운 미디어를 만들 때 만들려고 하는 곳의 정치지형이 어떤 곳이냐를 제대로 분석했어야 했다. 한국 시민기자들은 자기의 이름을 걸고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일본시민들은 소극적이다. 문화적 사회적 차이가 있다. 이런 실패의 경험이 저희에겐 소중한 자산이 됐다. 다들 고민하겠지만 당시 인터넷신문이 뉴미디어로 출발했는데 과연 뉴미디어로서의 수익모델을 창출했나. 여기에는 실패했다. 전통적 방식의 주요 수입원인 광고와 협찬에 의존한 방식이었다. 이것을 초월한 새로운 방법을 찾았어야 했다. 뉴미디어다운 독특한 방법을 찾았어야 했다. 물론 오마이뉴스는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 10만인클럽, 온라인사업 등 여러 가지 했고 그것이 일정부분 성장도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새로운 뉴미디어로서 수익창출에는 아직까진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둬 보수언론은 조중동 종편을, 진보언론은 SNS와 시민참여라는 새로운 무기로 무장했다면서 결국은 유권자의 마음을 누가 움직이냐를 봤을 때 진보언론이 이길 것으로 전망했다.  ⓒ 제주의소리
  "미디어 생명력은 그 시대 어젠다와 정면승부하는 것...100년 후 화두를 준비하라!"

- 그렇다면 오마이뉴스가 새롭게 고민하고 준비하는 건 뭔가. 
 
  “어~. 우리 영업기밀을 말하라고 하니(웃음) 그렇긴 한데...매해 플랜을 짜는 것도 중요하지만 길게 봤으면 좋겠다. 그래서 회사 내적으로는 ‘2020플랜’을 만들고 있다. 2020년을 내다보는, 그러니까 8년 후를 내다보는 플랜을 짜고 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것은 8년 후뿐만 아니라 100년 후를 내다보면서 지금 우리가 무엇을해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 막 태어나는 아이들이 수명이 늘어나서 100살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이 아이들이 100살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100년 후 우리 사회 화두는 무엇인가 돌아봐야 한다. 우리가 막 애쓰면서 어젠다 세팅하고 있는 ‘양극화 문제’와 ‘통일 문제’는 되돌아보면 지난 100년 우리 역사 속에서 짜여진 틀 속에서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가와 맞닿아 있다. 일제와 분단시대를 우리가 겪지 않았나. 우리가 최선을 다해서 과거 100년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100년을 내다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미디어로서의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시대의 어젠다와 정면 승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5년 10년 20년 후의 미래 어젠다를 고민해야 한다. 저는 그 중 하나가 ‘통일 프로세스’라고 생각한다. 진보언론은 그것을 어떻게 잘 리드하고 소화할 것인가, 또는 리드할 것인가가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본다. 그래서 미디어의 생명력은 그 시대의 주요 어젠더와 정면 승부하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 될 것인지 우리가 집중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선거를 보면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 진보언론과 보수언론이 일대 격돌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소셜미디어의 변화, 나꼼수와 같은 팟캐스트가 우리사회에 확실히 각인하는 계기가 됐다. 뉴미디어 현상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모든 미디어는 두 가지 역할 한다. 하나는 자신의 ‘매력을 전파’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자신의 ‘한계를 노출’하는 것이다. 어떤 미디어도 마찬가지다. 그런 면에서 나꼼수 현상의 등장은 기존 미디어가 뭔가 제 역할을 못했다는 한계가 반영된 것이다. 속 시원하게 못했다거나, 어떤 사안을 깊이 파헤치지 못했다거나, 아니면 좀 더 재미있게 하지 못했다는 것들이 반영되어서 나꼼수 현상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나꼼수는 나꼼수대로 제 역할을 다했다. 그러나 제가 전제했듯이 모든 미디어가 매력을 전파함과 동시에 한계가 있는 것처럼 나꼼수는 나꼼수 대로의 한계가 있다. 업데이트를 일주일 후에 한다든지, 어떤 팩트를 얘기하는데 과연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불분명하게 들린다든지, 아니면 직설화법을 함으로써 중간계층 독자들이 이걸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을 것인지의 한계가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팟캐스트에서도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고 있다. 팟캐스트 속에서도. ‘뉴스타파’와 같은 뉴스 공식 포맷이 등장했고, 오마이뉴스에서도 나꼼수가 하지 못하는 데일리 팟캐스트를 하고 있고, 심층인터뷰를 통해 이슈의 뽕을 빼는 역학을 하고 있다. 선두주자가 등장하니 또 다른 후발주자가 등장해서 그런 한계를 매꿔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생태계가 풍부할수록 좋다. 이후는 뭐냐...새로운 미디어가 또 등장할 것이다. 기존 미디어가 아무리 제 역할을 다해도 늘 틈새가 있기 마련이다.

  나꼼수 현상은 미디어 측면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어떤 의미냐? 미디어판이 고정적인 면이 짙었는데 포털과 종이신문, 방송, 인터넷신문 등 짜여 진 것들이었는데 거기에 팟캐스트라는 새로운 영역이 있구나 라는 새로운 것을 보여줬다. 서너명이 (팟캐스트 방송을)해도 세상을 쥐락펴락하는구나, 이런 새로운 것을 보여준 것이다. 그런 면에서 매우 의미 있다.“

▲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 그는 유권자들의 가숨 속에 있는 꿈과 희망을 드러내게 해 주는 게 진보언론의 몫이라고 말한다. ⓒ제주의소리
  "나꼼수? 3~4명 가지고도 세상 쥐락펴락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 거대언론, 기존언론이 아닌 실핏줄언론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찾아 볼 수 있다고 했는데...

  “트위터, 페이스북, 카페 등을 통해 시민들이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독서토론, 친목모임, 강연 모임 등도 다양하게 형성되어 있다. 제가 말한 실핏줄언론은 1명에서 10명사이의 적은 인원이 미디어를 운영하거나, 아니면 모임을 하거나, 아니면 토론하거나 하는 것을 통틀어서 실핏줄 언론이라 표현했다. 그러나 이것은 언론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언론기관 운영에 따른 자금이 없어도 되고 매우 창의적이고 자발적이다. 이런 실핏줄언론이 다양한 차원에서 우리사회의 세포로서 기능을 할 때 이것이 다 모이면 실개천이 강이 되듯 진정한 미디어 파워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오마이뉴스 한겨레 조선일보가 아니라, 관건은 다양한 실핏줄언론의 활동을 누가 잘 엮어서 서로 연대할 수 있도록 하느냐. 자발적으로 존재하는 실핏줄언론과 의미 있는 매체가 그들과 연대한 형국을 가질 때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보수언론 신형무기 '종편' vs  진보언론 'SNS+시민참여'...유권자 움직이는 쪽이 승자

- 예전 8대2의 보수와 진보언론 영향력이 이제 5대5가 됐다. 그러나 여전히 보수언론은 특정이슈에 완강하다. 특히 올해 총대선에서 보수언론은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완강히 저항할 것이다. 2012년은 보수언론과 진보언론 거대한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2012년을 앞두고 진보와 보수 양쪽에서 전에 없었던 새로운 무기를 하나씩 가졌다. 진보 쪽은 SNS와 시민참여라는 무기를 가졌고, 보수 쪽에서는 조중동 종편이란 무기를 가졌다. 지금까지의 흐름은 보수가 졌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기본적인 사회흐름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 , 누가 유권자의 가슴을 움직이게 하느냐 측면에서 보면 지금까지 전초전에서 조중동 종편 시청률은 아직까진 실패라고 볼 수 있다.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는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의 실패라고 볼 수 있다. 조중동 종편에 시민이 참여하고 있다는 근거를 볼 수 없다. 2012년 미디어싸움에서 조중동 종편은 졌다. 그럼 이후는 과연 어떻게 보나.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런데 관건은 대중들은 준비되어 있는데 리더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안되겠다. 과연 총선과 대선에서 진보 개혁진영이 어떤 후보와 어떤 상품을 내 세우느냐, 그리고 그 상품이 대중의 가슴을 뛰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 그런 면에서 2012년은 진보언론에게 중요하다. 진보언론이 이 국면에서 해야 할 역할과 몫은 무언인가.

  “진보 매체든 보수 매체든 가장 중요한 역할은 현상과 본질을 잘 구분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 우리 눈에 보이는 현상과, 유권자들의 마음속에 있는 것을 잘 연결해주는 것이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현상은 현란하게 보여줄 수 있으나 정말 유권자의 가슴속에 있는 꿈과 희망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 것들을 잘 드러내주도록 하는 거다. 그리고 기존 주자들, 그분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이미지로만 있는 것이냐, 실질적으로 뭔가 해 낼 수 있는 유권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사람들이냐를 잘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다음에 진보진영의 전략적 사고를 하는 분들이 있지 않나. 그 분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신속하게 전달함으로써 대중들이 판단하는데 도움을 줘야 한다.”

- 진보진영 전체가 그렇지만, 진보언론은 특히 물적 토대가 없다. 또 물적토대에 대해 어떤 면에서 알레르기 반응까지 보이지만 실제는 중요하다. 본연의 컬러를 잃지 않으면서 물적토대를 쌓는 건 정말 불가능 한가.

  “저는 미디어 영역, 미디어사업이라는 게 다른 사업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공적 이슈를 다뤄야 한다는 것. 그 사이에 주요 이슈를 다룬다는 것. 그러니까 잘 팔리는 이슈가 아니라 주요 이슈를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디어가 돈을 벌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미디어가 돈 버는 것을 앞세우면 반드시 실패한다. 더디 가지만 독자의 마음을 잡고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첫 번째 핵심이다. 그럼 신뢰가 구축되고 영향력이 갖춰지면 돈 문제는 서서히 따라온다는 대전제가 있다. 그럼 그런 대전제 하에 과연 오마이뉴스가 걸어온 12년 어떤가. 잘했나? 따져보면 두 가지 요소가 다 있는 것 같다. 되돌아보면 이랬으면 더 성공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도 있다. 그러나 저는 올해가 본격적으로 사업 영역도 확대하는 해라고 본다. 그래서 오마이뉴스는 온라인교육사업 확대 강화하는 원년이 된다. 그러나 온라인교육사업도 미디어의 공신력 신뢰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런 영역에서 좀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향후에는 오마이뉴스에서 지금 하고 있는 출판사업, 10만인클럽, 온라인교육사업 등을 통틀어서 오마이뉴스 전체매출의 50%를 앞으로 3년 이내 구축할 계획이다.”

- 오마이뉴스가 어떤 정치권력이나 자본권력에 굴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참언론’을 만들겠다고 해서 시작한 게 10만인클럽이다.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나. 

  “10만인클럽은 일단 유료독자다. 모든 인터넷신문은 다 무료인데 사실은 이 분들은 자발적으로 유료를 선택한 매우 귀중한 분들이다. 월 1만원씩이다. 이분들이 누계로는 현재 1만3000명, 지난달에는 1만원을 낸 사람들이 4400명이 된다. 등락이 있는 거다. 이것을 십만인 클럽이라고 명명했는데 실제로는 3만명만 되어도 큰 의미가 있다. 그런데 앞으로 진보진영 언론에서도 알아야 할 것이 우리 개념있는 독자들이 도와줘야 할 곳이 너무 많다. 그래서 도와주는 모델은 한계가 있다. 우리가 애플을 도와주려고 아이폰을 산 것은 아니지 않나. 아이폰이 필요해서 산 것이다. 마찬가지로 독자들이 꼭 필요해서 돈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 확실하게 1만원을 낼 수 있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독자들을 탓할 것이 아니라 독자가 1만원을 기꺼이 낼 수 있는 그러한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온라인 교육사업을 확대하려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 ⓒ 제주의소리
  "유권자 가슴 속에 있는 꿈과 희망을 드러나게 해주는 게 진본언론의 몫"

 - 제주 독자들에게 오마이뉴스 다른 매체에 비해 상당히 친근하다. 제주 이슈가 그 만큼 많고 잘 다뤄지고 있다는 방증인데, 그 중 하나라 강정 해군기지 문제다. 근 5년간 싸워왔다. 오마이뉴스는 이에 대해 그 어떤 언론보다 지속적으로 강도 높게 문제를 제기해 왔다. 지역에서 보면 강정문제를 보는 제주도내부와 외부의 온도차가 너무 심하다는 걸 느낀다. 오마이뉴스가 보는 강정 문제는 어떤가.

  “저도 강정마을에 가보긴 했다. 가서 여러 가지 느낌을 받았다. 미디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뭘까 하다가 그러면 기자를 오랫동안 상주시켜보자고 했다. 또 우리 이주빈 기자가 자발적으로 자원했고, 취재했고 그 결과로 단행본도 나왔다. 또 그 단행본을 보고 많은 독자들이 10만인클럽에도 가입하고 오마이뉴스가 참 잘했다 한다. 그런데 우리가 이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은 현재 정치인과 제주도지사, 시민단체 사람들이 지혜를 모아야 하겠지만 교훈이 있다면 첫 단추를 꿸 때 우리 언론은 제대로 왜 대응하지 못했나 하는 반성이 든다. 거슬러 올라가면 노무현 정부 때, 아이디어 차원에서 보면 더 거슬러 올라가 김대중 정부 때부터다. 이런 것을 보면서 미디어가 깨어 있지 않으면 우리도 공범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교훈을 얻었다.” 

- 오 대표는 오마이뉴스 오너이면서 대표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언제까지 글쓰기를 할 건가.

  “(웃음)이제 오마이뉴스에 기사 잘 안 쓴다. 올해 딱 하나 썼다. 창간기념사.... 그러나 저는 계속 글을 쓰고 싶다. 우리 직원이 거의 100명이 다 되어 가는데 맨 날 ‘100명의 월급 어떻게 책임질까’ 이것만 생각하면서 스트레스만 받을 수 없지 않나. 걱정만 하고 살고 싶진 안다. 글도 쓰고 무엇 때문에 미디어를 하려고 했나하는 되새김 속에서 신명이 솟지 않겠나.(웃음) 그래서 사실 지난 한 6개월 동안 단행본을 하나 작업했다. 법륜스님이 통일문제에 대해 한 20년간 고민해오셨다. 그 분과 심층인터뷰를 했다. 그 인터뷰를 통해 제가 느낀 점은 통일과정에 대해 잘 설계해야 하겠다. 미디어도 역할이 너무 많다. 통일문제는 단순 남북간 통일문제가 아니라 지난 100년을 제대로 돌아보고 나쁜 것은 제대로 청산하고 좋은 점은 계승하되 새로운 100년을 잘 설계해보자... 그래서 가제는 ‘새로운 100년’이라고 잡아봤다. 4.11총선 직후에 이 책이 나올 예정이다. 이 책도 제가 쓴 하나의 ‘긴 인터뷰 기사’라고 볼 수 있다. 저는 이런 식의 글쓰기 계속하겠다. 나중에 꿈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계속 글쓰기 하는 것이다.(하하하)” 

  "오마이뉴스 ‘정신’만 구현된다면 나중까지 꼭 존재해야 할 이유는 없다"

- 지난 12주년 창간기념사를 보면 새로운 100년을 내다보는 오마이뉴스가 되겠다고 밝혔다. 오 대표가 꿈꾸는 100년 후의 오마이뉴스는 어떤 모습인가.

  “저는 100년 후에 꼭 오마이뉴스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모든 것에는 생명이 있다. 「말」지와 「사상계」도 그렇게 사랑받았지만 없지 않나. 물론 조중동처럼 수십년 이어가는 언론도 있지만, 모든 언론이 천년만년 가야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만일 어떤 미디어가 망했다면 그 장점은 후발 언론에서 계승되고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말」지는 사라졌지만 그 장점은 오마이뉴스와 한겨레가 받지 않았나. 자연스러운 생태계로 생각한다. 오마이뉴스가 수백년 이어져야 된다고 보지 않는다. 단 오마이뉴스가 추구하고자 했던 정신인 시민참여와 정도를 걷는 언론정신이 구현되면 되는 것 아닌가. 단, 오마이뉴스가 어느 지점까지 존재한다면 그 시대의 어젠더와 정면승부하고, 그리고 그것이 몇 명의 상근기자가 아니라 시민기지들과 함께하는 매체가 되었으면 좋겠다.” 

- 제주의소리도 창간 8주년 됐다. 오마이뉴스와 함께 해 왔는데 제주의소리에 대한 조언을 마지막으로 해 달라.

  “제주의소리와 오마이뉴스는 오래전부터 제휴를 맺어서 여러 가지 해왔다. 특히 강정마을등 여러 가지 함께 협력해 주셔서 감사하다. 아까도 말했지만 지역에서 제대로 된 언론을 만난다는 것이 어렵다. 무엇보다 기본 인구가 되어야 광고시장도 형성되고 할 텐데... 척박한 땅에서  미디어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작은 미디어의 총합의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결국 제주에서 제주의소리가 시민들을 깨어있게 하면 제주의소리 뿐만 아니라 오마이뉴스에도 도움 되고 우리 사회를 더 낳은 방향으로 만드는데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제가 안 봐도 얼마나 어려우실지 안다. 앞으로도 더 힘을 내시고 이제 8년 되었으니까 앞으로 8년 잘 준비해 달라. 오마이뉴스와 같이 ‘2020플랜’을 만들어서 함께 하자. 감사드린다.” <제주의소리>

<이재홍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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