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7일 강정마을을 찾았다. ⓒ제주의소리
[구럼비에서 만난 사람] 조국 서울대 로스쿨 교수...공사 중단 후 차기 정부서 결정

잘생긴 얼굴에 서울대 로스쿨 교수라는 스펙을 갖춰 소위 강남 아줌마들까지 좋아하는 조국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교수가 강정마을을 찾았다.

학문과 '앙가주망'(사회 참여)은 나의 운명이라는 조국 교수는 트위터 팔로워만 27만9400여명으로 이외수.공지영씨와 함께 '국.영.수'라는 말을 듣는다. 트위터 올린 글 때문에 보수언론으로부터 시도 때도 없이 공격을 당하기도 한다.

조 교수는 17일 오전 해군기지로 5년여 동안 고통을 받아온 강정마을 강동균 마을회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제주에 내려왔다.<한겨레신문>에서 격주로 실리는 '조국의 만남' 두번째 인터뷰 대상자가 바로 강 회장이다. 강 회장을 인터뷰 한 직 후 잠시 시간을 내준 조 교수를 <제주의소리>가 살짝 인터뷰 했다.

조 교수는 "첫 인터뷰 대상자는 방송파업이 한창이었던 MBC 노조 김태호 PD였다. 이번엔 구럼비 폭파가 시작된다고 해서 강정마을을 찾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강정문제에 대해 "한진중공업이 정리해고를 이슈화시킨 상징적 사건이었다면, 강정 해군기지 문제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평화.안보의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 교수는 "강정마을도 한진중공업 문제가 발생했을 때 처럼 전국에서 도와주는 '외부세력'이 많이 내려오고 있다"며 "한국 전체가 민주화 이후 정치적 민주화는 이뤄냈지만 사회경제적 민주화는 이뤄내지 못했는데 강정이 그 화두를 꺼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사회.경제민주화를 통해 최근에 부각된 게 민생.복지문제였는데 그 안에 빠져 있던 '평화' 아젠다를 제기한 게 바로 강정"이라며 "당장 성공하고 승리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 전체가 평화.생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안된다고 보고 있고, 그래서 강정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직접 강정마을 현장 느낌에 대해 조 교수는 "일단 안타까움이 크다. 5년 동안 투쟁을 해 왔지만 사회적 관심을 최근에야 받고 있다. 그동안 관심을 갖지 않았던 저의 책임도 있다"고 토로했다.

조 교수는 "제주에서 '일강정'이라고 불렸던 마을 공동체가 현재는 해군기지를 찬성하는 '나들가게'와 반대하는 '코사마트' 두개의 상점으로 갈라진 상황에서 공권력이 들어와서 통제하는 비극적인 사태를 맞고 있다"고 아쉬움을 밝혔다.

▲ 조국 교수는 이날 한겨레신문 '조국과의 만남' 두번째 인터뷰를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과 했다.조 교수와 강 회장 인터뷰 내용은 19일자에 실렸다. ⓒ제주의소리

이어 조 교수는 "해군기지가 들어오면 돈도 많이 벌고, 장사도 되고, 관광객도 많이 올 것이라고 하는 데 과연 이게 우리의 미래냐는 게 문제"라며 "한국사회는 그동안 경제와 안보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해 왔는데 이제는 경제와 안보를 뛰어넘는 어떤 것이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구럼비 바위는 상징물에 불과하지만, 구럼비가 상징하는 그 무엇은 경제성장과 안보, 효율, 속도를 넘는 더 소중 게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이라며 "지금 해군기지 투쟁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를 의미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트위터에 "제주지역 여야정당이 다 반대하는 강정마을 구럼비 폭파를 중앙정부와 해군은 강행하려 한다"며 "공사를 일단 중지하고 다음 정부 출범 후 충분한 논의를 하여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또 조 교수는 "제주해군기지는 군사논리에 휘둘린 노무현 정부와 이를 적극 구현하는 이명박 정부의 공동책임으로 더 늦기 전에 방향을 틀었으면 한다"며 "구럼비를 폭파하여 해군기지를 신설하는 것 보다, 제주항 해경전용부두를 확장하여 사용하는 것이 더 나은 정책적 선택이 아닐까"라고 글을 남겼다. <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