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농산물로 만든 1m짜리 피자.. 슬로우푸드로 돌아온 피자에 관광객 북적

▲ 피자 굽는 돌하르방은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 가정집을 개조해 만들었다. ⓒ제주의소리

나무 간판이 아니면 모를 뻔 했다. 입소문과 블로그를 타고 유명세를 타고 있는 '피자 굽는 돌하르방'은 돌담에 둘러쌓인 보통 집 같아 언뜻보면 구분이 안된다. 간판을 크게 달아놓지 않았으면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이 곳은 관광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한경면 저지리의 피자가게다. 2011년 1월 오픈할 때와 비교하면 지금 매출이 10배가 넘는다. 평소 피자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이 곳 특유의 피자를 맛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고 한다. 한국입맛에 맞게, 그리고 기존의 피자와는 다르게 몸에 좋은 피자, '슬로우푸드'로 재탄생시켰다.

어쩌다 피자였을까, 그것도 저지마을이라는 제주 중산간마을에서...이런 의아심은 이 곳 주인인 장창언(38)씨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오히려 피자와 제주가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그는 어릴 적 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다. 피자뿐만 아니라 바비큐에도 전문가였고 커피도 계속해서 공부중이다. 요리와 관련된 정규교육은 받지 못했지만 스스로 '요리에 대한 감각 하나만큼은 뛰어나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의 피자는 특이한 모양이나 분위기를 떠나서 맛 자체로 관광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원래 기름기 많은 피자에 거부감이 많았던 사람들이 담백하면서도 한국인 입맛에 맞는 그의 요리를 맛보면서 '피자가 이런 음식인줄 몰랐다!'는 반응이 속출했다. 블로그에서는 이미 그의 피자는 유명세를 타고 제주도 관광코스 중 하나로 알려지고 있다. 사람들이 식사시간대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은 이미 흔한 일이다.

장씨는 피자라는 음식이 원래는 이태리의 슬로우푸드임을 강조한다. "그런데 미국의 체인점들을 통해 패스트푸드로 굳어져버린거죠" 그래서 피자굽는 돌하르방의 피자는 지역에서 나는 좋은 식자재, 안전한 먹거리를 통해 원래의 슬로우푸드, 원래의 취지로 돌아가자는 의미에서 시작됐다.

▲ 장창언 사장은 먹거리는 안전해야 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사진출처=장창언씨 블로그>
주변에 나는 농수산물들을 사용해 정말 좋은 식재자로 좋은 먹거리를 만들고자 한 것이다. 실제로 그의 피자에 사용되는 식자재의 대부분은 인근 지역에서 나는 '로컬 푸드'다.

그의 피자가 블로거들에게 웰빙식품으로 손꼽히는 것에 대해 "따지고보면 '웰빙음식'이라는 개념 자체가 산업화, 도시화에 대한 불신으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예전에 무슨 '웰빙'이라는 개념이 있었겠나"고 말했다.

그는 깨끗하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 하나의 목표라고 했다. 식재료에 대한 믿음이 없는 현실, 얼마나 많은 농약을 쳤는지 유전자는 조작하지 않았는지, 자극적인 화학 조미료는 아닌지.. 이런 현실때문에 '웰빙'이라는 말이 각광받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웰빙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얘기 도중 갑자기 내가 먹고 있는 커피를 가리키면서 "원래 이게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이다. 몸에 좋지 않다"라고 말을 건네기도 했다. 그의 얘기를 듣다보니 설탕을 한가득 넣은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던 나는 계속 마셔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고민이 들 정도였다.

# 맑은 제주를 음식으로 담아내고 싶은 장창언씨

그는 말 그대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겠다'는 생각에서 지금의 피자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그가 보기엔 자극적인 인공조미료와 화학첨가물들로 '겉맛'만 좋은 음식은 결코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닌 셈이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장창언씨는 피자를 본격적으로 공부한 지 6년이 넘는다. 그런 그가 야심작으로 내놓은 것 중 하나가 1m피자.

손님들에게 가장 인기를 끄는 건 네 가지 맛이 한꺼번에 들어간 이 대형 피자다. 사실 애당초 큰 크기의 피자를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우연히 터키음식인 피데를 보고 '한 번 저렇게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후 조리시간과 음식의 맛을 고려해서 가장 이상적인 크기를 고민하다 보니 딱 1m 정도가 나왔다고 한다.
 
그의 집을 찾는 사람들은 피자의 독특함과 맛 만큼이나 분위기에도 호평을 한다. 피자 굽는 돌하르방은 언뜻보면 보통 집과 구분이 안된다. 돌담벽에 슬레이트가 얹혀진 일반 가정집과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건물은 70년이 넘은 오래된 집을 수리해 만든 것이다. 이것도 그가 말하는 '다시 돌아가자'는 철학과 일치했다고 했다. 실제로 내부는 예전에 쓰이던 나무 기둥을 그대로 사용했다. 황토와 낮은 천장은 정말 과거 제주의 집 그대로였다.

▲ 피자 굽는 돌하르방은 70년이 넘은 고택의 나무 기둥을 그대로 살려 인테리어 했다. ⓒ제주의소리
사실 그는 무작정 다 뜯어고치는 것은 맘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개발이 같이 살기 위한 개발이 되고, 우리 모두를 위한, 제주도민을 위한 개발이 되어야지 특정 사람들만의 이익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래서 그에게는 아침에 오는 출근길이 매번 뒤집혀지고 공사투성이인 것이 맘에 들지 않는다.

이런 그의 생각은 그의 집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일반 가정집을 그대로 사용한 것은 기존의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개발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의 가게가 정말 제주적인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가게의 이름인 '피자 굽는 돌하르방' 자체가 제주 사람이 제주 특유의 형식으로 음식을 만든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그래서 메뉴도 제주 방언으로 만들었다. 포테이토 피자나 불고기 피자라는 이름 대신 제주산 흑돼지로 만든 시에따이(시에서 온 아이)부터 시작해 초네따이(촌에서 온 아이), 세떠멍(둘째 숙모) 등 낯 익은 사투리로 음식 메뉴를 정했다. 이것 역시 제주만의 특색을 그대로 드러내고자 한 작은 노력이다.

원래 제주적인 것에 현대적인 것을 퓨젼해 성공을 거둔 그의 피자가 어떤 의미에서는 제주가 앞으로 향해야 할 지향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음식문화의 원형을 살리면서도 위치한 곳 가장 가까이 얻을 수 있는 이점들을 끌어다모아 완전히 현지화 시켜 재창조한 것이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나는 식재료를 사용해 그만의 독특한 피자를 만들어 호평을 받고 있는 장창언씨. '제주의 장점을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는 그의 목표는 현재진행형이지만 이미 절반의 성공은 거둔 것 같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인턴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