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소라다방(2층), 1980년대 사인자 서점(3층)이 있던 건물. 오는 7월 30대 청년들로 이뤄진 3Frame이 이곳에서 스튜디오를 열어 새로운 구상을 펼칠 예정이다.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 연극 동아리 출신 20~30대 청년이 운영하는 '예술공간 오이'. 지난해 말 문을 연 이곳은 '문화예술'로 지역과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제주의소리

문화예술단체들 자발적 '구도심 살리기 운동'에 20~30대 청년층 동참

문화예술단체들의 잇따른 이주로 숨통을 튼 제주시 구도심 일대에 젊은 피가 끓기 시작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북적이던 제주시 중앙~칠성로 일대는 2009년 제주대병원이 이전하면서 ‘공동화’ 상태까지 이르렀다. 정치와 행정에서 심심치 않게 활용안을 내고 있지만 아직 묘안은 없는 상태다. 이 틈에 문화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이곳으로 옮겨오며 구도심에 새 숨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이주 붐은 (사)한라생태문화연구소(소장 강문규), 도서출판 각(대표 박경훈), 제주전통문화연구소(이사장 문무병), 갤러리 아트스페이스C(대표 안혜경) 등이 구도심 한짓골에 향수를 품은 이른바 ‘7080세대’가 주를 이뤘다.

최근 20~30대 청춘들이 이 같은 흐름에 합류하며 ‘구도심 살리기’에 열기를 더하고 있다.

▲ 제주대학교 연극 동아리 출신 20~30대 청년이 운영하는 '예술공간 오이'. 지난해 말 문을 연 이곳은 '문화예술'로 지역과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 연극 동아리 출신 청년들이 꾸린 ‘예술공간 오이’가 문을 연데 이어 30대 청년 셋이 운영하는 영상업체가 7월 중 한짓골로 둥지를 옮길 계획이다.

20~30대 청년 셋이 운영하는 ‘예술공간 오이’는 지난 4월부터 두 달 간 개관기념 첫 공연을 올렸다. 운영진 모두 연극이라는 교집합으로 모였지만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갖가지 ‘문화예술’을 내놓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 1970년 소라다방(2층), 1980년대 사인자 서점(3층)이 있던 건물. 오는 7월 30대 청년들로 이뤄진 3Frame이 이곳에서 스튜디오를 열어 새로운 구상을 펼칠 예정이다. ⓒ제주의소리

그런가하면 제주시 아라동 간드락소극장과 곁을 두고 활동해오던 영상업체 3Frame도 7월 중 새 스튜디오를 열기 위한 작업에 한창이다.

3년 간 닫혀있던 곳이라 쓸고 닦고 치우는 게 일이지만 비슷한 임대료에 3배 가까운 규모의 사무실을 얻었다. 이들의 '이주'는 구도심 살리기 운동에 동참하는 의미도 담고있지만 새로운 구상을 펼치려는 각오 또한 단단하다. ‘시각예술’을 기초로 지역과 소통하며 다양한 시도를 펼칠 계획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이들 두 단체가 옮겨온 곳은 예전 ‘한짓골 시대’의 영광이 고스란히 얽힌 곳이다.

삼도2동 동사무소 맞은편 지하 1층에 위치한 예술공간 오이는 뮤직 바 ‘도어즈(Doors)’ 옛 자리다. 말이 술집이지 1994년 문을 열어 2009년 시청 대학로로 옮겨가기 까지 제주지역 대표적인 음악공간이었다.

방대한 레코드 보유량 덕에 못 듣는 노래가 없었으며 술값까지 저렴해 지갑 얇은 대학생들이 왁자지껄 모여들던 곳이다. 지역 뮤지션들이 공연할 데라곤 고작 문예회관 정도나 있었던 때 이따금 소규모 공연이 열려 마른 목을 적셔주기도 했다.

3Frame이 옮겨올 곳도 70년대 풍미했던 ‘소라다방’의 옛 터다.

소라다방은 단순히 ‘차 마시는 곳’이 아니라 1970년대 제주지역 문화판의 중심축이었다. 미술관이 없던 시절 각종 전시가 이 다방에서 치러졌으며 종종 음악감상회도 열리곤 했다. 그 당시 제주 문화계를 주름잡던 문화예술인들이 주변에 살고 있어 ‘아지트’역할을 하기도 했다.

‘어디 한번…’으로 시작된 문화예술단체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그때 참 좋았지” 아련한 향수를 지닌 이들부터 피 끓는 젊은이들까지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단지 옛 영광의 재현이 아닌 새로운 ‘문화중심지’ 시대의 개막이 싹 트길 기대해본다.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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