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불교문학상 시조부문 수상자 고정국 시인.

▲ 현대불교문학상 시조부문 수상자 고정국 시인.
3장 6구 12음보 45자 내외라는 시조의 견고함 속에서 자유와 행복한 마음을 담아내는 시조.
제주의 한 농부가 탄생하는 생명을 모티브로 노래한 시조가 문학상을 받았다.

제17회 현대불교문학상에서 고정국(66세) 시인이 ‘이월의 숲’ 외 4편의 시조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근배 심사위원은 고 시인의 작품에 대해 ‘시조 미학의 완숙한 경지’라고 극찬했다.

특히 시조 ‘이월의 숲’에 대해 “몸을 얼리는 추위를 이겨내고 봄을 준비하는 나무들을 깊은 통찰력과 따뜻한 감성으로 장엄한 부활을 연출한다”며 종장에서는 “시인이 개척한 시조미학의 완성도를 확인해 준다”고 말했다.

이월의 숲

빙점을 치르고서도
제자리를 지키는 저들
부채꼴 탑을 쌓는 나목들 관습에 따라
제몫의 하늘을 섬기는
잔뼈들이 보인다.

한 곳에 이르기 위해
길 아홉을 버려야 하는
뼈뿐인 잡목 숲은 그대 영혼의 사원이었네
선 채로 참선을 마친
팔다리가 눈부셔.

눈은 뜨지 않았어도
이월은 참 귀가 밝아
겨울과 봄 사이 뽀얀 및이 감도는,
"바스락" 은밀한 처소에
한쌍 새를 앉힌다.

고 시인은 “이월의 숲에서 이월은 혼돈과 극한 상황에서 생명으로 가는 혼돈의 개념”이라며 “종장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생명을 준비하는 다시 말해 생명을 노래한 것”이라고 시조를 설명했다.

또 “문학계에서 묵시적으로 제주가 많이 소외 받는다”며 “이번 수상을 기회로 시조를 통해 제주 문학이 중심이 되도록 하겠다”며 수상소감을 밝혔다.

고정국시인은 198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으며 ‘백록을 기다리며 외 4권의 시집과 2권의 공동시집, 제주사투리 서사 시조집 ‘지만울단 장쿨래기’, 산문집 ‘고개숙인 날들의 기록’ 등이 있다.

한편, 현대불교문학상은 불확정과 불연속의 시대에 살아하는 현대인들이 처한 정신분화의 위기를 극복하고 자유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자 현대불교문학상을 1995년 제정했다. 고은 시인, 조정래 소설가 등이 본 상을 수상한 바 있다.<제주의소리>

<오연주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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