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춘향도 울고 갈 제주여신의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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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는 여러분이 제주신화 속의 서천꽃밭을 그림으로, 조각으로 만화로…, 채워 주세요.
강정의 구럼비. 우리 강정의 구럼비도 서천꽃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사진을 올렸습니다.      (사진출처.네이버블로그16212by)

<김정숙의 제주신화> 19 자청비이야기 ③

서천꽃밭으로 가는 길

자청비는 좁쌀 씨를 부모님께 갖다 바쳐 두고, 집 떠날 결심을 하였다. 부모님의 구박을 받아가며 계속 종처럼 살 수는 없었다.
자청비는 일단 ‘서천꽃밭으로 가서 사람 살린다는 그 꽃을 따다가 정수남이를 살려 놓으리라’는 생각으로 입었던 여자 옷들을 전부 벗어버리고 남장을 하고 집을 나왔다.

서천꽃밭으로 가는 길은 얼어서 삼년, 더워 삼년, 물 한 방울 먹을 수 없는 험한 길이었다. 바람에 불리고 비에 젖고 햇볕에 온 몸이 삭아 내리는 고행의 길이었다.

터벅터벅 낯선 마을을 지나는데 아이들이 죽은 부엉이를 잡고 다투고 있었다. 돈 서푼을 주고 그 부엉이를 사서 등짐 속에 넣고 서천꽃밭으로 가고 또 갔다.
생명이라곤 아무 것도 없는 길이었다. 자청비의 몸은 마른 대추처럼 쪼그라들고 옷은 걸레처럼 너덜거렸다. 가물가물 정신이 멀어져 가는데 어디선가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더듬더듬 기어 가보니 새파란 맑은 물이 넘실대는 아름답고 찬란한 곳이 펼쳐졌다. 물을 마시니 쪼그라들고 초라한 자청비의 모습이 다시 활기차고 어여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공중에서 은은한 광채가 사방에 비쳤다. 은빛 두레박이 내려오고 있었다. 자청비는 뛰어가 두레박에 올랐다. 두레박을 타고 오르다 서천꽃밭 입구에 뛰어내렸지만 담장이 너무 높았다.
자청비는 오는 길에 산 부엉이를 꺼내 꽃밭 안으로 던져 넣었다. 꽃밭을 지키는 개가 짖어댔다.


자신을 겁탈하려한 정수남을 이용하다

개가 짖어대자 서천꽃밭꽃감관은 막내딸에게 나가보라 했다. 막내딸이 나가보니 잘생긴 귀공자가 서있었다. 막내딸은 자청비와 눈이 마주치자 수줍어서 얼굴이 빨개졌다.
“아버지, 어떤 도련님이 우리 꽃밭에 새가 날고 있어서 화살로 쏘았는데 꽃밭에 떨어졌다고 합니다. 화살이나 찾고 가려 하신답니다.”
“그래? 예사 젊은이가 아니구나. 부엉이 맞힌 솜씨를 보니 활 솜씨도 보통이 아니고. 그 도령을 안으로 모셔라.” 

꽃감관은 서천꽃밭에 밤이면 부엉이가 날아와 울어 멸망을 주는데, 여기서 나머지 한 마리도 잡아 주면 사위를 삼겠다고 하였다.
밤이 되자 자청비는 아무도 몰래 노둣돌 위에 옷을 홀랑 벗고 누워 정수남이의 혼령을 불렀다.
“정수남아, 혼령이 있거든 부엉이 몸으로 환생하여 원(怨)진 내 가슴에 앉거라.”

부엉이 한 마리가 울면서 날아와 자청비 젖가슴 위에 앉았다. 자청비는 부엉이 두 다리를 꼭 잡고 화살 한 대를 찔러 윗밭으로 던져두었다. 잠자면서 부엉이를 잡자 꽃감관은 크게 칭찬하며 자청비를 막내 사위로 삼았다.


서천꽃밭의 사위가 된 자청비

서천꽃밭막내딸과의 새살림이 시작되었다. 일주일이 지나도 손 한번 잡아주지 않자 막내딸이 울며 아버지를 찾았다.
“아버지, 아무래도 우리가 너무 높으신 사위를 한 것 같습니다. 이레가 지나도 손목 한번 잡아주지 않습니다.”
“내 딸이 얼굴이 못생겼소?, 심보가 궂소? 무엇이 부족하여 그리 박대하는 거요?”

여자의 몸으로 여자와 부부 관계를 할 수는 없었다.
자청비는 서울로 과거를 보러 가야 하기 때문에 몸 정성으로 그런 것이니 염려하지 말라 거짓을 하고, 떠나기 전에 그대와 서천꽃밭이나 한 번 거닐어 보는 게 소원이라 말하였다.
꽃감관인 아버지는 서천꽃밭은 인간세상의 모든 생명들이  피어나는 곳이기 때문에 아무리 사위라도 사람의 몸으로는 들어갈 수 없다고 하였으나 결국은 딸의 요청을 들어주었다. 과거를 떠나기에 앞서 자청비는 부인인 막내딸과 서천꽃밭을 구경하였다. 꽃밭을 들어서보니 오색찬란한 꽃들로 뒤덮인 언덕과 물과 계곡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저기 꽃밭에는 인간세상 생명의 숫자만큼 꽃이 피어 있답니다. 낭군님 꽃도 있을 겁니다.”

▲ 글을 읽는 여러분이 제주신화 속의 서천꽃밭을 그림으로, 조각으로 만화로…, 채워 주세요.

 

서천꽃밭의 꽃을 따다

“이 꽃은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 환생꽃입니다.
 이 꽃은 무성하게 가지를 뻗게 하는 번성꽃입니다.
 이 꽃은 시들시들하다가 죽게 되는 검뉴울꽃입니다.
 이 꽃은 웃음 짓게 하는 웃음꽃입니다.
 이 꽃은 살 오르게 하는 살오를꽃입니다.
 이건 피 오르게 하는 피오를꽃입니다.
 이건 죽음을 주는 수레멸망악심꽃입니다.
 이건 싸움하게 하는 싸움할꽃입니다.…”

자청비는 꽃들을 몰래 따서 슬쩍슬쩍 주머니에 놓았다.
자청비가 서천꽃밭을 떠나려 하자, 막내딸은 본메라도 주고 가라고 졸랐다. 자청비는 얼레빗을 반으로 쪼개 주었다.


▲ 강정의 구럼비. 우리 강정의 구럼비도 서천꽃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사진을 올렸습니다.      (사진출처.네이버블로그16212by)
살오를꽃으로 정수남을 살려내다

자청비는 은빛 두레박을 타고 내려와 밤낮을 쉬지 않고 정수남이가 죽은 곳을 찾아갔다.
그곳에는 죽은 정수남의 뼈만 살그랑하게 남아 있었다. 자청비는 살오르는꽃, 숨쉬게하는꽃, 말하게하는꽃, 번성꽃, 환생꽃을 죽은 정수남의 뼈에 올려놓았다.
“아이고, 봄잠을 너무 많이 잤습니다.”하며 정수남이 훌쩍 일어났다.
자청비는 정수남이를 살려, 함께 부모님께 돌아 왔다.


집에서 쫓겨난 자청비

그러나 부모님은 계집년이 사람을 죽였다 살렸다 하니 만정이 떨어진다며, 집에 두었다가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르니 어서 집을 떠나라 소리 쳤다. 다시 자청비는 집을 나와 정처 없이 걸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설움이 복받쳐 울고 있는데 마침 청태국마구할망이 빨래를 하러 왔다가 자청비의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너는 누구기에 무슨 일로 이리 서럽게 울고 있느냐?”
“제 이름은 자청비입니다. 부모님 눈에 밉보여 쫓겨났습니다.”
마구할망은 그녀를 수양딸로 삼았다.


눈물로 비단에 사랑을 수놓은 자청비

그녀는 베틀에 올라 비단을 짜며 평온한 나날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망이 짜는 비단이 하늘 옥황의 문도령이 서수왕의 딸에게 장가드는 데에 폐백으로 쓸 비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청비는 눈물로 비단을 짜면서, 문도령과의 사연을 아름다운 무늬로 새겨 놓았다. 비단은 하늘 옥황에 바쳐졌고, 문도령은 자청비가 짠 비단인 것을 단박에 알고 자청비를 만나려고 내려왔다.


문도령과 만났으나 심통을 부리다

자청비는 반갑고 기뻤으나 한편 얄미운 마음도 들었다.
“어디 내가 찾는 도령님이라면 이 창구멍 안으로 손가락이나 들여놓아 보시오.”
손가락을 보니 정녕 그렇게 보고 싶어 했던 문도령의 하얗고 긴 손가락이었으나, 원망하는 마음과 장난치고 싶은 마음이 들어 바늘로 손가락을 콕 찔러버렸다. 하얗고 긴 손가락에 피가 났다.

문도령은 화를 내며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마구할망은 자청비에게 들어오는 복도 쫓아버린다고 하면서, 꼴도 보기 싫다고 자청비를 내쫓았다.


돌고 돌아 어렵게 문도령을 만나다

연화못에 시름겨워 앉아 있는데 하늘나라 선녀들이 두레박을 타고 내려왔다.
무슨 일로 하늘에서 내려 오냐고 까닭을 물으니, 문도령이 자청비와 목욕했던 연못의 물을 떠오면 물맛이라도 보겠다고 하여 물을 뜨러 내려왔다고 하는 거였다.
자청비는 물을 찾아 떠주고 그 대신 궁녀들과 같이 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갈 수 있었다.

문도령 집에 이르렀을 때는 둥그런 보름달이 언덕 위에 올라 있었다. 서로 그리워하는 마음을 노래로 나누고 문도령은 자청비를 제 방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둘은 그립던 사랑의 품에 안겨 만단정화를 나누고 오랜만에 사랑을 풀었다.


숨어 사는 자청비

그날부터 문도령은 방안 병풍 뒤에 자청비를 숨겨놓고 살았다.
둘이 있으니 세숫물도 예전에는 맑더니 텁텁하게 되어 나오고, 밥상도 그릇마다 깨끗이 비어서 나왔다. 하녀가 의심이 들어 밥상을 들여 놓고 살그머니 방안을 엿보았다. 문도령이 병풍 뒤에 있는 아가씨를 데려나오더니, 무릎 위에 앉혀놓고 깨가 쏟아지게 밥을 먹는 거였다.

병풍 뒤에 숨어 이렇게 며칠이 지나자, 자청비는 이렇게 계속 지낼 수는 없다며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달라고 문도령을 졸라댔다. 물론 그 방법도 소상히 일러주었다.

“새 옷이 따스합니까? 묵은 옷이 따스합니까?”
“새 옷은 보기는 좋지만 따습기는 묵은 옷만 못하다”
“새 간장이 답디까? 묵은 간장이 답디까?”
“달기는 묵은 간장이 달다.”
“새 사람이 좋습니까? 묵은 사람이 좋습니까?”
“새 사람은 오래 길들인 묵은 사람만 못하다.”
“그러면 부모님, 서수왕따님에게 장가들지 않겠습니다. 저도 묵은 사람하고 살겠습니다.”<계속> /김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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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순 추천순 이 기사에 달린 댓글 1
푸른제복 2012-05-09 10:42:45
잘읽었습니다..,
저에게도 "자청비" 란 예명을 쓰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보고싶고,, 그립습니다.......많은 시간이 흘려지만,,, 어떻게 변했는지?
살다보면 언제간,,,우연히, 우연히 만나겠지요?
12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