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총리실안은 결코 '반쪽'이 아니다"
"도당국은 도민에게 더이상 환상을 심지 말아라"

국무총리실 산하 제주특별자치도 기본계획(안)이 6일 제주의 소리를 통해 첫 공개되면서 도민사회가 또 한 차례 떠들썩 해지고 있다.

지난 8월 30일 제주도가 기본계획안을 발표한 직후에는 주로 '교육·의료시장' 개방을 반대하는 교육계와 의료계,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공항공사와 관광공사 현지법인화를 저지하려는 해당 조직의 반발이 극심했다면 총리실 기본계획안이 알려진 이후에는 제주도가 발끈하고 나섰다.

제주도는 기본계획안이 공개되자 관련부처를 중심으로 긴급대책회의를 여는가 하면, 김태환 지사는 당일 첫 비행기로 서울로 올라가는 부산함을 보였다.

그러나 제주도보다 더욱 큰 반발을 하고 나선 곳은 다름 아닌 도내 언론이었다. 도내 언론은 7일자 보도를 통해 '특별자치도가 반쪽으로 전락했다'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모든 권한을 이양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공염불에 그쳤다'는 식의 표현으로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한 정부부처를 공격하고 나섰다.

이 같은 논조는 14일 이해찬 국무총리가 주재하고 각 부처 장관이 참여하는 '특별자치도 추진위원회'에서 최종안이 결정될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추진위에서 어떤 결정이 나느냐에 따라 특별자치도를 바라보는 도민사회의 시각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 정말 제주도에 없어서는 안 될 과제들이 빠졌나?

그렇다면 총리실 기본계획안에는 당초 제주도가 요구한 권한 중 무엇이 빠졌는지를 살펴보자. 제주도가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340개 권한이 공개되지 않아 구체적인 비교는 어렵다. 단순 숫자로만 비교한다면 총리실에서 받아들인 권한은 130개로 절반도 못 미치는 권한이 이양될 전망이다.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된 과제중에서는 우선 교육시장과 관련해 영리법인의 교육기관 설립허용이 제외됐다. 또 한국관광공사와 한국공항공사 현지 법인화와 내국인카지노, 도전역 면세지역화, 그리고 제5자유 운수권의 '일방적 허용'도 국익차원에서 누락됐다. 여기에다 국립공원 관리계획변경권한과 감귤유통조절명령권한, 그리고 법인세율 인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특별행정기관 이관과 관련해 해양수산청과 국토관리청, 중소기업청 이관이 결정됐고 아예 폐지되는 환경출장소도 제주도로 그 권한이 넘겨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다만 지방노동위와 노동사무소, 보훈지청, 통계사무소는 제주도 이관에 반대하고 있다.

국세의 지방세전환과 맞물린 국가예산의 '법정률'지원과 국내외 영리법인의 병원설립과 내국인 진료허용은 총리실과 해당부처간의 이견으로 14일 장관회의에서 결론이 내려질 전망이다.

이보다 많은 권한과 규제완화가 빠져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제주도가 당황해 하거나 언론이 '반쪽'이라고 평하는 것은 대부분이 열거한 것과 관련한 반발들이다.

# 빠질 수밖에 없는 권한들이 빠졌다

현 단계의 논쟁, 즉 '반쪽짜리 특별자치도' 논란은 얼마나 빠졌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이 빠졌느냐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누락된 '권한'이 과연 제주도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절대절명의 과제였는지, 도민사회의 합의는 있었는지, 그리고 정부차원에서 과연 내 줘야 하는 '현실성' 있는 권한이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또 제주도 당국이 이 같은 엄청난 권한들을 제대로 수용할 수 있는 준비는 돼 있는지도 중요한 판단의 잣대가 돼야 한다.

먼저 이 과제들이 제주도에 반드시 필요한 과제인지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제주도 당국은 시간에 쫒긴다는 이유로 특별자치도의 핵심산업이라는 '4+1'은 물론 나머지 과제들에 대해서도 그 당위성을 지금까지 밝힌 바 없다.

교육과 의료시장 개방은 도민사회에서 여전히 논란거리이다. 도 당국은 아직도 왜 교육과 의료가 제주도의 핵심산업이 돼야 하는지를 설명하지 않고 있다. 1년전만 해도 전혀 거론되지 않던 교육과 의료가 정말 제주도의 발전을 가져올 '키워드'인지에 대해서 "그렇다"고 누구하나 자신 있게 나서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교육과 의료계, 그리고 시민사회단체에서 "도민의 삶의 질이 떨어지고 공교육과 공공의료가 몰락한다"는 반대의 목소리만 있을 뿐이다.

국무총리실이 교육시장 개방을 이번 과제에서 제외한 이유는 교육의 '공공성'과 '실효성'이었다. 그러나 제주도는 물론 그 누구도 교육과 의료시장 개방에 대해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꺼내지 않고 있다.

# 아무런 논리도 없이 무조건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진한 발상

관광공사와 공항공사도 마찬가지이다. 왜 현지법인화를 해야 하는지 논리가 부족하다. 권한은 노무현 대통령이 준다고 해서 전부다 주어지는 게 아니다. 권한은 법률이다. 관광공사와 공항공사도 법률에 따라 설립된 기관이다. 때문에 우리가 이들 기관을 갖고 오려고 한다면 반대하는 해당기관은 아니더라도 도민사회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힘을 실어 달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들 기관이 지금까지 제주를 위해 한 게 뭐냐' '돈을 벌고도 지역에 환원하지 않고 있다'는 비이성적인 논리만으로는 법을, 또 밥그릇을 놓지 않으려는 중앙부처를 이길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내국인 카지노와 도전역 면세지역화도 같다. 먼저 도전역면세지역화는 과연 현실성 있는 정책인지, 중앙정부가 수용할 수 있는 정책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설립된지 3년이 돼서야 면세점 이용한도를 현행 300달러에서 400달러로 확대할 정도로 인색한 게 중앙정부의 현실이다. 물론 중앙정부의 편을 드는 게 아니라 과연 중앙정부를 설득해서 가져올 수 있는 권한이냐는 게 초점이다. '대통령이 권한을 주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는 식으로 무조건적으로 달라고 해서는 백번 말해봐야 씨알이 먹힐 이야기가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내국인 카지노도 마찬가지다. 우선 내국인 카지노의 찬반을 떠나 도민사회의 엄청난 논란을 야기할, 그리고 타 시도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한 내국인 카지노를 중앙정부가 준다고 생각한 자체가 너무 순진한 것은 아닌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총리실에서 제외한 권한들은 애당초부터 당연히 빠질 수밖에 없는 과제들을 제주도 당국이 너무 무리하게 추진해 도민사회에 논란만 야기시킨 과제들이었다. . 

# 정책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 아니다.

물론 이 문제는 누구의 잘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구태여 책임을 따진다면 제주도민들에게 또 한 번 장밋빛 환상만을 심어준 제주도 당국의 무책임이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다.

정책은 현실이다. 정책은 시행을 목표로 한다. "먼저 권한만 갖고 온 후 시행여부는 도민의 판단에 따르겠다"는 제주도 당국의 인식은 너무나 무책임하고, 모든 책임을 도민에게 돌리려는 것과 다름 아니다.

교육시장 개방만 하더라도 그렇다. 정책 당국자는 분명한 목표와 비전을 도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정말 교육개방이 제주도민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개방하자'고 자신 있게 말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내국인 카지노만 해도 그렇다. 도 당국이 정말 하고 싶다면 도민들에게 떳떳이 말해야 한다. 그렇지 알고 '일단 권한만 갖고 오자', 그렇다면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인데 하지 않을 것을 갖고 왜 도 당국은 스스로 논란을 부추기는가.

정책은 '해도 되도 말아도 되는 게 아니'다. 할 필요성이 있다면 도민들 설득시켜야 하고,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면 '권한만 갖고 오자'는 그런 말장난은 할 필요도 없다.

제주도 당국은 '중앙정부로부터 5개를 가져오려면 10개를 던져야 하는 게 아니냐. 흥정을 하기 위해서도 먼저 높게 나가야 할 게 아니냐'는 생각이다. 그러나 정책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정책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 아니다.

# 지금의 기본계획을 갖고 도민의 힘을 모아야 한다.

도 당국은 현재 공개된 총리실 기본계획안에서 우선 순위를 따져야 한다. 더 이상 현실성 없는 과제들을 놓고 도민사회의 분란을 부추기지 말아야 한다. 언론이 비판하고 나설까봐 먼저 흥분하는 모습도 솔직히 보기 좋지 않다.  

현재 가장 큰 과제는 국가예산의 법정률이다. 이는 나머지 모든 권한을 내놓고서라도 반드시 확보해야 할 권한이다. 이는 특별자치도의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제주도 당국은 이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얼마 남지가 않았다.

나머지 권한은 이번이 안되면 다음이 있다. 총리실이 이번에 누락되는 권한은 2007년말까지 이양하겠다는 것을 특별법에 규정하겠다고 하지 않는가. 처음부터 모든 것을 하려다가는 채한다. 솔직히 도당국이 지금 총리실에서 이양하겠다는 권한을 제대로 행사할 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지금까지 도당국의 보여준 모습은 '부정적'이다. 능력도 없이 권한만 잘못 갖고 온다면 특별자치도는 커녕 도민의 삶의 질만 더욱 나빠질 것이다.

총리실 기본계획은 실로 엄청난 권한들이 담겨져 있다. 이것만이라도 우선 잘해야 한다. 더 이상 '제도'를 갖고 왈가왈부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1991년부터 제주도개발특별법과 국제자유도시특별법, 그리고 이번 특별자치도 특별법에 이르기까지 제주도 당국의 보여준 모습은 오로지 '제도'였다. 모든 잘못은 '제도'로 돌리려는 무책임은 이제 그만 보여야 한다. 제도는 사람이 운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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