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8년, 소리를 말한다] 양김진웅 제주의소리 전 기자, 메트라이프 생명 FSR

전직 직업기자의 업보 때문일까?
지금도 때때로 중요한 지역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어떻게 다뤘을까? 사안의 내면은 다뤘을까? 본질은 제대로 짚었나? 하는 마음으로 종종 기사를 들춰보곤 한다. 숱한 매체 가운데 필자가 몸담았던 제주의 소리는 첫 번째 클릭 대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손이 가지 않는 그저 그런 인터넷 매체의 하나가 되어 버렸다. 어쩌다 뉴스를 클릭하는 날이면 몇 꼭지의 기사를 읽다가 쓰~윽 한번 눈길을 주다마는, 그야말로 다른 매체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스케치 수준의 사이트와 비슷하게 되어 버렸다.

물론 매체가 많은 탓도 있겠지만 어쩌다 눈에 꽂히는 기사를 읽는 경우에도 '도대체 왜 이렇게 기사를 썼지? '왜 이렇게 밖에 접근하지 못할까?' 라는 안타까움과 아쉬움만 교차한 채 씁쓸하게 창을 닫곤 한다.

오늘날 제주의 소리의 위상이 8년 동안의 치열한 노력의 산물임을 잘 안다. 혹자는 제주의 소리가 너무 커졌다, 권력을 가졌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현대사회에서 '언론이 또 하나의 권력'이라는 말은 언론이 자본과 제대로 결탁이 되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어쩌면 언론 자체는 권력을 가져야 하고 또 필요하다고 본다. 바로 감시권력이다.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정부와 지방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대중의 권력' '시민의 권력' '서민의 권력'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제주의 소리가 과연 그 권력을 갖고 있는가?  자고이래로 가장 무서운 매체는 ‘진실’을 말하는 매체이다. 과연 제주의 소리는 늘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저널리즘 관점에서 몇 가지만 언급하려고 한다.

첫째. 선정적이거나 의도성이 너무 짙다.

속보이는 기사가 적지 않다. 경영적 측면이나 좀 더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자는 취지를 모르는바 아니나 적어도 ‘저널’이라면 품위를 잃지 말아야 한다. ‘사실(팩트)’을 통한 제목달기를 통해 충분히 심각성을 전달할 수 있다. 사실 관계를 중심으로 얼마든지 좀 더 세련되게, 수준 있는 비판과 비평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둘째. 너무 속보에 치우친다.

속보경쟁에 자유롭지 못하다 보면 오보는 물론 문제의 본질을 종종 놓치는 경우를 보게 된다. 그리고 언론매체의 성격상 '고백'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일부의 사실관계를 애써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물론 인터넷 언론의 생리상 속보가 필요할 때가 있다. 하지만 분명히 속보와 심층보도를 구분할 수 있으며 또 시의적절 하게 게재 시점과 시기를 판단할 수 있다. 기획과 심층취재로 승부하는 제주의 소리가 되길 바란다.

셋째. 본질을 외면하거나 때론 보지 못한다.

심지어 문제와 사안의 본질이 분명 있는데도 이를 외면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아마 정치적 판단을 고려해 기사를 재단하는 것으로 보일 때가 적지 않은 탓이다. 정말 제주도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려는 마음이 있다면 보다 사안의 이면에 주목했으면 한다. 문제를 모두 해결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적어도 정확한 정보 전달과 여론형성의 의무를 져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넷째. 왜? 라는 물음이 빠진 채 변죽만 울린다.

마치 커다란 이슈가 되는 듯 요란하게 보도한 이후 단순한 보도 자체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때론 민감한 나머지 사안을 종결 시키려는 경우도 보인다. 궁극적으로 도민의 입장에서 궁금증을 풀어주려는 섬세한 서비스 정신이 부족한 탓이라고 본다. 선정적이고 의도적이지 않을 것, 문제의 본질에 충실할 것이란 주문과 맞닿아 있다.

사실 종이신문과 다르게 인터넷 신문은 상당한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사실 확인에 따른 시간의 촉박성, 쉽게 기사내용을 정정할 수 있다는 안이함, 교정과 편집 시스템이 없는 인력의 한계 등의 탓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기자 스스로 취재기자이자 편집기자, 교정기자라는 생각을 갖고, 다소 늦더라도 신중하게 책임을 진다는 생각으로 기사를 작성한다면 다소 시행착오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주지역 사회에서 튼실하고 안정적이지 못한 경영구조와 수익구조의 한계가 취재 영역을 옥죄고 있는 현실을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오래 지속되고 독자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는 성공하는 언론매체의 사례를 보면 항상 서민의 입장에서 기사를 다룬 매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야 위기 때에도 대중으로부터 외면당하지 않고 십시일반의 힘이 보태지곤 했다.

해직기자와 PD들이 모여 '뉴스타파'라는 인터넷 뉴스 영상을 만드는 시대이다. 필자 역시 집에 TV가 없는 관계로 공중파 뉴스보다 인터넷 뉴스를 접하는 열성 온라인 독자 중 한 명이다.

다수를 위한 공익적 목적을 가진 사실보도는 언론의 사명이다. 기자는 원칙과 신뢰, 정도를 모토로 독자, 특히 서민의 목소리를 대신 내줄 때만이 그 존재의 의미를 부여받는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제주의 소리 취재 역량과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쌓아올린 네트워크와 지혜를 잘 모아 나간다면 위에서 간헐적으로 언급한 문제점을 충분히 극복해 내리라고 믿는다.

직무유기 하지 마라

마지막으로 쫄지 말자.

뒤에는 항상 진실을 갈구하며 제주도의 미래를 걱정하고 사랑하는 현명한 도민과 독자들이 있다. 적어도 정론직필을 하던 제주의 소리가 폐간 위기에 처할 때 ‘도민의 소리’ ‘진실의 소리’가 없어져선 안 된다며 제주도민들이 들불처럼 일어서는 그런 저널은 돼야 하지 않겠는가?

영화 <부러진 화살>을 본 후 법조인 친구와 나눴던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대한민국 법조계 현실과 조직의 한계에서 판사가 기계적 형평을 유지하면 그 판결은 ‘있는 자’와 ‘권력자’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조금은 ‘없는 자’의 편에서 바라보더라도, 그래도 공평할까 말까한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 양김진웅 메트라이프생명 양김진웅 FSR, 전 제주의소리 기자.

마찬가지로 언론도 기계적인 형평성을 들고 갖가지 경중을 따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중과 서민 약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언론이 숨을 죽이면 국민은 숨이 막힌다. 제주 언론이 몸을 사리면 그 ‘화살’은 고스란히 제주도민에게 돌아간다. 최근의 해군기지와 세계7대 자연경관 사례가 그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창간 8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제주의 소리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직무유기’ 하지 않는 언론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오늘 가고 있는 길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이미 우리는 내리막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 양김진웅 메트라이프 생명 FSR(Financial Service Representative)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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