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으로 돌아갈래요" 도시 떠나 제주로, 농촌으로 향한 이들
"흙으로 돌아갈래요" 도시 떠나 제주로, 농촌으로 향한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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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업본부의 김윤수 대표가 토종 씨앗을 나누고 이를 퍼트리자는 취지의 '씨앗나눔도서관'을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잘 차려진 친환경 밥상. 젓가락이 갈 데가 많아 고민인 표정이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강좌를 경청하고 있는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토종씨앗나눔행사에서 집에서 기를 토종 씨앗을 챙기고 있는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포트락 파티에 차려진 친환경음식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파머스 마켓에서 판매된 유기농 농법으로 재배된 녹차 제품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제주에 내려와 살면서 내 먹을 거리는 내 손으로 키우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근 도시를 떠나 자연에서 숨쉬는 '생태적 삶'을 꿈꾸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자연적인 생활방식에 관심이 쏠리면서 이런 움직임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산과 바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제주도는 도시인들에게 ‘이상향’으로 꼽힌다.

그러나 단순히 도시의 생활방식을 시골로 옮겨 놓는 것이 귀농은 아니기에 마음만 가지고선 성공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런 고민을 가진 예비귀농인들과 이미 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 강좌를 경청하고 있는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도시농업운동본부와 초록생명마을, 제주씨앗도서관이 ‘자연순환유기농법’ 강좌를 마련해 제주시 영평동 첨단과학산업단지 내 스마트 빌딩과 애월읍 납읍리 생태공동체 초록생명마을에서 23일부터 25일까지 3일 동안 이뤄졌다.

‘자연순환유기농법’, 다소 생소한 이 강좌는 꽤 오래전부터 자발적인 모임을 통해 꾸준히 열려왔다. 특히 이번 강좌는 농법 강좌뿐만 아니라 생태적 삶을 엿볼 수 있는 에코 파티도 함께 마련돼 예비귀농인과 친환경농법에 관심있는 이들에겐 ‘종합선물세트’와도 같다.

23일부터 이틀 간 열린 강좌에서는 지속 가능한 안전한 먹을 거리와 석유를 쓰지 않는 자연순환유기농업에 대한 설명이 이뤄졌다. 자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로 퇴비를 만들어 직접 밭을 가꾸는 방법은 기본이다. 여기에 계절에 따라 곤충이 움직이는 타이밍이나 효소를 이용한다면 농약을 치지 않아도 안정적인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기본 철학이다.

25일 오후 제주시 납읍리 초록생태마을에서는 생태적 삶을 직접 눈으로 보고, 만지고 맛볼 수 있는 ‘에코파티’가 열렸다. 이미 친환경적인 삶을 실천하고 있거나, 이에 관심을 둔 이들이 50여명이 모여 생태적인 소통을 나눴다.

▲ 포트락 파티에 차려진 친환경음식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포틀락 파티(potluck party) 직접 키운 야채와 과일로 손수 차린 요리들이 식탁을 가득 채웠다. 샐러드는 물론 장아찌, 정성이 담긴 요리들로 참가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20대 여성 참가자는 “백번 보는 것 보다 한 번 맛보니 친환경적인 삶이 확 느껴진다”며 소감을 말했다.  

한 부부가 직접 기른 밭 벼와 옥수수, 조조, 현미 등으로 잡곡밥을 지어와 눈길을 끌었다. 현재 납읍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는 이들은 “요즘 사람들은 잘 먹는 거 같아 보여도 실은 그렇지 않다. 겉보기엔 그럴듯 해보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질’이 좋은 재료들이 아니다. 우리 식구 먹을 정도지만 이런저런 작물들을 직접 재배해서 먹고 있다”고 말했다.

초록생명마을의 홍성직 대표는 “이제는 친환경이 아니면 버티기 어렵다”며 “최근 제주로 귀농하는 젊은 가족들이 늘고 있다. 이들을 위해 우리가 체득한 친환경농법을 함께 나누고, 또 실제로 여기서 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들끼리 네트워크를 터주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 또한 농촌에서의 삶을 더욱 즐기려면 문화적인 소양도 갖춰야 한다고 여겨 자주 이런 행사를 준비하려 한다”고 말했다.

▲ 잘 차려진 친환경 밥상. 젓가락이 갈 데가 많아 고민인 표정이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점심 식사를 마치자 행사에 참가한 이들은 저마다 둘러앉아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기에 바빴다. 이들은 유기농 농법에 대한 팁뿐만 아니라 농촌 생활을 하며 부딪치는 육아 문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농촌생활 선배들이 멘토를 자초하고 나서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 도시농업본부의 김윤수 대표가 토종 씨앗을 나누고 이를 퍼트리자는 취지의 '씨앗나눔도서관'을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 토종씨앗나눔행사에서 집에서 기를 토종 씨앗을 챙기고 있는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특히 이 자리에서는 ‘씨앗나눔도서관’이라는 새로운 생태운동이 소개됐다. 그동안 모아온 토종 씨앗을 서로 나누고, 나눠진 씨앗은 가져간 기록을 남겼다가 다음해 씨앗 도서관에 반환하는 방식이다. 토종을 보호하고 씨앗을 퍼뜨리는 운동을 하자는 취지다. 씨앗나눔도서관의 첫 행사로 조조, 콩, 옥수수, 토종 오이, 목화씨, 백일홍 등 다양한 토종 씨앗들이 펼쳐져 참가자들의 시선을 빼앗았다.

이외에도 손수 거둔 유기농 작물이나 가공제품을 판매하거나 나누는 파머스 마켓(famer's market)도 열려 큰 호응을 끌었다.

서울에서 평생을 살다 지난해 귀촌(?)한 서른살 동갑내기 세 여성들도 자리해 연신 눈을 반짝였다. 현재 하도리에 터를 잡았다는 이들은 “답답한 빌딩 속에서 자기 시간도 없이 사는 것이 답답해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귀농귀촌을 준비해왔다”며 다니던 직장도 정리하고 제주에 내려온 케이스다.

이제 갓 제주생활 2개월 차에 접어들었다는 이윤형씨(서귀포시 대정읍)는 이번 강좌로 얻은 가장 큰 소득으로 ‘자신감’을 꼽았다. 그는 “농촌에서의 삶을 꿈꾸며 제주에 내려왔다. 준비를 한다고 해도 막상 농사를 지으려니 막막하기만 했는데 강좌를 들으며 충분히 자연적인 농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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