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힘찬 목소리로 문을 연 '3.8 여성축제'

"억척스러움의 허상을 딛고 사회적인 힘으로 그 역량을 발휘하자!"

올해로 96주기를 맞는 '3·8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한 '제6회 제주여성축제'가 힘찬 제주 여성들의 목소리로 막을 열었다.

6일 오후 2시30분 제주여민회(공동대표 김영순·김영란) 주관으로 한라아트홀 대극장에 마련된 이번 축제는 이도2동 민속보존회원들의 신명나는 난타공연으로 궂은 날씨에 공연장을 찾은 이들의 기분을 한껏 돋웠다. 관람하는 이들은 주최측에서 미리 준비해 놓은 생수병을 두들기며 흥겨움을 더했다.

올해는 여성권익 향상에 일조 한 개인이나 단체에 주어지는 '디딤돌'상을 신설했으며, 그 첫 주인공으로 제주도의회 교육관광위원회가 선정됐다. 제주도 홍보도우미 명목으로 여성의 미와 성을 상품화한다는 비판을 받는 미인대회에 책정됐던 예산을 삭감한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는 게 이유이다.

영상물 '억척스러움의 허상을 딛고'에서는 '자립심 강한, 억척스러움, 악바리' 등으로 표현되는 제주여성의 진정한 여성성을 재평가했다.

타 시·도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경제활동 참여율과 특유의 강인함 때문에 제주여성이 상대적으로 남성과 평등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것이 과연 진정한 평등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시간을 제공했다.

제주여성의 노동은 당연시 받아들여지지만 그에 비해 여성이 일할 수 있는 전문 분야의 부족으로 대부분의 제주여성은 비정규직·비전문직에 종사하는 실정이다.

'억척스러움=여성스럽지 않다'는 등식이 성립하는 이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포기할 수 없는 '여성스러움'과 제주여성이 갖는 '억척스러움'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이중적 역할을 강요받아 온 것은 아닐까?

'상황2-내 이름은 36-24-36'이란 타이틀로 공연된 변사극은 웃음과 함께 관객들에게 어려운 숙제를 던졌다. '몸짱', '얼짱' 등의 신종어가 생길 정도로 미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커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한 외모로의 '아름다움'만이 아닌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어떤 것인지, 그런 미(美)를 어떻게 추구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우리가족 넷중에 어머니만 다른 성, 너희가족 열이라도 어머니만 다른 성'이라는 구절이 강하게 남은 '고추밭' 외에 여러 곡을 열창한 페미니트스 가수 안혜경씨의 축하무대에서는 관객 전원이 하나가 되어 자리를 털고 일어나 음악에 몸을 맡기는 흥겨운 시간을 갖기도 했다.

그 여세를 몰아 희망의 난타 퍼포먼스에 참여하며 그 동안 가정에서 사회에서 강요받아야 했던 제주여성의 삶의 무게를 한껏 날려보냈다.

이 외에도 '나는 누구인가?', '여성!! 이렇게 많은 일들을…', '자녀들에게 보내는 편지'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마련됐다.

여성의 또 다른 해방과 자유,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진정한 양성평등을 기원하는 여성축제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제주여성이여! 당당하게, 진취적으로, 그 생명력 넘치는 억척스러움으로 노동의 참 멋을 추구하고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그 역량을 발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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