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청비가 제주 여성 '롤모델' 된 이유
자청비가 제주 여성 '롤모델'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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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곡(사진출처/한국학중앙연구원). <주례>에 의하면 벼, 기장, 피, 보리, 콩을 말하며 제주의 경우는 밭벼, 보리, 조, 콩, 메밀을 말하기도 한다. 보통 모든 곡식을 지칭한다.
메밀가루를 묽게 반죽하여 후라이팬에 둥글고 얇은 전을 부쳐낸다. 채를 썬 무를 살짝 데친 다음 소금과 깨로 간을 해 소로 넣고, 빙빙 말아 무가 나오지 않게 양끝을 살짝 눌러주면 빙떡이 된다.(사진출처, 향토문화전자대전)

<김정숙의 제주신화> 31 자청비는 생활문화의 원형이다

신화의 말미에서 자청비는 하늘에서 일어난 난을 평정한 대가로 오곡의 씨앗을 선물로 받고 내려오는데, 내려오다 보니 씨앗 하나가 모자라 도로 올라가 받아 왔다는 내용이 나온다. 오던 길을 되돌아가 받은 그 씨앗은 메밀 씨앗 이었다.

 

▲ 오곡(사진출처/한국학중앙연구원). <주례>에 의하면 벼, 기장, 피, 보리, 콩을 말하며 제주의 경우는 밭벼, 보리, 조, 콩, 메밀을 말하기도 한다. 보통 모든 곡식을 지칭한다.

신화에서는 ‘그런 법으로 메밀은 다른 씨앗보다 늦게 뿌리거나 거친 땅에 뿌려도 수확을 하는 강한 곡식이 되었다. 또 여름 장마나 태풍에 농사를 망치게 되면, 그 대신에 뿌려 흉년에도 먹을 수 있게 짧은 기간에 열매를 맺는 곡식이 되었다.’고 하고 있다.


메밀은 8월 하순, 처서 전후에 파종을 하고 10월 하순, 상강 전후에 수확하는 작물이다. 여름이 거의 지나 파종을 하기 때문에 쉴 새 없이 자라나는 검질(잡초)을 제거하는 일에 다른 작물들처럼 인력이 많이 들지 않는다.


풍수해와 가뭄, 척박한 화산회토와 섬이라는 자연조건으로 늘 식량에 대한 불안을 키워가야 했던 제주의 환경에 메밀은 선물 같은 곡식이다. 보리나 조, 콩 농사가 가뭄이나 홍수로 실패를 하면 급히 메밀을 파종하여 식량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품에 품었다가도 먹는 음식’이라 하여, 물도 귀하고 땔감도 모자라고 부엌도 따로 떨어져 있는 제주에서 단시간에 작은 화력으로 만들 수 있는 음식으로 이만한 재료가 없었다.

▲ 메밀가루를 묽게 반죽하여 후라이팬에 둥글고 얇은 전을 부쳐낸다. 채를 썬 무를 살짝 데친 다음 소금과 깨로 간을 해 소로 넣고, 빙빙 말아 무가 나오지 않게 양끝을 살짝 눌러주면 빙떡이 된다.(사진출처, 향토문화전자대전)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제주의 대표적인 전통음식인 메밀수제비, 빙떡이다. 사람들은 자청비를 이야기하면서 먹고살기 힘들었던 생활의 방편들을 배우고, 경험의 과학과 삶의 문화를 전수했던 것이다. 

사람의 일생 중에 몸과 마음이 가장 바쁠 때를 말하다


사랑에 목숨을 걸고 다른 여자와의 삼각관계 속에서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와중에 자청비는, 사람의 일생 중 가장 바쁜 때는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라고 말한다.


자청비는 문도령이 새 각시에 홀랑 빠져 시간 가는 것도 모르고 보름을 넘기자, 보름을 넘기고 있다며 쪽지를 보낸다. 문도령은 급한 김에 모자를 쓴다는 게 발목에 감는 행전을 머리에 둘러쓰고, 두루마기는 한 어깨에만 걸친 채 돌아 왔다. 문도령 돌아오는 소리에 자청비 역시 바쁜 김에 풀어헤친 머리를 옆에 있던 짚으로 얼른 묶어 마중을 내달았다.


신화에는 이 때 난 법으로, 사람의 일생 중에 가장 경황이 없고 정신을 차릴 수 없는 때는 부모님 상을 당했을 때이니, 초상이 나서 성복하기 전에는 남자 상주는 통두건을 쓰고 두루마기는 한쪽 어깨에만 걸치는 법을 마련하였다고 하고 있다.

통두건이란 윗부분을 꿰매지 않은 두건으로 문도령이 급한 김에 썼던 행전의 모양이다. 여자 상주는 자청비가 했던 것처럼 머리를 짚으로 묶어 매는법을 마련하였다. 지금도 여자 상주들은 머리에 하얀 무명천으로 머리창을 한다.

 
결혼식의 예법을 말하다


며느리 되기 심사에서 떨어진 서수왕 따님은 방문을 걸어 잠그고 물 한 모금, 쌀 한 톨 먹지 않더니 시름시름 기어이 죽고 말았다. 그 죽은 몸에서 새가 날아올랐다. 머리로는 두통새, 눈으로는 흘긋새, 코로는 악숨새, 입으로는 헤말림새가 나와서 서수왕따님애기는 원한을 지닌 채 이곳저곳 다니며 흉험을 주고 얻어먹는 새가 되었다.


그 때의 일로 오늘날도, 이 새가 들어서 다정한 부부간의 살림을 분산시킨다고 한다. 그래서 혼인할 때 신부상을 받으면 먼저 음식을 조금씩 떠서 상 밑으로 놓는 법이 생겼다. 서수왕따님애기에 대한 대접인 것이다.


자청비는 결혼을 하기까지 그 과정에서 일어난 오해와 미움, 원한, 다툼, 이간질을 이해하고 용서하라고 말하고 있다.

그녀는 사랑을 하는 법, 지혜롭게 주변을 설득시키면서 같이 살아가는 법, 언제 씨앗을 뿌리고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삶의 방편과 사람 사는 도리를 나누고 전해주는 책이고 스승이며 친구다.(계속/ 김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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