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떠나 돌아다니게 되면 아무리 대접받는다 해도 고생스럽고 불편한 점이 있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명예와 권력을 잃고 제주로의 유배도 서러운데 뭍에서 먹던 음식과 사뭇 달라 유배지 생활이 더욱 고단했다.

뭍에서 가족들이 보내오는 음식은 중간에 상해버려 ‘집밥’의 맛 보기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제주로 유배온 선비들이 지역사회와 동화하면서 받았던 밥상을 고스란히 재현한 전시회가 열렸다.

제주관광공사와 제주대학교 스토리텔링 연구개발센터(센터장 양진건)가 주관하는 ‘제주유배밥상 전시회’가 30일 제주그랜드호텔에서 열렸다.

제주유배 밥상은 유배인들이 남긴 편지와 문헌을 바탕으로 제주향토음식의 초대 명인인 김지순 선생을 주축으로 유배인들의 향수와 녹차를 주제로 제주향토음식과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고, 웰빙 의미를 함께 부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 김지숙 명인이 참가자들에게 유배밥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오연주기자

김지순 명인은 유배 밥상 연구와 재연에 있어 “당시의 식재료를 그대로 구하기가 어려웠다”며 “옛 맛을 유지하며 현대인들 입맛에 맞게 개발한 음식도 여럿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변 사람들이 갖다주는 제철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어야 하는 유배 생활에서 척박한 제주의 음식은 유배 온 선비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며 “매번 상위에 올라가는 된장에 재피를 넣어 산초 된장맛을 보는 형태로 음식이 변형되기도 했다”고 선비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제주의 입맛에 길들어 졌다고 설명했다.

▲ 식재료의 유통과 보관이 힘든 시기인 여름에는 제주의 자연에서 얻어진 신선한 재료를 조리해 가장 제주다운 형태의 밥상을 받았다. ⓒ제주의소리 오연주기자

사계절에 맞춰 재연해 놓은 밥상에는 봄에는 멜, 여름에는 냉국과 자리, 가을은 다양해진 양념으로 육지와 바다의 먹을거리가 조화롭게 상에 올렸다. 겨울에는 조밥을 올렸다.

마지막으로 “제주 향토음식으로 내놓는 음식들을 보면 고추장, 고춧가루가 많이 들어간 영, 호남 음식으로 변모해 있다”며 이번 유배 밥상을 상품화하고 보급시켜 ‘진짜’ 제주의 맛을 찾아야 한다고 김지순 명인은 덧붙였다.

▲ 관람객들이 제주유배 음식을 맛보고 있다. ⓒ제주의소리 오연주기자

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존연구원 부원장은 “유배인들이 맛본 음식 전반에 대해 다뤄야 하지만 추사 김정희 선생이 부인에게 보낸 편지 일부에서만 음식 관련 이야기를 이뤄 이를 기초로 재연했다”며 “추사는 ‘제주는 여름에 화전 대신 호박전을 붙여먹었다’ ‘강된장을 직접 만들어 먹었다’는 등의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양진건 센터장은 “제주에 남아있는 유배 음식이 단순 박제화 돼 관찰만 할 것이나 아니라 모두가맛 보고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장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들 음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관광 상품은 물론 전국적으로 음식 문화를 알리고 제주의 음식의 세계화에 앞장 설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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