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용암동굴, 몸이 오싹했다
여름날 용암동굴, 몸이 오싹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만장굴, 제주 현무암질 용암류의 최대 걸작

<장태욱의 지질기행> 19 만장굴, 제주 현무암질 용암류의 최대 걸작

▲ 만장굴 내부

보름 넘게 장마 날씨가 이어지면서, 지질기행을 나서는 것도 쉽지 않게 되었다. 두 주째 기사를 쓰지 못해 민망도 해서 궂은 날씨를 무릅쓰고 길을 나섰다. 지난 기사에 거문오름을 다뤘기 때문에, 이번 주는 거문오름이 만든 최고의 걸작, 만장굴을 둘러보기로 했다.

만장굴 입구에는 최근에 개장된 용암동굴 홍보관이 관람객을 맞고 있었다. 평일인데도 수많은 관광객들이 동굴을 관람하기 위해 매표소에 줄을 서 있었다. 동굴에 들어서자 서늘한 기운이 몰려와 몸이 오싹했다. 동굴 안쪽에는 계기에는 온도가 13℃, 습도가 99%임을 알렸다. 한여름의 온도라고는 믿기지 않는 수치다.

현무암질 용암류가 만든 걸작

약 100만 년 전에 제주도에 화산활동이 시작된 이후, 수차례 용암분출이 반복되었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하는 제주도 순상화산체는 오랜 시간 동안 반복된 화산활동의 결과로 형성된 것이다.  

한편, 이 같은 화산활동이 일어날 때마다 지표로는 용암이 분출했는데, 용암은 너른 들판을 흐르다가 식어 굳어지고 부서져 곶자왈을 만들기도 했고, 계곡을 흐르다가 식어서 용암동굴을 만들기도 했다.

제주도에서 분출된 용암은 대부분이 현무암질인데, 현무암질 용암류는 점성이 작고 유동성이 큰 파호이호이용암과 파호이호이용암과 성질이 정반대인 아아용암으로 분류한다. 그중 용암동굴은 만드는 것은 파호이호이용암이다.

▲ 만장굴은 거문오름용암튜브계의 한분문절 구간에 해당한다.

▲ 용암동굴 형성과정(용암동굴홍보관에서 촬영)

파호이호이용암은 분출되어 흐를 때, 용암류 속에서 녹은 유체 용암이 고체 용암 표면아래에 화도와 같은 통로를 따라 흘러가는데, 이 통로를 용암튜브(lava tube)라 한다. 만일 용암튜브 내에 비어있는 공간이 사람이 들어갈 만큼 큰 규모로 남아 있으면, 이를 용암튜브동굴(lava tube cave)라고 부른다.

만장굴은 제주도에서 발견된 수많은 용암동굴 가운데 그 규모가 가장 웅장하고 매우 다양한 동굴생성물을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용암튜브 내로 용암류가 재차 흘르며 남긴 흔적들

그런데 만장굴의 규모는 오래도록 논란의 소재가 되었다. 처음에 13.422km로 보고했던 자료가 있었는가하면, 8.928km로 수정한 자료도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 2003년에 제주도동굴연구소상 손인석 박사는 만장굴을 측량하여 총길이가 7.416km라고 보고하였고, 문화재청은 손박사의 주장을 공식입장으로 받아들였다.

용암튜브(lava tube)는 함몰에 따라 분절이 일어나 여러 개의 용암동굴로 나눠지는데, 만장굴은 북오름굴-대림굴-만장굴-김녕굴-용천동굴-당처물동굴로 이어지는 용암튜브의 분절구간 중 하나이다. 용암튜브 분절 구간의 경계에 대해 조사자마다 인식이 다르고, 용암튜브 내에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구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만장굴의 총길이가 오래도록 논란의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2005년 안동대학교 황상구 교수 등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지정 신청을 위해 문화재청과 제주도의 요청을 받아 거문오름용암동굴계를 조사하여 발표한바 있다. 당시 황교수 등은 만장굴을 이루는 용암류의 연령을 측정한 결과 만장굴이약 10만년에서 100만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발표했다.

즉, 만장굴 주입구의 아래에서는 용암류의 연령이 약 100만년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제주도 초기 화산활동 과정에서 분출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또, 굴의 벽면에서는 용암류 연령이 22만년에서 29만년 사이로 밝혀졌는데, 이는 거문오름 용암동굴계가 형성될 당시에 분출된 것으로 해석되었다. 그리고 만장굴 만장굴 제2입구 인근에 붕괴된 낙반에서는 16만년에 해당하는 용암류가 확인되었다. 거문오름용암동굴계가 형성된 이후에도 이 튜브로 용암류가 재차 흘렀음을 암시한다.

용암트뷰계로 새로운 용암류가 흐르는 동안 굴의 내부구조에 변형이 일어난다.

▲ 종유는 유체용암이 천정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다 남아 굳어진 것이다.

▲ 용암류가 흐르다가 벽면에 달라붙어 선반모양의 무늬를 남긴 것인데, 이를 용암선반이라 부른다.

그 결과 만장굴에는 높이가 20m가 되는 구간이 있는가하면, 2m도 안 되는 구간이 있다. 또, 용암류가 흐르다가 벽면에 달라붙어 선반모양의 무늬를 남기기도 하는데, 이를 용암선반이라 부른다. 그리고 만장굴 천정에는 상어이빨 모양의 무늬가 나열되는데, 이를 용암종유라고 한다. 이는 용암튜브로 용암류가 이동할 때 녹은 초콜릿처럼 끈적끈적한 유체용암이 천정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다 남아 굳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때 천정에서 떨어진 용암방울이 바닥에 누적되어 용암석순을 형성하기도 했다.

현재 만장굴은 총 7.4kn 구간 중 1km가 일반에 공개되었다. 오래 전부터 만장굴은 제주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각광을 받아 1년에도 4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만장굴을 찾는다. 그 와중에 지난 2007년에 만장굴을 포함하여 거문오름용암동굴계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는데, 만장굴을 찾는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늘고 있다. 세계유산 지정이 관광객 증가를 불러오고, 관광객의 증가가 동굴 내부 환경에 변화를 끼치지 않을까하는 것이다. /장태욱

 
   
장태욱 시민기자는 1969년 남원읍 위미리에서 출생했다. 서귀고등학교를 거쳐 한국해양대학교 항해학과에 입학해  ‘사상의 은사’ 리영희 선생의 42년 후배가 됐다.  1992년 졸업 후 항해사 생활을 참 재미나게 했다. 인도네시아 낙후된 섬에서 의사 흉내를 내며 원주민들 치료해준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러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제주대학교 의예과 입학해 수료했다. 의지가 박약한 탓에 의사되기는 포기했다.  그 후 입시학원에서 아이들과 열심히 씨름하다 2005년에 <오마이뉴스>와 <제주의소리>에 시민기자로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2010년에 바람이 부는 망장포로 귀촌해 귤을 재배하며 지내다 갑자기 제주도 지질에 꽂혀 지질기행을 기획하게 됐다.
<제주의소리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0 / 400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순 추천순 이 기사에 달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