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천읍 선흘리에 자리잡은 거문오름, 제주동부 용암동굴계의 젖줄이다.
용암류가 계곡을 따라 흐르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용암류의 바깥 부분이 냉각되어 굳어지면 용암튜브가 된다.(돌문화공원에서 촬영)
거문오름 홍보관 입구에 걸린 안내 그림들. 거문오름에 대한 설명은 잊지만, 동굴계와의 관련 해설은 찾아볼 수 없다.
용암동귤계를 설명하는 지도(손영관, 우경식 등의 '지질유산과 지질모니터링'에서 발췌)
거문오름동튜브계의 일부인 당처물동굴 내부의 모습이다.(거문오름 홍보관에 걸려있는사진을 발췌)
<장태욱의 제주지질기행> 18 자연유산 만든 오름, 트랙킹코스로 남길 건가

▲ 조천읍 선흘리에 자리잡은 거문오름, 제주동부 용암동굴계의 젖줄이다.

지난 2007년, 제주도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이래 특별히 관심을 끄는 오름이 있다. 조천읍 선흘리 동쪽에 위치한 고도 454m의 거문오름이 그것이다.

 과거에는 이 오름을 '시려니오름' 혹은 '시련악(時連岳)'으로 부르다가 이 오름에 있는 '거멀창'이라는 수직동굴로 인해 '거문이오름'이라 부르게 되었다. 오름은 북동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분화구를 지니고 있다.

 거문오름 북쪽의 거멀창굼부리(분화구)에 수직으로 된 천연동굴이 있는데, 이 동굴을 수직동굴이라고 부른다. 이 오름이 세간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수직동굴을 시작으로 북오름굴, 대림굴, 만장굴, 김녕사굴, 당처물굴로 연속되는 용암튜브계가 2007년에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거문오름용암동굴계)으로 등재되었기 때문이다.

▲ 용암류가 계곡을 따라 흐르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용암류의 바깥 부분이 냉각되어 굳어지면 용암튜브가 된다.(돌문화공원에서 촬영)

 

▲ 거문오름동튜브계의 일부인 당처물동굴 내부의 모습이다.(거문오름 홍보관에 걸려있는사진을 발췌)

점성이 낮은 용암이 분출되어 흐를 때, 용암류 속에서 녹은 유체 용암이 고체 용암 표면아래에 화도와 같은 통로를 따라 흘러가는데, 이 통로를 용암튜브(lava tube)라 한다. 이 용암튜브는 그 크기와 모양이 다양한데, 나중에 흐르는 용암류가 이 빈 공간을 채울 수도 있고 비어있는 상태로 남을 수도 있다. 만일 용암튜브 내에 비어있는 공간이 사람이 들어갈 만큼 큰 규모로 남아 있으면, 이를 용암튜브동굴(lava tube cave)라고 부른다.

 그리고 용암튜브가 일부 함몰되어 분절이 일어나면 여러 개의 용암동굴로 나눠진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둘 이상의 용암튜브가 만들어지면 이들을 모아 용암튜브계(lava tube system)라고 부른다.

 지난2005년 안동대학교 황상구 교수 등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지정 신청을 위해 문화재청과 제주도의 요청을 받아 거문오름 분석구를 비롯하여 인근의 용암굴을 조사하였다. 이들의 발표에 따르면, 이 일대에 거문오름 분석구에서 유래하는 용암류역이 형성되어 있고, 용암류역은 고도 350m에서 시작해 북동부 해안까지 노출된다. 그리고 용암류역의 지하에는 2~3개의 용암튜브계를 형성하였다. 거문오름이 제주동부 지하에 그물처럼 엮여있는 여러 용암동굴계의 젖줄이라는 설명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뚜렷한 튜브계가 거문오름동튜브계라고 했다.

▲ 용암동귤계를 설명하는 지도(손영관, 우경식 등의 '지질유산과 지질모니터링'에서 발췌)
황교수 등은 당시 조사를 바탕으로 거문오름동튜브계는 거문오름 분석구에서 발생한 다량의 현무암질 용암류가 하천 계곡을 따라 북동쪽으로 약 13km를 흐르며 형성된 것이라고 밝혔다. 거문오름 주변의 용암동굴계는 과거 50만년 이상의 긴 기간 동안 여러 차례의 휴지기를 거치면서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중 거문오름동트뷰계의 용암류 나이가 대략 22만년~29만년에 이르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검은오름 입구에는 이 오름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다는 사실을 홍보하기 위해 걸어놓은 많은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 현지 해설사로부터 검은오름의 생태와 구조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 육지부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탐방객들이 해설사들의 도움을 받아 오름 트랙킹을 마치고 들어오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그런데, 현지 안내 리플렛이나 표지판을 보면 검은오름 자체에 대한 설명은 짤막하게 되어있지만, 이 오름과 용암튜브계와의 관계를 설명한 것은 눈에 띄지 않았다. 용암튜브계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었고, 홍보관에 사진작가가 찍어놓은 동굴 사진 몇 장 걸려있는 것이 전부였다.

 이 오름을 탐방하고 간 사람이라 하더라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의 핵심인 용암튜브계에 대해서는 존재여부도 인식하지 못하겠다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었다. 세계자연유산 지정의 주목적이 지질자원을 보존하고, 대중의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교육하는데 있다는 사실을 관리당국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장태욱

 
   
장태욱 시민기자는 1969년 남원읍 위미리에서 출생했다. 서귀고등학교를 거쳐 한국해양대학교 항해학과에 입학해  ‘사상의 은사’ 리영희 선생의 42년 후배가 됐다.  1992년 졸업 후 항해사 생활을 참 재미나게 했다. 인도네시아 낙후된 섬에서 의사 흉내를 내며 원주민들 치료해준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러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제주대학교 의예과 입학해 수료했다. 의지가 박약한 탓에 의사되기는 포기했다.  그 후 입시학원에서 아이들과 열심히 씨름하다 2005년에 <오마이뉴스>와 <제주의소리>에 시민기자로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2010년에 바람이 부는 망장포로 귀촌해 귤을 재배하며 지내다 갑자기 제주도 지질에 꽂혀 지질기행을 기획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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