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현 신부, 입원 13일만에 퇴원...첫 방문지는 교도소 "곧 강정으로 갈것" 

"내가 떨어지길 잘했지. 경찰이 떨어졌어봐. 내가 당한게 잘된 일이야"

추락 사고 이후 처음으로 해양경찰 관계자가 병실에 모습을 보이자 문정현 신부가 건넨 말이다. 입원 기간 내내 단 한번의 사과도 없었던 해경이 문 신부의 퇴원 당일 병실을 찾았다.

문 신부는 4월6일 서귀포시 강정포구에서 '사순절 성금요일 십자가의 길 14처 기도'를 드리다 해경과 대치 끝에 7m 테트라포트(일명 삼발이) 아래로 추락했다.

 

▲ 제주해양경찰서 소속 정보관이 문정현 신부의 퇴원 당일 제주대학교병원을 찾았다. 4월6일 사고 이후 해경 관계자가 문 신부를 찾아 인사를 나눈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해군기지 공사장도 아닌 강정포구 구조물에 해경이 무리하게 진입해 대치하다 벌어진 일이다. 추락 당시 현장에 있던 성직자들은 문 신부가 죽은줄 알았다.

기적 같이 문 신부는 테트라포트 아래 7미터 바닥에서 숨을 몰아쉬었다. 허리뼈(요추 3, 4, 5번) 횡돌기가 골절되고 오른손 새끼손가락이 부러지는 부상도 함께 따랐다.

급히 서귀포의료원으로 옮겨진 문 신부는 긴급조치를 받고 제주대병원으로 재차 옮겨 치료를 받았다. 2주간의 입원기간 해경은 문 신부를 찾지 않았다.

▲ 퇴원을 앞둔 문정현 신부가 환하게 웃고 있다. 문 신부는 이날 해경 관계자에게 "내가 떨어져서 다행"이라고 말했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사고 발생직후 서귀포해양경찰서는 보도자료를 내고 "평화활동가 1명이 바다로 뛰어들면서 사고의 원인이 됐다"는 입장을 밝히며 오히려 성직자들의 공분을 샀다.

문 신부는 "그래도 됐다"고 말했다. 문 신부의 퇴원일인 19일 <제주의소리>가 병실을 찾았을 때 제주해양경찰서 소속 정보관 1명이 홀연히 53병실 입구서 대기하고 있었다.

고병수 신부의 권유로 해양경찰관은 문 신부가 있는 병실을 찾아 대화를 이어갔다. 사고 이후 해경과 문 신부의 첫 만남이었다. 문 신부가 먼저 말을 건넸다.

문 신부는 "그 곳은 경찰이 따라 올라설 곳이 아니었다. 왜 그런 위험한 짓을 했느냐"며 "내가 떨어지길 천만 다행이다. 경찰이 추락했으면 어찌할 뻔했으냐"고 말했다.

이어 "사고 직후, 나와 대치했던 순경의 이름과 당시 영상을 공개하지 말라고 했다"며 "내가 당하는 것은 괜찮지만 젊은 해경이 희생자가 되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 문정현 신부가 병원을 나서며 기자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문 신부는 송강호 박사 면회를 위해 곧바로 제주교도소로 향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해경 관계자는 이에 "인권상을 받은 소식도 들었다. 건강하셔서 천만 다행이다. 휴식을 취하고 다시 활동을 하셔야 할 것 아니냐"며 인사를 건넸다.

해군기지 반대 활동 얘기가 나오자 문 신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난 죽을 각오로 할거다. 박정희 정권부터 경찰의 위험한 행동을 봐왔다. 건강을 되찾고 강정으로 다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5분여 간의 짧은 대화를 마치고 해경 관계자는 병실을 나섰다. 문 신부는 이날 퇴원수속을 밟고 곧바로 수감중인 송강호 박사의 면회를 위해 제주도교도소로 향했다.

문 신부는 면회 후 강정마을을 찾아 성직자와 활동가들과 인사를 나눈 후 군산으로 이동해 몸을 추스리고 다시 강정으로 향할 예정이다.<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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