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을 기획한 제주바람 홍보이사이자 인디레이블 붕가붕가레코드의 고건혁 대표.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다음 본사에서 '겟 제주의 바람' 문화 강연이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제주이민자, '뽀뇨아빠'라는 필명으로 더 유명한 홍창욱(36)씨.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제주이민자, '뽀뇨아빠'라는 필명으로 더 유명한 홍창욱(36)씨.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② '겟 제주의 바람'서 고건혁·홍창욱 강연

“왜 하필 제주냐고요? 인디 문화의 중심이던 홍대도 포화 상태가 될 겁니다. 그 대안은 ‘제주’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최근 20~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서울을 벗어나 제주로 이주하는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18일부터 20일까지 제주도 곳곳에서 열리는 <그레이트 이스케이프 투어(Great Escape Tour, 이하 GET)> 두 번째 프로그램 ‘겟 제주의 바람’이 18일 오후 8시 다음(Daum) 본사에서 진행됐다.

‘겟 제주의 바람’은 제주도로 자신의 삶을 낚으러 온 문화예술인들의 이야기를 듣는 강연 프로그램이다. 

첫 회인 만큼 'GET'의 기획·진행을 맡은 제주바람의 홍보이사이자 붕가붕가레코드 고건혁 대표가 강단에 서 GET의 탄생 배경, 취지, 목표 등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했다.

▲ 'GET'을 기획한 제주바람 홍보이사이자 인디레이블 붕가붕가레코드의 고건혁 대표.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고 대표는 “음반을 내줄 기획사나, 음반을 들어줄 사람, 즉 자본이나 대중의 간섭을 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것이 ‘인디 음악’이다. 나는 이 인디 음악을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이라고 운을 뗐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막 떠오르던 2008~9년은 인디음악의 중흥기였다. 이 배경을 보면 미디어들의 역할이 컸다. 장기하와 얼굴들도 마찬가지다. KBS나 네이버, 디씨인사이드 등 미디어의 ‘간택’을 받아 성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서 고민이 시작됐다. “인디펜던트라는 정의에 맞지도 않고, 누구에 간섭을 받지 않겠다고 했는데.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무엇을 찾아내려 한 것인데 음악을 사고 파는 일이 점점 힘들어지는 요즘, 더욱이 소수취향의 인디음악을 판다는 것이 한국에서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우리가 미디어가 돼야 한다. 우리 음악을 들어줄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취향은 전파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음악을 계속 퍼트려나가는 것이 첫 번째 방법이다” 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역시 한계가 있다. 대안을 찾기 위해 현실을 되돌아봤다. 현 음악 시장의 세 가지 문제점인 소비자의 수도권 집중, 창작자의 홍대 집중, 음악 수요층의 수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향 ‘제주’를 주목하게 됐다.
 
“수도권에서 공연하는 사람들을 비수도권으로 데리고 나가는 실력 있는 밴드들을 서울 바깥에서 볼 수 있게 하고, 홍대 뮤지션들이 바깥으로 네트워크를 틀 수 있게 하고, 마지막으로  음악만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다면 이런 저런 콘텐츠를 섞어 복합적인 콘텐츠를 내 놓으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 다음 본사에서 '겟 제주의 바람' 문화 강연이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그 결과 탄생된 작품이 ‘GET’이다. 이를 위해 세 명의 제주 출신 문화인들이 뭉쳤다. 박은석 음악평론가와 제주지역 인디레이블 부스뮤직컴퍼니의 부세현 대표다. 문화불모지로 여겨지던 제주에서 나고 자라며, 가슴 한 편에 ‘어떻게 하면 제주를 바꿀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이들의 교집합이다.

“제주 출신의 문화인들이, 제주에 거주하는 문화인들과 손을 잡고, 제주 기반의 기업과 공공기관의 도움을 받아 ‘제주’가 가진 자산을 살려내고 싶다”

마지막으로 고건혁 대표는 “GET을 계기로 새로운 문화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또한 제주 문화 생태계를 활성화 하고 싶다. 부산이 영화의 도시가 됐듯, 제주가 음악의 도시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고 대표의 강연에 이어 제주에서 자신의 삶을 일궈나가는 문화인이 자신의 삶을 소개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2009년 제주로 건너와 제주문화콘텐츠제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홍창욱 씨가 첫 번째 주인공으로 나섰다.  

▲ 제주이민자, '뽀뇨아빠'라는 필명으로 더 유명한 홍창욱(36)씨.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 제주이민자, '뽀뇨아빠'라는 필명으로 더 유명한 홍창욱(36)씨.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홍창욱 석자 이름보다 ‘뽀뇨아빠’로 더 잘 알려진 그. 제주정착일기를 신문에 연재하는가 하면 블로그를 비롯해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에서 꾸준하게 활동해왔고, 최근엔 팟캐스트를 제작하며 제주에서의 삶을 널리 알리고 있다.

“내가 대학다니던 때만 해도 다들 서울에 가려고 안달이었다. 모든 자원이 서울에 몰려있었고,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너도나도 서울을 벗어나고 싶어한다”고 강연을 시작했다.

“2009년 11월에 제주에 건너와 지역일간지에 제주정착일기를 연재했었다. 이 내용을 책으로 내려고 하자 선배가 ‘누가 사냐’며 말렸다. 그런데 최근에 제주문화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발간하자 꽤 많이 팔리고 있다. 2~3년 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30대에 제주로 이주한 이유서부터 제주에서 살 집을 구하고 일자리를 찾거나 스스로 만드는 과정 등 말 그대로 제주에서 가꿔나가는 ‘삶’을 소개했다.

그가 가장 장점으로 꼽은 것은 ‘여유로움’이었다. “서울서 회사 다니던 시절엔 새벽 5시에 나가 밤 11시에 집에 오곤 했다. 제주에선 9시에 출근해 6시에 퇴근한다.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무엇보다도 좋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한 제주생활을 마냥 낭만적으로 봐선 곤란하다며 충고도 잊지 않았다. “제주는 서울에 비해 집값이 싼 편이지만 동시에 급여 수준도 낮다. 뚜렷한 기술 없이는 제주에서의 삶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참가자들도 ‘제주 이주’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드러냈다. 집값은 얼마인지, 제주로 이사오는데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또한 제주 생활에 애로사항은 없는지 질문이 이어졌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