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기칼럼> 두 개의 '사건': 돌문화공원과 평화박물관

제주가 7대 경관 논란을 겪는 사이, 두 가지 의미 있는 사건이 일어났다. 돌문화 공원내 시설물의 초가지붕 개량문제와, 한경면에 위치한 일제전적 평화박물관 매각 문제가 그것이다.

굳이 ‘사건’이라고 하는 것은 그것이 국가나 도의 정책이든, 여론의 관심이든 제주의 현재를 가늠하는 ‘생각’이 투영된 현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생각에, 제주를 설명하고 보여주는 의미있는 콘텐츠인 두 사안은 그러나 크게 조명되지 못했다고 보인다. 따라서 제대로 된 해결책 또한 관심에서는 멀어진 듯하다.

▲ 제주돌문화공원 전통초가. 전통초가 개량 논란에서 비롯된 제주돌문화공원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한 때다.
  돌문화 공원, 전시체험 공간을 넘어 문화 재생산의 장소로 키워야

돌문화공원 사건이란 공원 내 일부 시설물의 지붕을 초가에서 개량지붕으로 교체하는 문제를 말한다. 사건이랄 거까지는 없어 보이지만, 돌문화공원과 같은 제주를 설명하는 중요한 콘텐츠 자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키워나갈 것인가 하는 데에 시사성이 있다.

지난달 22일, 도의회 업무보고 과정에서도 쟁점이 되었던 것은, 전통초가마을을 조성하면서 한편에서는 기존의 초가를 개량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한 마디로 로드맵이 없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초가지붕을 화산회토질의 지붕으로 개량하는 것도 문제지만, 필요에 따른 편의적 개량이 결국 공원 전체의 인상을 바꿔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좀 더 생각해보면, 비단 공원측에게만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다. 이번 문제가 100만평 규모에 이르는 공원의 운영과 관리에 따르는 재정과 인력 문제가 적정한가 하는 것을 따져보는 기회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돌문화 공원은 오랜 시간 머물면서 체험하고 느끼는 공간의 특성을 갖는다. 그러다보니 빠른 시간 내에 관광지를 두루 돌려야 하는 여행사 패키지 대상이 될 수 없다. 때문에 공원의 수익은 자발적 탐방객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고, 운영규모에 비추어 적자가 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번 지붕개량 문제도 이런 여의치 않는 조건을 고려한 공원측의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매점 등 일부 부대시설 등에 한해 지붕개량을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상태에서 공원의 탐방객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노력이 모색되어야 한다. 공원측 관계자가 제언하듯 제주 곳곳의 공영 관광지를 패키지화하는 도 차원의 전략적인 마케팅도 한 방안이 될 것이다. 작년 공원을 찾은 30만의 관광객이 자발적 성격의 탐방객이란 점에서,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노력한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이번 지붕개량 조치에는 전통 초가지붕을 유지 보수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거의 없다는 것도 중요한 문제로 작용했다고 한다. 전언에 따르면, 성읍민속마을의 초가지붕을 관리하는 전문인력 1~2명이 관장한단다. 때문에 초가를 새로 엮을 때는 공원 직원 전체가 투입될 정도다. 이런 식이면, 당장의 지붕개량이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고령화된 전문인의 노하우를 이어갈 새로운 인력발굴과 육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공원내의 모든 시설이 언제든 ‘무늬만 초가’ 신세를 면치 못할지도 모른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돌문화 공원은 탐방의 장소일 뿐만 아니라, 제주의 전통문화를 재생산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전통초가 장인의 육성은 물론, 제주의 민요, 신화(굿), 역사와 지리 등을 표현할 수 있는 전문인, 연구자, 해설가를 키워내는 ‘산실’이 되어야 한다.

돌문화공원은 조성 초기, 파리의 한 박물관이 ‘세계의 정원’으로 추천할 만큼, 제주의 원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로 국내외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유독 개발이냐, 보존이냐의 논쟁이 강력한 제주사회 내에서도 돌문화 공원은 모두가 공감하는 개발전형으로 평가받았다.

이런 돌문화 공원이 단지 체험과 쉼, 전시장의 성격을 넘어 제주 문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재생산하는 ‘총체적 문화장소’로 발전하는 육성책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 제주평화박물관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일본인에게 매각될 위기에 처해 있다. 사진은 가마오름 지하요새. ⓒ 사진출처=제주평화박물관 홈페이지
  평화박물관의 운명에 관심을

돌문화공원 문제와 달리, 한경면 청수리의 평화박물관의 문제는 사건이라 할만하다. 필자도 여러 번 가봤지만, 청수리의 평화박물관은 대정 알뜨르 일제 전적지와 더불어 일제 전쟁유적을 대표할만한 내용과 규모를 갖추고 있다.

박물관이 자리한 가마오름 내부는 3층 구조에 길이만 2km에 달하는 일본군 지하요새를 이루고 있다. 이곳은 근대문화유산 국가지정 등록문화재로도 올라 있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는 일본군의 군복, 총기나 철모, 노역 당시의 소품 등 일본 제국주의 만행의 역사를 생생히 증언하는 유물만도 2000여점이나 보관돼 있다.

▲ 제주평화박물관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일본인에게 매각될 위기에 처해 있다. 사진은 가마오름 지하요새. ⓒ 사진출처=제주평화박물관 홈페이지
그런 박물관이 그 동안 어떻게 개인의 소유와 관리에 맡겨졌는지도 의문이지만, 그러다 보니 운영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매각처분에 이르는 지경에 까지 와있는 상황 자체가 답답할 따름이다.

더구나 그 매각 대상이 일본 단체라니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다. 평화박물관으로 꾸며진 가마오름 전적지가 바로 소유자 부친이 강제 노역했던 곳이라고 하니 당사자인 소유자의 심정은 더할 것이다.

이는 결국 정부나 도의 무관심이 큰 이유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박물관 소유자 또한 국가가 매입해주길 요청 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그 요청은 제주도로 넘겨졌고, 제주도는 어떤 결과도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한다.

▲ 고유기 민주통합당 제주도당 정책실장
현재 박물관은 일본측 대상과 막바지 매각 협상단계에 와 있다. 지금이라도 서둘러 지역사회는 물론, 국가나 도차원의 관심과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매각 자금 규모가 70억원대라고 하니, 박물관의 내용이나 의미에 비추어 사실 큰 규모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제주에 온존돼왔던 일제유적이 상대의 의도가 어떻든 일본측에 넘어간다는 것은 제주도로서도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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