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 회장(51)은
원래 골목길은 어린이들의 놀이터였다. 두맹이골목의 벽화 작품. ⓒ제주의소리
누굴 기다리는 것일까? 밋밋한 콘크리트 벽 위로 창을 내었다. 두맹이골목의 벽화 작품. ⓒ제주의소리
두맹이골목에는 나비와 꽃을 주제로 한 벽화들도 많다. ⓒ제주의소리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구도심에 활기.. 차가운 골목이 따뜻하고 아늑해져

▲ 원래 골목길은 어린이들의 놀이터였다. 두맹이골목의 벽화 작품. ⓒ제주의소리

제주도를 찾는 이들은 멋진 자연경관을 보러 오거나 테마 관광지를 보러오는 경우가 많다. 오름이나 바다를 만끽하러 이 섬을 찾기도 하며 최근 늘어나고 있는 대형 테마파크를 보기 위해 제주도에서 주말을 보내는 관광객들도 많다.

그런데 이 두 개의 틈 사이에서 제주 사람의 '삶의 흔적'을 보기 위해 제주를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차츰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공간이 요새 블로그들 사이에서 제주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두맹이 골목'이다. 언뜻 생각하면 대도시에도 흔하디 흔한 골목길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하는 이들이 생소해 보일 수도 있지만 막상 그 곳에 가보면 그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두맹이 골목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이 지난 2008년 제주 공공미술 공모사업에 당선되어 만든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골목이다. 차가운 시멘트와 콘크리드 벽 투성이었던 곳을 조금은 따뜻하게 예술적으로 재탄생시켰다.

사람들이 떠나 공동화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구도심. 그 중에서도 가장 '낡고 쇠락했다'고 인식되는 일도이동의 중앙병원 뒷골목. 이 곳은 침체되고 어두운 분위기와 각종 건축물의 부조화로 인해 활기를 잃었었다.

이 곳이 2008년 완전히 프로젝트를 시작해 5개월만인 2009년 2월 재단장을 완료했다. 

▲ 누굴 기다리는 것일까? 밋밋한 콘크리트 벽 위로 창을 내었다. 두맹이골목의 벽화 작품. ⓒ제주의소리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미술작품을 통해 정주환경을 개선과 문화공간 조성에 중점을 두고 진행됐다. 동시에 퇴락했다고 여겨지는 구도심지의 공간가치의 재발견과 의미화 실현이라는 인문학적 지향점도 함께 나타났다. 

기존의 회색 돌담에 초록색으로, 또 어린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벽화로 변했다. 너무 과하거나 어색하지도 않고, 주변과 잘 어울리면서도 이전에 비해 훨씬 산뜻한 느낌으로 변신했다.
 
새로운 장소도 생겼다. 이 곳의 복지회관에는 두멩이골목 방문자센터가 만들어져 이 장소의 진행과정을 글과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윗층에는 지역 주민들과 어린이들을 위한 작은 도서관도 개관했다. 폐가, 버사람들에게서 버려져 길동물들과 쓰레기들이 가득했던 초가집을 개조해 '두맹이 쉼터'로 만들었다. 만화 속 캐릭터들이 그려진 벽면과 함께 주민들이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작은 공원으로 바뀐 것이다.   

이 곳의 미덕은 예전의 것을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세련되게 재탄생시켰다는 데 있다. 사실 낡고 쇠락한 곳으로 여겨지지만 이 곳은 50년이 넘은 건물들부터 최근의 건물들까지 근대의 건축사가 쌓여있는 곳이다.

서서히 블로거들의 입소문을 탔다. 관광객들의 새로운 명소가 된 것은 물론이거니와 공중파 TV에서도 이 곳을 따로 촬영을 올 정도다. 수원시의 공직자들과 시민기자단이 우수마을만들기 우수사례 벤처마킹을 위해 단체로 이 골목을 찾기도 했다.

▲ 두맹이골목에는 나비와 꽃을 주제로 한 벽화들도 많다. ⓒ제주의소리

2008년 당시 이 민예총에서 이 곳을 재단장할 때 총괄 기획을 맡았던 박경훈 회장(51)은 두맹이 골목이 기존의 개발지상주의적 방식을 극복한 새로운 방식의 재생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 곳의 마을길은 오랜 세월동안 풍토에 맞게 형성된 전통공간이다. 가장 쇠락한 곳으로 여겨지지만 개인의 기억들이 모여있는 장소인 동시에 제주 근대건축의 흔적이 그대로 쌓여있는 '도시의 지침'이다.

박 회장은 이 곳을 '도서관'에 비유한다. "세월이 좀 지났다고 하면 깡그리 밀어버려야 하는 것으로만 여기는 게 안타깝습니다. 마치 도서관에 고서부터 신간까지 같은 라인에 있듯, 헌 책위로 새 책이 겹겹히 쌓이는 것. 이것이 건축과 도시계획이 지향해야할 점입니다"

그는 '사람들이 왜 이 곳을 찾는가?'에 대해 한 번 쯤 자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 자연명소에 가서 멋있다라고 느끼면 하나의 관광이지만, 만약 그 근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아 여기서 한 잔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은 일종의 인문학적 행위라고 말했다. 예술을 통해서 평범한 사람들의 거주지에 활기를 불어넣고, 사람들의 정체성을 회복시키고, 그 특유의 상상력으로 새로운 관광 테마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원래 아이들의 놀이터이었던 골목길을 되살리고픈 마음도 작품 속에 깃들었다. 그래서인지 벽화에는 유난히 어린 아이들의 모습이 많다. 박 회장은 "지금은 아이들 대신 차들이 자리하고 있지만 원래 골목길은 아이들의 놀이터"라면서 겹겹이 쌓인 추억과 삶의 흔적들을 자연스럽게 작품들 속에 섞어냈다. 

▲ 박경훈 회장(51)은 "도시개발은 헌 책을 둔 채 그 위로 새 책이 쌓이는 도서관처럼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박 회장은 아쉬운 심정을 함께 전하기도 했다. 사실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2007년 이후 몇 년 동안 활발하게 진행되다가 요새는 다소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반짝 지방정책에 그치지 말고 지속적으로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동시에 제 2의, 제 3의 두맹이 골목이 계속 탄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차분하고 침착하면서도 주변과 잘 어우러지는 예술. 공공미술은 우리 생활 공간내에서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평범함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혹시 제주도심에는 볼 곳이 없다고 망설이는 이가 있다면, 원도심의 한복판 두맹이 골목을 추천해주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우리가 말하는 '가장 제주적이면서도 일반적인 것,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곳'은 이렇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재탄생했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인턴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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