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동과 해수면 상승 역사 기록한 김녕 사구

▲ 바다가 그리워지는 계절, 김녕해수욕장을 찾았다.

무더위가 성큼 발 앞에 다가섰다. 푸른 바다와 시원한 바람을 만날 수 있는 백사장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종달리 바다에서 시작되는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따라 김녕해수욕장으로 차를 몰았다.

연푸르다 희고, 희다 푸른 김녕의 해안은 6월의 햇살 아래 눈이 부시다. 해수욕장의 모래는 체를 쳐낸 것 같이 고와서, 많은 이들이 맨발로 그 맛을 음미하고 있다.

조선 중기 천제시인으로 알려진 백호 임제는 1577년에 제주를 여행하던 도중 김녕포를 지나면서 100세쯤 되는 노인이 십여 명이 있는 것을 보고 "신성의 세계에 들어온 게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기록했다. 이 일대 자연환경이 예사롭지 않다는 표현이다.

아름다운 해안은 '신선의 세계'

김녕은 제주도에서 가장 큰 사구를 이루는 마을이다. 모래사장이 해안선을 따라 1㎞넘게 분포함은 물론이고, 해안에서 6㎞ 떨어진 들녘도 온통 모래다. 제주도의 돌들이 대부분 현무암질인데 반해, 이 일대의 모래는 온통 흰색인 것은, 모래가 현무암질 암석에서 기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 김녕은 마을이 온통 모래다.

 

제주도의 해안에 분포하는 퇴적물은 주로 화산암편과 탄산염(석회질)퇴적물이다. 화산암편은 주로 하천을 따라 화산암의 쇄설물이 운반되어 온 것이고, 탄산염퇴적물은 주로 해양생물의 유해가 쌓인 것이다. 김녕 일대의 해안사구는 대부분이 해안생물에 기원하는 탄산염입자로 구성되었다.

온대지역의 탄산염퇴적물은 주로 연체동물(조개, 고둥 등)과 홍조류의 조각으로 구성되는데, 김녕해수욕장의 모래에서서도 연체동물과 홍조류가 주를 이루고, 유공층과 성게류 등이 추가로 나타난다.

바다에서 형성된 탄산염모래가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위치에 해안사구를 만들려면 해변에 퇴적물이 계속해서 쌓여야하고, 이 퇴적물들을 육지 쪽으로 운반할 수 있는 적당한 바람이 있어야한다. 김녕은 바닷물이 따뜻하기 때문에 연체동물과 홍조류, 성게류 등이 왕성하게 서식하면서 지속적으로 해변에 탄산염 입자를 공급하고, 북서계절풍이 해변의 모래를 육지 쪽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조개껍질과 같은 석회질 조각 쌓여 도내 최대 사구 형성

한편, 지난 2008년에 강원대학교 우경식 교수 등은 김녕리 일대 사구를 조사하여 그 구성성분과 형성시기를 밝힌바 있다.

이들은 김녕해수욕장 퇴적물의 평균 입자의 크기가 0.28㎜인 중립질 모래로 밝혀졌는데, 이는 침식되어 운반되는데 가장 적합한 크기다. 구성성분은 연체동물이 29%, 홍조류가 35%, 성게류가 16%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내륙 쪽에 위치한 사구에서도 기원 생물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 김녕해수욕장의 모래는 입자의 크기가 평균 0.28㎜인 중립질로 밝혀졌는데, 이는 침식되어 운반되는데 가장 적합한 크기다.

우교수 등이 내륙 사구에 구멍을 뚫고 모래의 바닥 고토양을 분석해본 결과, 사구가 형성되기 시작한 시기가 약 4000~6000년 전 경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제주도 기후변동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즉, 동아시아는 마지막 최대빙하기 때 해수면이 지금보다 약 120m 정도 낮았으며, 그 후 기온이 올라가면서 해수면이 상승하기 시작하여 약 6000년 전에 현재와 같은 수준에 이르렀다. 이후로 해수온도가 상승하면서 탄산염 각질을 만들어내는 생물이 김녕 일대에 서식하기 시작했고, 이들이 쌓여 해변 모래사장과 내륙의 사구를 형성하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김녕 사구, 동아시아 기후 변동 역사 기록

한편, 김녕 해수욕장에는 빵을 구울 때처럼 가운데가 볼록하게 부풀어 오른 현무암 대지가 나타난다. 이는 만장굴과 김녕굴을 비롯하여 이 일대 동굴을 만든 현무암질 용암이 바다까지 흘러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 김녕해수욕장에는 빵을 구울 때처럼 가운데가 볼록하게 부풀어 오른 현무암 대지가 나타난다.

 

김녕 일대 현무암은 지금으로부터 약 30만 년 전~60만 년 전에 분출한 표선리 현무암으로 점성이 매우 낮고 유동성이 큰 특징을 갖는다. 표선리 현무암이 해안 저지대에 고여 냉각되면 용암호가 형성되는데, 표면하래에 용암이 계속 흘러들어오면 내부의 압력이 커져 표면이 부풀어 오르게 된다. 그리고 더러는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표면이 갈라지는 경우도 있다. 김녕 일대의 사구 아래는 판판한 표선리 현무암이 기반암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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