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해방의 역사, '자청비'에서 시작됐다고?
여성 해방의 역사, '자청비'에서 시작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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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셉수트 여왕 스핑크스(출처. 위키백과). BC 1503년부터 약 20년 동안 파라오로 재위하며 이집트를 통치했다.조각이나 벽화 등에 보면 하트셉수투 여왕은 파라오 복장을 하고 수염을 기른 것으로 그려져 있다.

<김정숙의 제주신화> 22. 자청비 여신 원형 ②

여성해방의 선구자


자청비는 여성해방 선구자로서의 원형이다. 이 모습 역시 머리띠를 두른 과격한 모습이기보다는 다분히 여성적인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녀가 불평등한 성차별을 느끼게 된 계기는 사랑 때문이었다.


그녀는 남장을 한다. 그녀의 남장은 이집트의 여왕이 콧수염을 길러 자신의 여성을 부정하거나 남성의 우월함을 동경, 지향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가 남장을 한 것은 아주 단순한 이유였다. 사랑하는 문도령을 만나야 했기 때문이다.

▲ 하트셉수트 여왕 스핑크스(출처. 위키백과). BC 1503년부터 약 20년 동안 파라오로 재위하며 이집트를 통치했다.조각이나 벽화 등에 보면 하트셉수투 여왕은 파라오 복장을 하고 수염을 기른 것으로 그려져 있다.

사랑에 빠진 자청비는 곧 그녀가 여성이라는 사실이 남성과의 만남의 기회도, 그 남성을 사랑하기 위하여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남성의 세계로 들어가는 일도 금지하고 있는 세상의 질서에 부딪힌다.


사랑의 극치는 다른 사람의 인격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깊게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녀는 문도령을 만나기 위해 부모를 설득하고 남장을 하여 문도령의 세계로 들어간다.  그렇게 겨우 들어간 문도령의 세계는 여성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던 글공부의 세계였다. 겹겹이 둘러처진 벽이었다.


가부장적인 문화는 사랑마저도 이루어낼 수 없게 하는 것이었다.
안과 밖, 사랑채와 안채, 과거를 보러 가는 시험의 길과 베틀을 짜는 수도의 길은 남성과 여성을 만날 수 없게 했다. 사회는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고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sex roles)을 분리시켰다. 남성은 세계로 열려있었고, 여성은 집 안으로 가두었다.


그런 구분은 배제와 차별로 이어졌다. 남성은 사회관계와 현상의 주체였다. 여성들은 거기에서 소외되었다. 그녀들은 고려되지 않았으며 남성 앞에서 그들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의미심장한 타자가 아니라, 비인간이었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며 엄격한 논리만이 부조리하고 불공정한 세계를 인식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동기유발의 장소는 언제나 가까이에 있다. 사랑에 빠진 자청비는 처음에는, 다만 문도령을 만나고 싶은 마음 하나로 이 사물의 질서에 저항한다. 그리고 자청비는 바로 거기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바로 그 남성을 통해 ‘자기, 여성’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맞으며 남성들만이 주체이며 절대자가 되는 불평등한 사회를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자청비가 남성중심의 불평등한 세계를 적나라하게 인식하게 된 동기는 논리라기보다는 사랑이라는 단순한 감정에서 시작되었으나, 그래서 더더욱, 온 몸으로 불평등한 세계를 인식하는 계기가 된다. 굳이 사회내의 불평등을 지적하지 않더라도 문도령 한 개인 안에서 그것은 똑 같은 강도와 내용으로 똬리를 틀고 앉아 있었다.
 

자청비가 여자인 것 같은 느낌이 든 문도령은 시합을 제안한다. 그 시합은 남성적 힘겨룸의 상징인 오줌갈기기, 활쏘기, 말타기 등이다. 경쟁은 남성의 영역 내에서만 이루어졌고  가치판단의 유일한 기준은 남성성의 잣대였다.  


여성이라는 옷이 몸으로 하여금 움직임을 제한하고 끊임없이 질서를 따르게 하는 효과를 가지듯 남성이라는 옷이 우월하게 규정하고 구획하는 것들을 남장을 하고서 자청비는 적나라하게 체험하게 된다. 


어쨌거나 자청비는 그런 상황들 속에서 아름다운 외모나 베 짜는 능력에 못지않게 남성적인 영역들―남성적 정력겨룸의 상징인 오줌갈기기, 활쏘기, 말타기―에 대해 문도령, 남성보다도 더 높은 성취를 이루어 낸다. 그녀는 융의 ‘아니무스’(Animus)를 통해 인간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되며 이로써 가부장적인 차별에 첫 번째로 기여하는 성과 성역할 구분의 위선을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계속>/김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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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순 추천순 이 기사에 달린 댓글 1
푸른제복 2012-05-30 18:49:51
잘 읽었습니다..... 자청비,,,, 잘 있지?
12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