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현 칼럼> 규모 축소에 나선 맥주사업 어쩌나...

 2012년 제주산 맥주보리 수매가 시작된다. 6월 25일 한림읍 금악리, 명월리에서 시작하여 다음달 3일까지 애월읍 봉성리와 하가리 그리고 한경면 조수리와 낙천리, 용당리, 청수리 등 관내 8곳에서 맥주보리 8,700가마· 348톤 수매가 이뤄진다.

올해 맥주보리 1등급 수매가는 40㎏ 1가마에 30,760원이지만, 이는 2010년의 32,720원보다 6%정도 되레 떨어진 가격이라 마음이 무겁다. 물가가 오르는데 따라 맥주보리 수매가도 어떻게든 제 값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맥주보리 수매가 하락에는 부분적으로 제주맥주의 난항도 한 몫하고 있다. 왜냐하면 3차례에 걸친 민간사업자 공모가 무산되어 여전히 제주맥주의 미래는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기대와는 달리 공모가 안 되는 것은 왜일까? 제주도는 그 이유를  불투명한 사업성 때문이라고 보고 있지만, 단순히 사업성 여부 때문일까? 그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제주의 물 산업 육성의 한 영역으로 제주맥주 추진이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데에 아쉬움이 크다.

  제주맥주에 대한 기업 참여가 없는 가장 큰 이유를 초기 리스크가 크다는 데에 주목하고, 그래서 제주도는 사업규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선회를 하는 모양세다. 애초에 제주도가 구상한 1단계(2013~2015년)로 연간 맥주 생산량 15,000㎘을 포기하고 연간 생산량 100㎘와 1,200㎘는 두 가지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들 두 가지 대안 모두 쉽게 채택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는 데에 제주맥주 추진의 어려움이 존재한다.  

  우선 연간 생산량 100㎘는 초기 부담이 없다는 게 큰 장점이다. 작게 시작해서 성공 가능성을 봐가며 사업을 확장한다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당연히 이럴 경우에는 큰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되기에 민간사업자 공모로 애태울 것도 없다. 이는 지역특화의 토착형 '하우스 맥주'를 염두에 둔 것으로, 일본의 아오모리현에서 연간 생산량 45㎘(톤)이 생산되는 '오이라세 맥주'가 그 모델이다. 더욱이 연간 100㎘ 생산은 제주도개발공사가 이미 서귀포시 한남리 감귤가공공장에 지은 파일럿 플랜트의 생산설비 용량이어서 추가 재원이 없이 지금 수준에서 손 털기에 가장 알맞아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오이라세 맥주 모델은 물량이 작다보니 휴게소 등 특정 시설에 한해 공급하는 방식이어서 야심차게 추진하던 대형 제주맥주 프로젝트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아무리 민간사업자 공모가 없다손 치더라도, 어떻게 연간 15,000㎘ 생산을 목표로 하던 제주도정의 제주맥주 프로젝트를 연간 100㎘ 생산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단 말인가. 

  그래서 연간 1,200㎘ 이상의 생산을 모색하는 두 번째 대안이 나온 듯하다. 여기서 왜 연간 1,200㎘ 이상 생산인가는 전적으로 맥주 관련 법규 때문이다. 법규상 1,200㎘ 이하는 직영점 또는 자체공장에서만 판매가 가능하고, 그 이상이 되어야 슈퍼마켓이나 음식점 등에서도 판매할 수 있다. 그래야 제주맥주가 하우스 맥주에 머물지 않고, 청정 제주의 이미지를 브랜드로 하여 제주의 신성장 산업육성의 하나로 그리고 농가소득 제고에 도움이 되도록 한다는 나름의 제주도정 기획에 부합할 것이다.

 문제는 이 경우도 자본금이 만만치 않고 별도의 공장(해수용암단지)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량이 처음 계획한 15,000㎘의 10분 1도 안되는 데에도 자본금은 150억 원에서 많게는 200억 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처음 계획한 대로 1단계 15,000㎘을 생산하기 위한 자본금이 377억 원인 것을 감안해 보면, 생산량이 1/10로 팍 줄어들어도 자본금은 그에 비례하여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은 경제학적 관점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는 원 계획대로 377억 원을 투자하여 15,000㎘를 생산하는 게 맞다. 그러나 이 초기 계획에는 선뜻 투자에 나서는 기업이 없으니, 이 노릇을 어찌할꼬.

  "규모를 축소한다는 방침만 섰지 직영이냐 시판이냐, 공모냐 아니냐는 점 등은 더 고민해봐야 한다"는 김천우 수출본부장의 고민만 전해 듣고 있다. 377억 원에 주저하는 기업 공모가 그 절반인 150-200억 원으로 낮춘다고 있을 것 같아 보이지도 않기에 고민은 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고민만 할 수는 없다. 어떻게든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곧 우근민 도정도 임기의 반을 지나갈 것이기에 그렇다. 물론 조급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무엇인가의 시도는 해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 양길현 제주대 교수

  필자인 경우는 적어도 제주에서만은 혹 누구와 만나 맥주를 마시게 될 때, 하이트니 카스니 하는 외국어 이름의 맥주보다는 제주의 이름이 든 향토 맥주를 마시고 싶다. 당연히 제주맥주를 찾는 것이 제주산이라는 이유 때문이 아니다. 일차적으로는 맥주 맛이 기존 맥주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덧붙여 제주맥주가 성공하길 바라는 도민들의 염원을 담아내는 착한 제주맥주이기 때문이다.

  제주맥주를 마시면 도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줄 수 있고 지역경제 살리기에도 보탬이 되는 제주맥주. 제주맥주가 성공을 거두어 수익을 낼 경우, 그 수익을 도민의 무엇을 위해서 쓸 것인지의 복지 로드맵. 무엇을 위한 제주맥주인지의 보다 착하고 예쁜 그림이 있었으면 좋겠다. /양길현 제주대 교수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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