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발발 56년만에 도내 전 학교 '4.3진실 교육' 실시


"존경하는 도민과 유족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55년 전 평화로운 이곳 제주에서 한국 현대사의 커다란 비극중 하나인 4.3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제주도민들은 국제적인 냉전과 민족 분단이 몰고 온 역사의 수레바퀴 밑에서 엄청난 인명피해와 재산손실을 입었습니다. …(중략)
저는 위원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들을 추모하며 삼가 명복을 빕니다. …(중략)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께서는 폐허를 딛고 맨 손으로 이처럼 아름다운 평화의 섬 제주를 재건해 냈습니다. 제주도민들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이제 제주도는 인권의 상징이자 평화의 섬으로 우뚝 설 것입니다. 그렇게 되도록 전 국민과 함께 우리도 함께 돕겠습니다."

오는 4.3일 도내 전 초·중·고등학교 전 교실에서 울려 퍼질 노무현 대통령의 4.3사과문이다.

올해부터 도내 각급 학교에서 제주4.3에 대한 공식적인 교육이 이뤄진다.
이는 지난해 정부차원에서 발행된 4.3진상조사보고서와 노무현 대통령의 공식사과에서 나타난 것처럼 '국가차원의 공권력에 의한 양민 학살'로 정의 내려진 제주4.3에 대해 도내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4.3의 진실을 교육한다는 차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제주도교육청은 5일 제주4.3사건과 관련한 현장체험학습 지도자료인 '제주4.3사건 교육자료집-아픔을 딛고 선 제주'를 발간, 도내 각급 학교에 배포했다.

총 4장으로 구성된 교육자료집은 제1장에는 4.3진상조사보고서를 요약한 제주4.3의 의미와 4.3전후의 제주도 상황, 사건의 전개상황과 피해상황 등 4.3사건의 개관을 싣고 있다.

제2장에는 4.3사건 현장체험 학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주4.3 알기반' '우리 역사 바로 알기반' 등의 클럽을 조직해 운영하는 방안 등 일선 교사들이 4.3학습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 지를 구체적으로 명기하고 있다.

또 3장에는 4.3을 맞아 학생들에게 들려 줄 '훈화자료(예시)'와 함께 대통령의 사과문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4.3교육자료집은 총 391쪽 중 340여 쪽에 걸쳐 4.3사건 역사의 현장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한 예로 '집단 인명 희생지 정뜨르 비행장(139쪽)' 편에서는 정뜨르 비행장의 약도와 함께 제주농업학교와 주정공장(동척회사)에 수감돼 있던 수용자들이 적법한 재판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수백명이 이곳에서 집단 처형됐다는 사실을 전후 사정과 함께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또 이와 관련한 내용으로 1948년과 1949년에 있었던 불법적인 군법회의 내용과 예비검속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실어 교사는 물론 학생들까지 그 동안 잘못 알려진 제주4.3의 진실을 상세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교육자료집은 제주도내에 산재된 대표적인 4.3사건 현장 34곳을 이처럼 자세히 실어 놓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장 학습프로그램으로 '우리나라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내가 4.3사건 진압군의 총사령관이라면?' '내가 과거 4.3사건 당시 태어났다면?' 등의 주제를 주고 학생들이 발표할 수 있는 교육 예시문도 풍부하게 싣고 있다.

하지만 이번 발간된 4.3교육자료집이 일정한 한계도 갖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자료집의 대부분을 4.3조사보고서를 재인용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왜곡문제는 없었으나 자료집 전체가 너무 피해 중심으로 기술된 채 사건의 배경과 책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특히 4.3진상조사보고서가 결론으로 채택한 4.3학살의 지휘체계 즉, 이승만 대통령과 미군정, 그리고 군수뇌부 등 학살의 책임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번 자료집의 한계로 지적된다.

때문에 이번 자료집이 첫 자료집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차후 수정·보완을 거쳐 4.3의 진실이 보다 명확히 드러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으로 평가된다.

제주4.3연구소 오승국 사무처장은 교육청이 발간한 교육자료집에 대해 "지금까지 4.3이 발생한 역사의 현장인 제주도에서조차 4.3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고, 이뤄졌다 하더라도 왜곡되게 기술 표현된 국사교과서와 백과사전에 근거해 잘못 가르쳐 왔다"면서 "그 이유는 그 동안 우리 교육이 반공 이데올로기 이념에 짓눌려 이념의 잣대로 4.3 교육을 시켜온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오 처장은 "늦었지만 4.3 발발 56년만에 교육행정의 중심인 교육청에서 이런 4.3교육자료를 펴낸 것은 굉장히 의미있는 일로 교육현장에서 살아 있는 4.3교육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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