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 1년이 되었다. 일본 정부의 공식 집계에 의하면,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1만5854명, 행방불명자는 3155명, 지진과 원전 사고로 인한 스트레스 등 2차 피해로 사망한 사람이 1479명에 이른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방사능 피해로 희생될 지는 미지수다. 재산 피해는 17조4000억엔(약 238조원), 원전 사고 피난민 11만 명을 포함해 모두 34만 명이 피난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인간을 아주 무력하고 허망하게 만든 대재앙이었다.

원전 사고 이후 전세계적으로 탈원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독일을 비롯한 유럽국가들은 구체적인 탈원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전력수요의 39%를 의존하고 있는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세계 5대 원전 강국을 목표로 하는 원전확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탈원전 문제는 4월 총선에서 주요 쟁점으로 번질 양상이다. 재생·대체에너지를 개발하고, 에너지절약과 OECD 국가 평균의 절반수준인 전력요금의 합리적 조정에 국민들의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원자력 의존도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사고 당사국인 일본은 원전 54기중 2기만 가동중인 상태에서 탈원전 논란만 무성하다. 일본 정부는 전력부족을 이유로 원전의 재가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전력업계를 중심으로 사회 각계 각층에 공고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원전 마피아도 쉽게 무너질 것 같지는 않다. 원자력 발전 찬성여론이 일본에 광범위하게 확산된 것은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요미우리신문> 덕분이었다. 원전을 적극 옹호한 쇼리키 마쓰타로가 사주였던 <요미우리신문>은 그동안 원전홍보의 첨병노릇을 해왔다. 이런 노력(?) 덕분에 일본 국민은 원자력이 인류에게 안락과 번영을 누릴 수 있게 해줄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결국 원폭의 최대 피해국인 일본이 역설적이게도 원자력 의존 국가로 바뀌어 버렸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일본의 주류 언론인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은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개발’을 주장하며 지난 30여년간 견지했던 원전 찬성 논조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기업인 손정의와 극우 인사들도 탈원전을 주장하고 있다. 원전 사고 당시 총리였던 간 나오토는 최근 미국의 격월간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의 기고문에서 “원자력에너지는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완전히 안전해질 수는 없다. 일본이 앞으로 원자력과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모델 국가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전 안전신화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는 대체에너지에 대한 추가 비용을 기꺼이 수용하겠다는 소비자들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많다. 원전은 갈수록 생산단가가 비싸지고,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는 기술발전에 따라 싸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당장 원전을 멈출 경우 화력발전으로 대체해야 하는 데 이 경우 가정의 전기요금과 기업의 생산원가는 상승할 것이다. 통제가 불가능한 원전과의 공존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당장의 전력 요금 상승에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참혹한 사고를 망각하기 시작하면, 최근의 탈원전 움직임은 원점으로 되돌아 갈 가능성이 크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탐욕은 한이 없다. 인터넷, 냉장고, 세탁기, TV, 전기난방기 등 수 많은 전자제품은 인간의 생활을 편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지만 재앙적인 낭비를 낳기도 한다. 전력 사용이 필수불가결하다면, 이제는 자연을 파괴하고 한정된 자원을 고갈시키는 방식의 전력 생산과 과도한 낭비에서 벗어나야 한다. 보다 절제된 전력 사용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전력 사용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원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전력사용의 과소비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국민의 공감을 얻어 내겠다는 의지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의 원전이 100% 완벽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과학 기술로 방사선 문제를 해결할 꿈의 원자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과학 만능의 맹신을 버리는 것이 급선무다. 정부가 먼저 나서서 탈원전의 대열에 동참해야 한다.

▲ 권영후  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장. ⓒ제주의소리

전기를 지금처럼 펑펑 쓰는 것이 국민의 행복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공론장에서 활발한 토론이 필요하다. 원자력은 전기를 풍부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방사선 위험과 함께 수만 년이 지나도 위험성이 제거되지 않는다는 단점도 크다. 핵폐기물이 없다는 토륨 원자로 같은 고효율의 재생․대체에너지 개발과 에너지 과소비구조의 혁파, 개개인의 에너지 절약형 생활이 필요한 이유다. 이대로라면 소비절약이라는 양화는 탐욕이라는 악화에 구축당할 가능성이 크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한다. 그러나 안락만을 추구하거나 고통분담 때문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쉽게 잊는다면 인류에게 희망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우선 집안의 난방온도를 1도씩 낮추는 일부터 적극 실천해보자.  /권영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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