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좌파·종북' 프레임으로 결코 구럼비를 이기지 못한다

강정은 대한민국이 과연 민주공화국인가를 묻는다. 강정은 대한민국이 정말 법치국가냐고 다시 묻는다. 강정은 대한민국의 군과 경찰이 진짜로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지 묻고 또 묻고, 그리고 다시 묻는다.

강정은 1980년 광주 어느 한 길목을 지나는 게 아닌지 두려움에 떨게 한다. 강정은 2009년 용산참사가 다시 재현되는 게 아닌지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2012년 강정은 공권력에 의한 폭력이 난무하는 무법천지다. 강정에서 벌어지는 인권유린과 국가폭력은 이명박 정부가 과연 민주정부인지, 과거 민주주의를 요구한 국민들을 총칼로 억누를 군사독재정권과 무엇이 다른지 묻게 한다.

얼마나 자신이 없었으면,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자신들이 추진하는 사업에 반대하는 국민들을 폭력으로 억압하고 짓누르는지 그들 권력의 속성에 분노를 느낀다. 지난 4년동안 국책사업이라 하면서 2천명도 안되는 강정주민조차 설득시키지 못하는 그들의 무능력과 불통에는 기가 막힐 뿐이다. 국민저항에 부딪혀 폭력에 의지하지 않고는 단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는, 보수언론 뒤에 꽁꽁 숨어 색깔논쟁으로 국민들을 갈등에 몰아넣는 그들의 비겁함에는 아예 비애를 느낀다.

 # 폭력이 난무하는 무법천지 강정...강정에서 민주주의를 말하는 건 사치다

오늘 강정에서 민주주의를 말한다는 건 사치다. 오늘 강정에서 ‘공권력 도전’ 운운하는 건 개그다. 강정을 직접 눈으로 보지 않고는 2012년 대한민국 땅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눈과 귀를 의심하게 한다. 강정을 봐야 한다.

구럼비 바위로 가기 위해 물속에 뛰어든 송강호 목사를 해군SSU대원 2명이 붙잡아 수중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폭행하는 모습은 충격이다. 해군SSU대원은 “여기는 카메라도 비칠 수 없는 곳이니 장난 좀 칩시다”라며 송 목사 머리를 수심 30m 바닷속에 처박고 폭행했다. 그리고는 손으로 V자를 그리며 조롱하는 그들 모습에선 섬뜩함을 느낀다. 

외국인이 탄 카약을 고속단정으로 고의로 들이받아 카약을 순식간에 전복시키는 ‘살인미수’나 다름없는 무서운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해경특공대 4명이 수중에서 송강호 목사를 에워싼 후 머리를 물속으로 밀어 놓고 발길로 차는 듯한 모습, 송 박사 항의 손짓에 마치 폭행당한 것처럼 ‘악!’ 소리를 지르며 뒤로 넘어지는 그들의 허리우드 액션, 그리고 이를 놓칠세라 바로 옆에 있는 해경보트에서 부지런히 채증하는 모습은 정말 이들이 우리와 같은 국민인지 의심케 한다. 두 눈으로 보지 않고는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지금 강정에서 벌어지고 있다. 강정을 봐야 한다.

강정에선 경찰이 현행범으로 체포하면 그만이다. 구럼비 해군기지 공사장 안으로 들어가는 건 경범죄다. 체포할 수 없다. 그러나 경찰은 무조건 현행범으로 체포한다. 카약을 타고 구럼비 해안으로 들어가도 체포한다. 범죄예방차원이라고 하지만 대법원이 불법이란 판결을 내린 걸 모를 경찰이 아니지만 그들은 막무가내다. 몽니다. 심지어 사유재산인 카약도 아무런 이유 없이, 말도 없이 그냥 빼앗는다. 카약을 타고 구럼비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카약을 빼앗는다. 빼앗으면 그만이다. 법이 없다. 무법천지다. 강정을 봐야 한다. 공권력이 지금 강정에서 어떤 횡포를 부리는지 봐야 한다.

해군기지 공사를 방해할 것이라는 짐작만으로 경찰이 국민들을 포위하는 곳도 강정에선 비일비재하다. 아무런 이유 없이 주민들을 1시간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전경들이 꽁꽁 에워싼다. 30분이 지나 화장실에 가려는 할머니들이 한 명 씩만이라도 보내달라고 사정해도 들은 척 안한다. 한 할머니가 취재진들 카메라 앞에서 ‘내가 이 자리에서 바지를 내리고 볼 일을 봐야 하느냐’고 절규해도 모른 척 한다. 전쟁포로에게도 허용되는 화장실을 강정에선 막는다. 그래서 강정을 봐야 한다.

노벨평화상 후보자가 연행되고 국제엠네스티 회원도 강정에선 경찰에 붙잡혀간다. 지난 2월말 제주에 온 2012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 된 영국 평화활동가 엔지 젤터는 강정에서 벌써 세 차례 경찰에 연행됐다. 용역직원들은 해군기지 공사장 안에 들어간 그의 가슴과 배를 발길로 걷어찼다. 엔지 젤터 가슴엔 난 시퍼런 멍자국은 일상화된 폭력을 말해준다. 경찰에 연행된 엔지 젤터는 자신의 이름을 ‘전쟁에 반대해 평화를 위해서 구럼비를 살리자’라고 말했다. 주소는 강정마을이며, 국적은 세계시민이라고 했다. 구럼비 발파로 인한 물에 미치는 악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시민감시단 차원에서 구럼비에 들어갔다고 했다. 전쟁에 반대하고 인권유린에 저항하는 인류의 보편적인 평화.인권활동이 저지당하고, 노벨평화상 후보가 폭행당하고 연행되는 곳이 강정이다. 이런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정말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강정을 봐야 한다.

해군이 구럼비 발파를 강행한 지난 6일부터 나흘 동안 강정에서만 55명이 연행됐다. 신부와 목사 교수, 전직 국회의원과 현직 도의원, 4.11총선 후보, 시민단체 대표 등 가리지 않고 연행한다. 2010년 1월부터 지난 9일까지 26개월간 무려 384명이 연행됐다. 2010년 87명, 2011년 113명, 그리고 올 들어서는 3개월도 채 안됐지만 벌써 162명이 붙잡혀갔다. 그리고 이젠 신부와 목사들까지 구속되기 시작한다. 무차별적 연행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주민과 종교인, 평화활동가들이 잡혀갈지 모른다.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은 말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정은 범죄 없는 마을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성인 두 명 중 한명 꼴로 경찰에 연행됐다. 이제 강정은 세계에서 가장 범죄 많은 마을이 됐다.” 평화스럽던 이 마을을 누가 범죄마을로 만들었는지, 강정을 봐야 한다.

 # 강정의 진실을 말하지 않는 ‘조중동’....우리가 직접 강정을 봐야 한다

대한민국 신문시장 70%를 차지하는  ‘조중동’엔 강정이 없다. 강정주민들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그들이 왜 해군기지를 반대하는지, 왜 구럼비 바위 발파를 온 몸으로 막고자 하는지 알려주질 않는다. 그 넓은 지면에 강정주민들 이야기는 없다. 그들이 알려주지 않는 강정을 직접 봐야 한다.

그들의 지면엔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한명숙 이해찬 전 총리, 그리고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전부다. 자기들이 제주해군기지 사업을 확정해 놓고 왜 이제 와서 반대냐고 질책한다. 일면 옳은 이야기다. 그런데 조중동은 강정마을주민들이 참여정부시절부터 해군기지를 반대했다는 사실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노무현-이명박, 민주당-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이란  정치공학에 상관없이 해군기지를 반대하고 있다는 객관적 사실조차 보도하지 않는다. 

조중동은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을 전제로 제주해군기지를 찬성했던 우근민 제주지사가 최근 에 해군에 공사중지 명령을 왜 예고했는지 따지지 않는다. 4.11 총선에 나선 새누리당 후보들이 정부의 공사강행에 우려하는지 묻지 않는다. 조중동에는 ‘왜’가 없다. 그들은 그저 ‘표’ 때문에 입장을 바꿨다고 보도한다. 조중동에선 제주도백인 우 지사와 집권당인 새누리당 국회의원 후보가 얄팍한 정치인으로 매도된다. 정말 그런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강정을 봐야 한다. 

구럼비의 진실을 외면한 조중동엔 온통 ‘해적’이야기가 뿐이다.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 김지윤씨(일명 고대녀)가 자신의 트위터에 ‘제주 ’해적기지‘ 반대합니다’라고 올린 걸 트집 잡아 해군참모총장의 인터뷰를 하지 않나, 해군제독의 눈물을 대대적으로 보도한다. 김지윤씨가 마치 대한민국 해군 전체를 해적이라고 말한 것처럼 확대시킨다. 그리고는 거북선과 이순신장군까지 ‘해적’으로 연결시킨다. 그게 아니란 걸 알면서도 ‘한 건 했다’는 식으로 구럼비에 계속 빨간 덧칠을 하는데 전력하다.

20대 청년의 거침없는 트위터 표현에 시비를 건 조중동은 그러나 정작 강정에서 자행되는 국가폭력에 대해선 외면한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강정마을 주민들이, 신부와 목사들이 국책사업인 해군기지 사업에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공권력에 짓밟히고 불법적으로 연행당하고 인권이 유린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다. 인류 보편의 가치인 평화와 인권이 무너지는 현장을 폭로하는 노벨평화상 후보자가 공권력에 의해 폭행당하고 있는 사실을 조중동은 외면한다. 이들이 진짜 민주주의를 수호하는지, 아니면 전제주의가 오기를 학수고대하는 건 아닌지 강정을 봐야만 한다. 

▲ 이재홍 편집국장. 대표기자
강정을 봐야 강정이 보인다. 국가라는 이름으로 2012년 대한민국 이 땅에서 자행되는 참상이 보인다. 나이 드신 강정마을 할머니가 얼마나 다급하고 분노했으면 손주 아기를 등에 업고 나서는지 보인다. 조중동 보수언론이 좌파, 종북좌파란 이념의 덧을 씌우려 하지만, 그게 얼마나 얄팍한 의도인지 보인다. 이명박 정부가 모든 걸 걸고 임기 내에 강정에 대못질 하려는 몽니가 얼마나 허망한 일인지 강정을 보면 보인다. 위기에 몰린 그들의 몸부림에 한눈에 보인다. 그래서 강정은 말한다. 와서 이 땅에서 자행되는 폭력과 난무하는 거짓을 보고 역사의 증언이 돼 달라고.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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